“한국 K9자주포 없인 전쟁 어렵다” 공산국가 베트남도 도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4일 11시 10분


한화에어로, 20여문 3500억원 계약 체결
폴란드-인도 등 이어 10번째…동남아 처음

지난해 수도군단 합동 포탄사격훈련 당시 K9 자주포 사격 모습. 사진 공동취재단
지난해 수도군단 합동 포탄사격훈련 당시 K9 자주포 사격 모습. 사진 공동취재단
공산국가 베트남이 한국의 K9 자주포 3500억 원 어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공산권으로의 사상 첫 ‘K 방산’ 수출 계약이다. 최근 폴란드, 우크라이나, 호주 등도 탄약, 화포 등 지상군 화력에서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무기를 잇달아 구입하고 있다.

1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말 K9 자주포를 베트남에 수출하는 정부 간 계약(G2G)을 맺었다. 방위사업청과 한화 측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수출 규모는 약 25문 이상, 금액으로는 약 35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로써 베트남은 K9 자주포를 도입한 10번째 수입국이 됐다. 지금까지 튀르키예, 폴란드, 이집트,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인도, 호주, 루마니아 등이 우리 K9 자주포를 도입했다. 베트남 수출 계약은 K9 자주포의 첫 공산권 수출이자 첫 동남아 수출이다. 우리나라가 베트남에 무기를 판매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K9 자주포는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폴란드와 계약한 물량이 원활하게 수출되면 세계 점유율이 7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K9 자주포의 경쟁 모델로는 독일의 PzH2000이 꼽힌다. 하지만 K9 자주포는 경쟁 모델보다 저렴한 가격, 실전 경험 등 강점을 갖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하 30도~영상 50도의 극한 환경에서 1시간 동안 최대 180발을 사격할 수 있다. 특히 모든 장전 및 발포 과정이 전자식 사격 및 사격 통제장치와 자동 장전 장치로 이뤄져 효율성, 정확도 등이 매우 높다. 게다가 가격은 독일 경쟁 모델보다 20억~40억 원 가량 저렴하다. K9 자주포 1대 가격은 40억~50억 원 사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와중 인접국 폴란드가 한국의 무기를 대량 수입하면서 ‘K-방산’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대량의 무기를 정확한 납기일에 맞춰 ‘신속 배달’한 한국의 생산 능력은 외신에서도 화제가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동아일보DB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 동아일보DB
한국은 세계 군사력 순위에서도 손꼽히는 국가이지만 특히 포탄, 탄약, 미사일 등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과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는 분단 상황이 현재의 국방력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접이 좁아 전면전이 발발하면 후방으로 물러설 여지가 없다는 불리한 조건도 안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처럼 넓은 면적의 국토를 보유한 국가들과는 달리 장기전도 불리하다. 때문에 단시간 내에 상대를 절멸시키거나 치명상을 입히기 위한 국방력 강화에 치중했고 그 결과가 탄약, 화포 강국을 만들어냈다.

온라인에서는 대한민국 국방부는 ‘포방부(화포+국방부)’라는 말도 나돈다. 대한민국을 ‘화력덕국(화력덕후+대한민국)’으로 부르는 이들도 있다. 한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각국이 탄약 공급을 요청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탄약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이지만 ‘적든 많든 일주일치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전쟁이 터지면 보유한 탄약을 일주일 내 소진해 적국을 제압한다는 의미다.

베트남은 최근남중국해에서 스프래틀리 군도(쯔엉사 군도)를 놓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이다. 베트남은 한국의 우수한 무기체계를 높게 평가하며 K9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재래식 무기 부족이 유럽연합(EU) 현안으로 떠올랐고, 각 국이 군비를 늘리는 데 따른 영향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다보니 “한국의 K9 자주포 없이는 전쟁이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K9 자주포 야간 기동훈련. 동아일보 DB
K9 자주포 야간 기동훈련. 동아일보 DB
호주 육군은 지난 2022년 한국의 K9자주포를 도입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섬나라인 호주가 지상전 무기인 K9 자주포를 수입하는 이유는 견인포 중심의 호주 육군의 화력 지원체계 운용 개념을 신속 타격 지원이 가능한 화력 지원 개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중국 견제를 위해서 도입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호주는 중국을 포위하는 4개국(미국·일본·호주·인도) 연합체인 쿼드와 중국 위협에 대응하는 오커스(미국·영국·호주 협의체)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한편, K9의 수출 계약수는 2020년대 들어 급증했다. 특히 2022년 폴란드와 K9 672문을 수출하는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364문을 납품하고 있으며, 남은 300문도 추가 계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마니아는 지난해 K9 자주포를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9억2000만 달러(약 1조270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이후 K9 자주포 54문을 도입했다. 이는 루마니아의 최근 7년간 무기도입 사업 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이집트에는 216문가량이 납품됐고, 최근 인도와 K9 100문 추가 수출계약이 체결됐다. 이외에도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K9의 전 세계 누적 계약수는 2600문을 넘어선 것으로 예상된다.
#자주포#베트남#수출#계약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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