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 人터뷰] 배경훈 LG AI연구원장
“함께 토론-가설 세우는 AI 필요
제품 개발-무인화에 추론모델 활용… 엑사원 개발때 AI와 토론해 결론내
연내 엑사원 4.0 등 새 모델 공개 예정… 딥시크-오픈AI 넘는 최고 AI 만들 것”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인공지능(AI)이 수석 과학자 혹은 최고경영자(CEO)의 결정을 돕는 역할까지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두고 보세요. 앞으로는 인공지능(AI)이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을 하게 될 것입니다.”
1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AI의 미래를 그렸다. 배 원장의 진단이 가볍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그가 현재 국내 AI 정책 개발과 산업발전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광운대에서 전자공학 학사, 석사, 박사를 마친 배 원장은 2020년부터 LG AI연구원장 자리를 맡았다. 이제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초거대AI추진협의회 회장 등의 직함도 갖고 있다. 최근에는 LG AI연구원에서 국내 최초의 추론 AI 모델인 ‘엑사원 딥’을 출시하는 성과도 냈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발표한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한국 AI 중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것도 LG AI연구원의 ‘엑사원 3.5’였다.
● “수석 과학자급 AI 만들 것”
배 원장은 “앞으로 단순히 정보를 모으는 정도가 아니라 함께 토론하고 가설도 세우는 AI가 필요할 것”이라며 “수석 AI 과학자를 키워 나간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AI가 대학원생처럼 관련 논문을 빨리 찾아 정리해 주는 수준”이라며 “수석 과학자급 AI는 사람이 보지 못했던 영역까지 탐색해 소재를 찾고 그것을 제품화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를 위해 수학, 과학 문제를 잘 풀어내도록 추론 모델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가 지난달 공개한 추론 AI ‘엑사원 딥 32B’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학 영역에서 94.5점을 받았다. 89.9점을 받은 중국의 딥시크 R1을 앞섰다.
배 원장은 “추론 AI 모델의 등장이 새로운 과학 문명의 또 하나의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추론 모델을 활용해 LG 계열사들과 이미 많은 문제를 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화장품 개발에, LG이노텍은 공정 무인화에 엑사원을 활용 중이다. 또 LG전자 노트북 온디바이스(기기 탑재형) AI에도 엑사원이 적용된다.
배 원장은 주요 경영적 판단도 AI가 관여할 것이라고 했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며 톤을 높여 실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거대 언어모델 AI인) 엑사원 3.0과 3.5를 개발할 때 AI로 의사결정을 했다”며 “지난해에 70B(매개변수 700억 개) 모델로 엑사원을 만들겠다고 AI에 물으니 지금 우리의 자원과 역량으로는 연내에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AI와 일주일쯤 토론을 한 끝에 결국 32B 모델을 빠르게 개발해 우선 이를 확산시키는 게 유리하다는 답을 도출했다”고 했다. 결국 LG는 해당 모델을 매개변수 320억 개 규모로 개발했다. 매개변수는 마치 뇌에서 뉴런을 이어주는 정보 전달망 시냅스와 같은 역할을 한다. 많을수록 AI 성능이 좋아지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실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
● “AI로 360도 경영분석 필요”
배 원장은 “지금은 경영진들이 요약된 보고서만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데 앞으로 CEO들도 AI를 통해 사안을 360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LG 계열사는 ‘LG AI전자’ ‘LG AI 유플러스’ 등으로 불릴 정도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AI 시장을 선점하고자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지만 한국의 개발 여건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배 원장은 “미국 빅테크들은 거대 언어모델(LLM) 하나 만들 때 수십만 대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가지고 학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LG AI연구원은 연구조직별로 (GPU 차례를) 기다렸다 사용할 때도 있을 정도”라며 “20분의 1 수준의 GPU 자원으로 만들려면 더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 사업적 성과를 증명하며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했다.
배 원장의 목표는 AI 후발주자 신세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는 “연내 엑사원 4.0을 비롯해 추가로 AI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며 “그러면 내년 스탠퍼드대 보고서에 주목할 만한 AI 두세 개는 등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지원해주면 개발 속도가 더 가속화하고 다양한 모델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란 바람도 빠트리지 않았다.
최종 목표를 묻자 원대한 꿈을 밝혔다. “이제 딥시크, 오픈AI를 따라잡았다가 아니라 다 넘었다고 할 정도의 일을 하고 싶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AI 모델을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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