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에… 금 거래대금 작년 대비 4.4배 ‘껑충’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20일 14시 19분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코스닥 상장사 임원 김모 씨(47)는 금 현물 가격이 나날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금을 사모으고 있다. 금 가격이 중장기적으로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 씨는 금 가격이 최근 3년간의 물가상승률 만큼 상승하지 않아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임 기간동안 금은 유일한 안전자산으로 더 큰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고강도 관세 정책을 무기로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가운데, 올 들어 국내에서의 금 거래대금이 지난해보다 4.4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8일까지 금 현물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금 1㎏ 기준)은 509억1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일평균 거래대금(115억2300만 원)보다 341.85%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금 현물의 일평균 거래량도 353.6㎏으로 지난해 일평균 거래량(103.5㎏) 대비 241.45% 급증했다.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넥스트레이드)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지난해 19조1353억 원에서 올해 18조4776억 원으로 3.44%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금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과 투자자들의 활발한 거래는 더욱 두드러진다.

고객들이 은행을 통해 사들이는 금의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다. KB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3곳의 골드뱅킹 잔액은 이달 17일 기준 1조649억 원이었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말 잔액 6101억원 대비 4548억 원(75%) 가량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말 1조 원을 넘어선 골드뱅킹 잔액은 이달 들어서 약 보름 만에 384억 원이나 불어났다.

골드뱅킹은 입출금이 수시로 가능한 은행 계좌를 통해 금을 0.01g 단위로 사고 팔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금 현물(실물)을 보유하지 않고도 가입 기한, 금액 등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금을 사고 팔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자들의 금 거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금값이 고공행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17일(현지 시간) 온스당 3328.40달러였다. 하루 전인 16일에는 온스당 3346.40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말(온스당 2641달러)보다 약 26% 상승한 수준이다. 한국거래소 금 현물 시장의 금 가격(1㎏ 기준)도 지난해 말 12만7850원에서 이달 18일 15만2260원으로 뛰었다.

이처럼 금에 대한 매수가 뚜거운 것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전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수혜자산으로 꼽혔던 비트코인이 기대 이하의 가격 추이를 보이면서, 금은 유일무이한 안전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발언과 행보를 예측하기 힘든 점을 고려하면, 금값 상승이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이사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안전 피난처’ 수요를 확대시키고 있다”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 완화 기조가 유지되는 연내 금 가격이 온스당 36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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