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개회를 선언하는 의사봉을 치고 있다. 2025.4.17/뉴스1
한국은행은 17일 올 1분기(1~3월) 경제가 소폭 역성장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보다 하향 조정할 뜻을 밝혔다. 미국발(發) 관세전쟁으로 통상여건이 악화하고,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도 연 2.75%로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11월 연속해서 금리를 내린 뒤 올해 1월 동결했다. 이어 2월 기준금리를 종전(3.0%) 대비 0.25%포인트 낮은 2.75%로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2%대에 진입한 건 2022년 10월 이후 약 2년 4개월 만이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를 동결한 배경에 대해 “1분기 글로벌 통상여건이 악화돼 성장의 하방 압력이 커졌고, 미국의 관세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 금리 수준에서 환율 변동성과 가계대출 추이를 포함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신성환 금통위원은 금리를 0.25%포인트 내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9일에는 1484.1원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들썩이는 서울 집값도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와 금리 인하 속도 등을 더 지켜본 뒤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이 총재도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월 전망 때보다 더 낮출 의사를 밝히며 대내외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앞서 2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내렸는데, 이마저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이날 한은이 공개한 ‘경제상황 평가’에는 “1분기 성장률은 2월 전망치인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되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총재는 “성장률이 어느 정도 조정될지는 향후 미국과의 무역협상 진행으로 국가별 최종 관세가 어떻게 결정될지, 추가경정예산은 언제 어떤 규모로 편성될지, 정치 불확실성 완화로 경제 심리는 얼마나 빨리 회복될지 등 불확실성이 커서 아직 예단해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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