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한국 증시, 언제나 겨울이란 생각 지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25일 03시 00분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
올해 글로벌 증시는 지난해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끊임없이 오를 것 같던 미국 증시는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조정을 겪고 있다. 반면 한국 증시는 주야장천 하락하던 지난해 하반기(7∼12월)와 상반된 흐름이다. 2,400으로 올해를 시작한 코스피는 지난달 2,680까지 상승했다. 이달 초 하락세를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주요 증시 중 수익률 상위권이다.

예상을 뒤엎은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가장 큰 원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수립 이후 미국의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자국우선주의 명분 아래 피아 식별 없이 시행 중인 무역 규제, 특히 관세 정책이 잠재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그 여파로 달러화는 약화되고 시장금리는 하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시장금리가 내리는 것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에 기인한 결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금리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장단기 금리 차가 다시 역전된 것은 결코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신호가 아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미국 서비스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52.9에서 49.7로 빠르게 내려가는 것도 부담이다. 전체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미국에서 서비스 산업이 악화되고 있는 건 부정적 뉴스다.

신용카드 연체율이 높아지는 것도 불안 요소다. 지난해 4분기(10∼12월) 90일 이상 신용카드 대금을 결제하지 못한 비율은 11.4%로 높아졌다. 생애 처음으로 카드 결제를 제때 못 한 비율도 9.0%로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실질 구매력이 약화되고 있는 점이 주식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

물론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에 그쳐 경기 둔화와 고물가 조합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해소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 경쟁국 구분 없이 무차별적 관세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져 경기 전망이 악화될 수 있는 점은 경계할 부분이다. 지난해처럼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게 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선 새로운 악재가 나올 시장보다 부정적 재료가 사라지는 시장을 지켜보는 게 투자 측면에선 유리할 수 있다.

최근 한국 증시가 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주가 조정이 컸기에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도 거의 없다. 투자 자금에 여유만 있다면 언제든 한국으로 돈을 투입할 수 있는 환경이다. 게다가 연말 연초 시장을 흔들었던 정치 리스크도 누그러질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악재가 희석되는 한국 시장이 미국보다 나아질 수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기대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한국을 바라봐야 한다. 특히 주도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방산, 조선, 원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혹시 조정을 받더라도 저가 매수를 통해 비중을 늘리면 올해 투자 성과에 알파(α)를 더해 줄 수 있다. 한국 증시는 언제나 겨울이란 생각을 지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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