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2025 공공기관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2025.1.14 뉴스1
중견·대기업 및 공공기관 등 선호도가 높고 안정적인 일자리에서의 채용 침체가 커지고 있다. 민간 분야에서의 취업자 증가 폭이 갈수록 줄고 있고, 지난해 공공기관 신규 채용 규모마저 2만 명대가 붕괴됐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지면서 구직 시장을 이탈해 ‘그냥 쉬었다’는 청년들도 연일 증가하는 모습이다. 올해에도 내수 부진이 여전하고 미국발(發) ‘관세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고용시장 불안 우려도 이어질 전망이다.
1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300인 이상 대형 사업체의 월 평균 취업자는 314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만8000명 늘어난 것으로 2018년(5만 명) 이후 6년 만에 가장 적은 증가 폭이다. 대형 사업체의 취업자 증가 폭은 2022년 18만2000명이었지만 2023년 9만 명으로 반토막났고, 지난해에도 36%나 감소했다. 본사와 지사, 공장 등의 총 직원이 300인 이상인 대형 사업체의 대부분은 중견·대기업에 속한다. 선호도가 높고 안정적인 일자리의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최근 몇년 새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분야로 꼽히는 제조업에서의 고용 한파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6000명 줄었다. 2023년(―4만2000명)에 이어 2년째 감소세다.
지난해 역대급 수출 실적을 거뒀음에도 제조업 취업자 수가 줄어든 것은 고용 유발 효과가 낮은 편인 반도체 산업이 ‘나홀로 호황’을 누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계수(특정 산업에 10억 원을 투자할 때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 수)는 2.1로 전(全) 산업(10.1)의 5분의 1, 전체 제조업(6.2)의 3분의 1에 그친다.
공공분야에서도 고용 침체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공공기관 정규직 채용 규모는 5년 연속 줄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339개 공공기관이 채용한 일반정규직(이하 무기계약직·임원 제외)은 1만9920명으로 나타났다. 2019년 4만116명에서 2020년 2만9840명으로 줄어든 뒤 2023년에는 2만207명까지 쪼그라들었고, 지난해에는 2만 명대 채용 규모마저 붕괴된 셈이다.
지난해 공공기관의 정규직 채용 규모는 당초 목표(2만4000명)보다도 4000명 이상 부족하다. 신규 일반 정규직 중 청년이 1만6429명(82.5%)에 그치며 목표치(2만 명) 대비 3500명 이상 적었던 것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공공기관 신규 일반 정규직 채용 중 청년 비중이 82.5%까지 떨어진 것은 2020년(74.8%) 이후 4년 만이다.
이처럼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고 신규 채용이 부진한 것은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기조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보고서에서 “경력직 채용이 늘면서 비경력자가 한 달 내로 상용직(정규직)에 취업할 확률은 평균 1.4%로 경력직 평균 2.7%에 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며 “기업의 경력직 선호 현상으로 청년들의 첫 취업 시기가 늦어지며 생애 총 취업 기간이 평균 2년 줄었다”고 설명했다.
올해에도 고용시장 불안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비상계엄 및 탄핵 정국 장기화에 제주항공 참사 등이 겹치며 내수 부진이 심각해지고 있고, 미국발 관세 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도 높아진 탓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가 직면한 고용시장 불안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논의할 때 일자리 창출 등과 관련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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