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올해 경제성장률 하방 위험 커져…금리인하 속도 유연하게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월 2일 14시 44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기존 예측치(1.9%)를 밑돌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한 것에 대해 두둔하기도 했다.

2일 이 총재는 서울 중구 한은 별관에서 열린 시무식에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 11월 한은의 전망치인 1.9%를 밑돌 위험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의 성장률”이라고 지적했다. 1% 성장률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54년 이래 6차례에 불과했다.
이 총재는 “(경기 부양을 위해) 통화 정책과 재정정책에 기대서는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며 “단기 부양정책과 함께 구조조정에 집중해서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기 부양을 위한 1월 금리 인하론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서는 “금리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대응에 나섰다. 이 총재 시무식 이후 기자들과의 만나 “(1월 금리 인하와 관련해서)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라며 “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3~4일 전까지도 수치를 보고 금통위원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상목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결정을 적극 옹호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최 권한대행의 결정으로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며 “정치적 위험은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데, 신용등급은 한 번 내려가면 다시 올리기 굉장히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권한대행의 결정으로 해외에서 한국의 정치적 리스크를 어떻게 판단할지 봐야 한다”며 “나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실을 찾아서 다시 한번 “최 대행이 비난을 무릅쓰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공직자로서 나중에 굉장히 크게 평가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또 “최 대행을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정부가 계속 탄핵 위협 가운데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총재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손자병법에 나온 이환위리(以患爲利)를 제시했다. 이는 ‘근심을 이로움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이 총재는 “위기는 곧 기회”라며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우리가 해야 할 것부터 차분하게 실천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낸다면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