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폐지, 정부 말 믿고 분양받았는데…” 4만7000가구 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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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법안 손놓은 국회]
집주인들 ‘편법 매물’ 내놓고 주시
이달 임시국회서 통과 가능성도
대형마트 규제완화도 개정 못해

서울 아파트 모습. 2023.12.20 뉴스1
서울 아파트 모습. 2023.12.20 뉴스1
다음 달 입주 예정인 서울 강동구 593채 규모의 ‘e편한 고덕 어반브릿지’. 2021년 수도권 공공택지에 분양한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입주 후 5년 동안 실거주해야 하는 첫 대상 중 한 곳이다. 정부가 작년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실거주 의무 폐지’를 추진키로 하자 일부 입주 예정자는 전월세를 놓는 것을 전제로 자금 계획을 짰다. 하지만 1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9일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결국 무산되면서 실거주가 어려워진 이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인근 공인중개업소에는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를 내린 전월세 매물이 나오고 있다. 집주인이 전입신고만 할 목적으로 부랴부랴 내놓은 ‘편법 매물’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실제 입주를 시작하고 나면 시세보다 1억 원 정도 저렴한 매물도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 단지는 서울 9개 단지(7647채), 경기 50개 단지(3만221채), 인천 13개 단지(9727채) 등 총 4만7575채 규모다. 1월 경기 과천시 과천수자인(174채)을 시작으로 올해 11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1만2032채) 등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자는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이사도 힘든데 속만 태우고 있다”며 “정부 말만 믿고 미계약분을 분양받았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하나”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실거주 의무의 경우 여야가 1월 임시국회에서 ‘원 포인트’로 추가 협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1월 말 3개 단지(1644채)를 시작으로 2월에도 1929채 입주가 예정돼 있어 1월 25일까지는 법안이 통과돼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규제개혁 1호’ 과제였던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도 이날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형마트들이 주말 휴무일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 했지만, 골목상권 보호를 앞세운 야당 반대에 부닥친 채 본회의에 오르지조차 못했다. 직장인 김모 씨(28·강원 춘천시)는 “가까운 대형마트에서 온라인 배송을 받을 수 있길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비대면 진료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 역시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야당 측은 약을 무분별하게 처방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 단계에선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의료기관을 관리·감독하는 데 한계가 있어 비대면 진료의 법적 근거를 하루빨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아쉬워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실거주 의무#편법 매물#윤석열 정부#규제개혁 1호#대형마트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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