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지나는 술 ‘과하주’는 사계절 마실 수 있는 전통주예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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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여주 술아원 강진희 대표
경기 여주 술아원 강진희 대표
“예전에는 전통주라고 하면 어르신이나 마시는 올드한 이미지였어요.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이 전통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새롭고 핫한 술이 됐습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통해 우리 술을 접한 해외 업체들도 수입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옵니다.”

경기 여주에 양조장이 있는 ‘술아원’은 여주쌀로 만드는 전통주 양조장이다. 특히 ‘경성과하주’와 ‘도시어부’, ‘술아연화주’ 등 와인처럼 10년 이상 보관할 수 있는 전통 과하주(過夏酒)를 고증해서 복원해낸 술로 유명하다.

사계절 마실 수 있는 과하주 ‘술아’
사계절 마실 수 있는 과하주 ‘술아’
“과하주는 ‘여름을 지나는 술’이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고문헌에 과하주의 맛에 대한 표현은 ‘달고 독한 술’이라고 돼 있습니다. 과하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지만, 단맛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과학적인 술 제조 방법으로 탄생한 술입니다.”

술아원 강진희 대표는 10년 전 와인스쿨에서 맛본 전통주 맛에 빠져 한국전통가양주연구소에서 공부했다. 이후 ‘음식디미방’에서 전하는 과하주 제조법을 고증해 현대적으로 되살린 과하주 전문 양조장을 설립했다. ‘음식디미방’은 조선시대 1670년경(현종 11년) 정부인 안동 장씨라 불리던 장계향(張桂香·1598∼1680)이 정리한 술과 음식에 관한 책이다.

“과하주는 포르투갈의 ‘포트 와인’처럼 당분이 남아 있는 발효 중간 단계에 도수가 높은 술을 첨가해 발효를 중단시킨 술입니다. 포트 와인은 포도주 증류주인 브랜디를 넣지만, 과하주는 쌀을 증류한 소주를 첨가합니다. 둘 다 당분과 도수를 높여 더운 날씨에도 변질되지 않게 만든 주정강화 술입니다. 과하주를 ‘한국의 포트와인’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과하주가 훨씬 먼저 생겨난 술입니다.”

술아원의 시그니처 브랜드는 ‘경성과하주’다. 육당 최남선은 1946년 발간한 ‘조선상식문답’에서 평양의 감홍로, 전주의 이강고, 전라도의 죽력고 등과 함께 금천의 ‘두견주’, 경성의 ‘과하주’를 조선의 명주로 지목했다. 강 대표는 “육당이 선택한 명주 중에 앞의 3가지만 ‘조선의 3대 명주’로 홍보되고 있는데, 사실 육당은 5가지 술을 명주로 꼽았다”며 “과하주가 잊혀지는 게 아쉬워서 ‘경성과하주’를 브랜드로 삼았다”고 말했다.

술아원에서는 제주도와 협업한 ‘제주 해마주’, 고려대 응원단의 ‘엘리제 막걸리’, 채널A 낚시 예능 프로그램과 콜라보한 ‘도시어부’를 출시하는 등 MZ세대 고객을 잡기 위한 제품 개발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야외 활동을 하면서 마시기 좋은 과하주 ‘도시어부’
야외 활동을 하면서 마시기 좋은 과하주 ‘도시어부’
“도시어부는 낚시나 캠핑 가서 마시기 좋게 포켓 스타일의 병에 담은 경성과하주 베이스의 술입니다. 과하주가 알코올 도수(20도)가 좀 높다 보니까, 추울 때 마시면 금방 몸이 따뜻해집니다. 또 달달한 맛도 있어 쌀쌀한 야외에서 액티비티를 즐길 때 마시기에 좋은 술입니다.”

강 대표는 “과하주는 ‘여름을 지나도 변하지 않는 술’이라는 뜻이지, 꼭 여름에만 마셔야 하는 술은 아니다”라며 “사계절 모두 즐길 수 있는 우리의 전통술”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봄에는 매화, 여름엔 연꽃, 가을엔 국화의 향을 넣고, 겨울엔 순곡주로 만들고, 화려한 전통 단청으로 라벨을 붙인 과하주인 ‘술아’를 내놓기도 했다. 또한 세종대왕릉이 있는 여주 지역의 특성을 살려 고구마 소주 25도짜리는 세종대왕이 세자 시절 입던 푸른색 곤룡포, 소주 40도짜리에는 임금에 즉위해 입었던 붉은색 곤룡포로 디자인했다.

강 대표는 “넷플릭스에 방영된 ‘백스피릿’ 프로그램에 백종원 대표와 이준기 배우가 우리 술을 마시는 장면을 보고 해외에서 구입 요청을 해 왔다”며 “한류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높은 퀄리티의 우리 전통술 복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주=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과하주#술아원#강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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