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의미도 모르면서” 넥슨노조, 민주노총 탈퇴하나

  • 뉴시스
  • 입력 2023년 11월 30일 15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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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노조 입장문 "민주노총 필요한지 원점 재검토"
"민주노총이 논의 없이 기자회견…손가락 의미도 몰라"
"유저에게 불편함 줄 수 있는 콘텐츠 수정은 당연한 일"

넥슨 노동조합이 상급 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민주노총이 지난 28일 논의 없이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게임문화 속 페미니즘 혐오몰이를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를 비판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넥슨은 자사 게임 홍보 영상에서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되는 ‘집게 손’이 등장하자, 이를 삭제하고 영상을 제작한 외주 스튜디오에 강력한 대응 방침을 밝힌 상황이었다.

넥슨 노조는 29일 배수찬 지회장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민주노총 총연맹은 우리와 어떠한 논의도, 사안에 대한 이해도 없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건 산하 지회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라면서 “심지어 손가락의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특히 넥슨 노조는 “우리에게 민주노총이 정말 필요한지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것”이라며 “추후 민주노총이 우리 지회에 어떤 득이 되고 실이 되는지 솔직히 나열할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또 “그냥 항의만 하는 시늉이 아니라, 최대한 외부로 확산할 수 있도록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스피커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논란은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블루아카이브’와 님블뉴런의 ‘이터널리턴’(카카오게임즈 서비스) 등 다수의 게임 영상에서 특정 여성단체가 남성의 신체 일부분을 비하할 때 표현하는 ‘집게 손’ 모양이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넥슨코리아는 지난 26일 새벽 자사의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서 여성 캐릭터가 취한 ‘집게 손 모양’이 남성을 비하하는 목적이라는 민원을 접수 받고,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넥슨코리아뿐만 아니라, 님블뉴런도 논란이 된 영상물을 비공개하고 공식 사과했다.

논란이 된 영상들은 외주 업체 ‘스튜디오 뿌리’가 제작했다. 이에 스튜디오 뿌리는 지난 26일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입장문을 올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 믿고 일을 맡겨주신 업체들, 이 사태를 지켜보는 많은 분께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날에는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2차 사과문을 게재했다가 돌연 삭제했다. 논란이 된 영상을 제작했던 직원은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총연맹이 공동주최(여성민우회 주관)한 기자회견이 지난 28일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 진행됐다. ‘넥슨은 일부 이용자의 집단적 착각에 굴복한 집게 손 억지논란을 멈춰라: 게임문화 속 페미니즘 혐오몰이를 규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넥슨 노조는 “콘텐츠 검수는 일의 영역이다. 이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의도를 가졌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떠나, 유저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콘텐츠를 수정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이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콘텐츠 제공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것이 작업자 개인에 대한 검증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면서 “당연히 개인의 1차 작업물에서 불편함이 완벽히 사라진 채 나오긴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를 걸러내는 작업은 사람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작업물에 대한 확인이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넥슨 조합원의 보호를 우선시한다”고 했다. 이번 논란으로 넥슨 직원들은 주말에도 출근해 게임 영상물에 부적절한 표현이 없는 전수 조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많은 넥슨 직원들이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넥슨 노조는 “회사와 논의해 케어 방법을 찾아보고, 고통을 호소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실질적인 개선 방법을 찾아나가겠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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