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ing Star]“섬세한 타기팅 전략 구사… 광고비용 대비 100배 효과로 보답”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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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Biz] 김소연 ㈜지겐코퍼레이션 대표
현수막 벗어난 기발한 옥외광고로 호평
광고주-소비자 위한 스토리텔링 기획
공연-영화예술-글로벌 브랜드 등 저변 넓혀
창업 10년 만에 ‘알짜’ 광고 회사로 우뚝

㈜지겐코퍼레이션 신사동 옥외광고 매체 모습.
㈜지겐코퍼레이션 신사동 옥외광고 매체 모습.
지난해 8월 서울 남산 1호 터널 앞에는 기발한 옥외광고 하나가 걸렸다.

넷플릭스의 영화 ‘서울 대작전’을 홍보하는 이 초대형 특수 광고는 낙하산을 매단 자동차가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액션 장면을 실사로 생생하게 구현해 단번에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모크업(실물 모형)’으로 제작한 자동차를 건물 위에서 낙하산에 매달아 떨어뜨린 실험적 시도는 SNS 등에서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멀리서도 보이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이 멋진 옥외광고를 본 사람들은 그 정교함과 기발한 아이디어에 매료되고 감탄했다. 화끈한 퍼포먼스로 즐거움을 준 이 옥외광고는 이전에 볼 수 없던 감성적인 마케팅으로 소비자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깊은 인상을 줬다.

옥외광고는 전광판이나 현수막 ‘안’에 있어야 한다는 틀을 깨고 역동적인 실사 이미지를 전달한 사례는 광고주 사이에서도 큰 이슈가 됐다.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칸 국제광고제에 출품돼 호평받기도 했다. 그리고 이 관심은 곧 광고를 제작한 ㈜지겐코퍼레이션으로 이어졌다.

2011년 창업한 지겐은 종합 광고 미디어 에이전시다. 국내 유수의 문화 콘텐츠 제작사에 창조적이고 인상적인 홍보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며 흥미로운 마케팅 사례를 여럿 남겼다.

요즘 광고업계에서 이 회사의 선전이 심상치 않다. 최근 문화 마케팅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회사로 떠오르고 있다.

초겨울 추위가 찾아든 11월 중순의 어느 날 첫눈이 막 지나간 서울 명동의 한 카페에서 김소연 지겐코퍼레이션 대표를 만났다. 문화 마케팅 업계에서 여풍(女風)을 일으키는 그는 ‘고객’(광고주) 얘기부터 꺼냈다.

“변하지 않는 가치는 광고주 매출 극대화”
김소연 ㈜지겐코퍼레이션 대표
김소연 ㈜지겐코퍼레이션 대표
“클라이언트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핵심은 ‘고객 만족’이에요. 광고주의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회사도 성장하는 시너지가 발휘됩니다. 창업 11년째를 맞은 지겐코퍼레이션의 변치 않는 지향점도 ‘고객 가치’예요. 광고비용 대비 100배의 효과를 돌려드린다는 각오로 매 프로젝트에 임하고 있습니다. 직원에게도 ‘광고주의 돈은 반드시 갚아야 하는 돈’이라고 늘 인식시키고 있어요.”

김 대표의 명함에 쓰인 슬로건 역시 ‘변하지 않는 가치’다. 이 글귀는 지겐코퍼레이션의 경영 철학이자 존재 이유를 상징하고 있다. 나아가 ‘광고주의 매출 극대화’라는 이 회사의 궁극적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회사만 보면 경쟁 광고회사와 가격경쟁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고객을 보면 가치 경쟁을 하게 되지요. 글로벌 브랜드를 주력으로 전개하다 광고 시장이 어렵다고 속칭 ‘물량 떼기’(양적 경쟁)나 가격경쟁은 안 합니다. 보리밥을 먹더라도 버텨야죠. 가치 경쟁으로 밀고 갑니다.”

그의 말처럼 지겐코퍼레이션의 진짜 경쟁력은 모든 업무에서 극대화된 효율을 거둬 ‘고정 팬’을 확보한 것이다. 마케팅 비용의 100배를 돌려주겠다는 각오라니 고객사 입장에서는 이만 한 파트너도 없는 셈이다. 광고주들로부터 ‘말이 좀 통하는 회사’ 소리를 듣는 비결도 여기에 있다.

고객 가치를 높여 팬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가 강조하는 건 ‘지겐만의 고유한 색깔’이다. 수많은 광고회사 중 최고의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및 문화 마케팅 브랜드가 되는 일. 그 자체의 컬러를 유지하며 방향성을 갖춰야 고객에게 어떻게 지겐을 알릴지, 어떤 방식으로 경쟁력을 보여줄지 전략을 세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15년 가까운 마케팅 경험을 통해 스스로 던진 무수한 질문과 답이 여기에 응축돼 있다.

40대의 젊은 피, 여성 특유의 소프트파워를 무기로 앞세운 김 대표는 코로나 외부 폭격을 극복하고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부침이 심한 광고업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큰 거래를 믿고 맡길 광고주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신뢰도다. 그의 성품과 인상에는 적지 않은 세월, 그가 만든 콘텐츠를 인정하는 거래 고객들과 쌓아온 신뢰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외모에 똑 부러지는 말투, 그리고 글로벌 및 문화마케팅, 특히 옥외광고 시장에 능통한 정보력과 인맥. 그가 지닌 강점이다.

10년간 200개 빅 프로젝트… 옥외 매체 개발에서 시공까지
㈜지겐코퍼레이션 홍대 앞 옥외광고 매체.
㈜지겐코퍼레이션 홍대 앞 옥외광고 매체.
지겐코퍼레이션은 겉으로 보기에 평범해 보이는 광고회사지만 사실은 소리 없이 강하다. 경쟁사가 날로 어려워지는 경영 환경에 생존을 걱정할 때에도 이 기업은 10년간 200개 넘는 빅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며 비전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발판을 다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겐코퍼레이션을 강소기업으로 키운 비결을 ‘크리에이티브’(독자적이고 창의적인 요소)라고 딱 잘라 말했다.

‘창의적’이라고 평가받는 직업의 공통점은 전에 없던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거나 경쟁자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능력을 보여주는 식이다.

김 대표는 특유의 크리에이티브와 추진력으로 광고회사 설립 10년 만에 지겐을 업계 선두 그룹에 진입시켰다. 매체 개발 및 광고 기획, 플래너, 시공팀 등 각 분야의 전문가 15명이 그와 함께 일한다.

지겐의 광고 서비스는 단순한 옥외 매체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광고주와 소비자를 위한 스토리텔링 기획으로 옥외광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인다는 평가다. 한남동과 신사동, 명동, 종로, 홍대 등 서울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주요 지역에 옥외광고 매체를 가지고 있다. 사명인 ‘지겐(Siegen)’의 독일어 의미는 ‘이긴다, 승리한다’로 그의 의지와 닮았다.

지겐코퍼레이션은 영화와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문화 영역에서 광고 기획 및 옥외광고계의 선두 주자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 왔다.

시작은 광고대행사였다. 주로 공연예술 홍보를 했다. 뮤지컬 ‘맘마미아’와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 등 국내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한 밀리언셀러들의 옥외광고를 도맡아 했다. 영화 ‘분노의 질주’와 ‘쥬라기 월드’ ‘오펜하이머’ ‘범죄도시’ 등도 지겐코퍼레이션의 섬세한 타기팅 광고 전략이 빛을 발한 사례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부문에서는 넷플릭스의 ‘서울 대작전’을 비롯해 ‘킹덤’ 등의 옥외광고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또 샤넬과 구찌, 버버리, 불가리 등 명품 브랜드는 물론 포르셰와 벤츠, 랜드로버 등 자동차 광고까지 맡아 실력을 입증받았다.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협업한 브랜드의 옥외광고도 맡아 실적을 끌어올렸다. 모두 문화의 힘을 잘 활용한 지겐코퍼레이션의 영리함과 대담함이 빛났던 문화 마케팅 사례다.

문화 마케팅은 이미지와 스토리를 가지고 감성에 소구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마케팅과 차별화된다. 문화 및 예술 콘텐츠를 어떻게 널리 알리고 소비시킬 수 있을지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옥외광고는 그동안 상업적 광고가 주류를 이뤘지만 지겐은 이를 문화예술 분야로 저변을 넓혀 신시장을 개척했다. 뮤지컬과 영화 등 문화예술 분야의 광고 기획력은 단연 독보적이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 분야의 마케팅 활성화 및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김소연 대표가 대기업 카르텔을 뚫고 옥외광고에 공연계를 접목한 문화예술 광고 시장의 개척자란 별명을 가진 이유다.

김 대표는 “문화 마케팅은 변화가 빠르고 유행에 민감해서 새로운 기획, 차별화된 결과물을 늘 고민해야 한다”며 “하루하루가 늘 새롭다”고 했다.

“보리밥을 먹어도 간다”… 대기업 퇴직 후 도시락 투혼
김 대표는 세 번의 결정이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첫 번째는 어릴 적 꿈이었던 산업 디자이너에서 진로를 바꾼 것, 두 번째는 대기업에 들어간 것, 세 번째가 지겐코퍼레이션 대표가 된 것이다.

그녀는 대학 졸업 후 SKT 전략기획팀에 입사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대기업들이 문어발 투자를 늘릴 당시 지하철 및 이동 방송을 하는 코레일 산하단체와 인연을 맺고 광고 프로젝트 업무를 맡았던 게 그의 인생을 바꿨다. 이후 벅스뮤직 마케팅팀장으로 스카우트돼 현장 경험을 쌓다가 광고주들의 제안으로 독립했다.

“사무실에 앉아 열심히 전화 응대를 하다 보니 광고주분들이 찾아주셨어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등 떠밀려 인생의 궤도를 바꿨지만 좀 더 다이내믹한 광고업계에 매력을 느껴 결국 새로운 직종에 ‘올인’하기로 결심한 거죠. 그냥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문화를 활용한, 문화를 위한’ 다이렉트 마케팅 사업을 토대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립하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그의 역량이 필요한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김 대표는 “당시 옥외광고 시장은 상업 제품 위주의 정체된 산업이었지만 공연예술 등 문화 마케팅으로 틈새를 공략하면 호응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 섰다”며 “그동안의 경험과 노력을 쏟아붓는다면 의미와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고 한다.

옥외광고 업계에서 여성 창업자로 활동하는 것은 녹록지 않다. 가장 어려웠던 일은 광고주에게 문화와 예술을 결합한 마케팅 사업을 이해시키고 잠재력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강남에 10평짜리 오피스텔을 얻어 직원 두 명을 두고 시작한 사업의 출발은 막막했다.

뚜벅뚜벅 성장해 온 회사는 머지않아 생존 위기를 맞았다. 관공서 업무를 믿고 맡긴 직원의 배신으로 창업 이래 처음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사기 피해에 소송까지 진행하자니 고단한 날의 연속이었다. 식비를 아끼려고 도시락을 싸서 출근해 악착같이 버티며 고군분투했다. 잡지 사업도 잠깐 했지만 빚만 남기고 접었다. 돌아가자니 너무 멀리 왔고, 계속 가자니 살아남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막막한 시절이었다.

위기 때 정신적 기둥이 된 건 택시 운전으로 세 딸을 보란 듯이 키운 김 대표의 부친이었다.

김 대표는 “제1의 멘토인 아버지는 늘 더불어 사는 사회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했다”며 “마음을 다잡은 것도 부친의 지적 토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의 시간을 변신을 위한 준비 기간으로 활용하자는 김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는 “시련을 넘으며 새로운 도전도 시작됐다”며 “마케팅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장을 위해 항상 남보다 한발 앞서 생각하고 뛰며 늘 인생의 중심에 자사 기업이 있었다”라고 했다.

김 대표의 취미는 ‘생각하기’다.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마케팅을 만들고, 창의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한다. 공상이나 상상도 그에게는 사업 밑천이 된다. 다만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의 머릿속을 항상 채우고 있는 효율의 물음표는 사업 10년 만에 매출을 15배 이상 성장시킨 신화의 배경이 됐다.

“지금도 매일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24시간을 쪼개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많고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누구나 어디서든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있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 말대로다. 포기와 한계, 뭇사람들에게는 거대한 벽이지만 그녀의 시각에서는 그저 하나의 또 다른 도약대일 뿐이다. 멈추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면 목적지에 이른다는 거북이의 미학은 그녀에게 결코 환상이거나 미몽이 아니다.

“너무 열정적이어서 많이 피곤하다”는 그녀는 이제 SNS를 옥외광고에 접목하고,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뛰어넘어 변화된 3차원(3D) 광고와 가상현실 등 디지털 신기술 마케팅으로 지겐코퍼레이션의 2.0 시대를 조용히 열어가고 있다.

창업 10년이 훌쩍 지나고, 30대 열혈 청춘에서 불혹을 넘겼지만 ‘판세’를 읽는 눈은 생기를 잃지 않았다. 문화 마케팅 업계에서 파격과 혁신의 이단아라 불리는 ‘라이징 스타’의 모습이다.

황해선 기자 hhs255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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