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에 진심인 롯데그룹… 티 내지 않는 롯데식 ‘올드머니룩’ 상생·투명경영

  • 동아경제
  • 입력 2023년 11월 1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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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상장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의무화
중소기업 상생 강화… 2016년부터 동반성장 프로그램 운영
친환경 사업 확대… ‘2040 탄소중립’ 목표
서울 벚꽃명소 ‘석촌호수’ 수질 개선
준법·윤리경영 강화 박차… 국제표준 인증

롯데그룹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경영전략회의에서 특별히 ESG를 강조했다고 한다. 신 회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반으로 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사업 관점과 시각 변화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형 성장과 함께 현금흐름 관리 강화가 필요하고 언제나 ESG 관점에서 모든 사업과 업무를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다.

롯데는 체계적이고 투명한 경영 시스템 정립에 주력하면서 지난 2021년 ESG경영을 공식 선포했다. 2021년 10월부터 상장사 이사회 내 ESG위원회 설치 및 ESG전담팀을 운영하고 있고 상장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의무화했다. 전 상장사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의무화한 재계 그룹은 롯데가 처음이다.

롯데는 그룹 전반적으로 ESG 활동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편이다. 각종 신상품 알리기와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롯데의 ESG 활동이 최신 패션 트렌드인 ‘올드머니룩’과 부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요란하게 티를 내지 않고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올드머니룩과 조용하고 묵묵히 실천하는 롯데의 ESG 활동이 묘하게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롯데는 지난달 중소기업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 인 자카르타를 개최했다.
롯데는 지난달 중소기업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 인 자카르타를 개최했다.
○ ‘상생’ 헤리티지 갖춘 롯데그룹… 중소기업 동반성장 프로그램 확대
실제로 롯데는 ESG경영 일환으로 ‘상생’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나흘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국내 중소기업 현지 진출을 돕는 ‘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 인 자카르타’를 개최했다. 특히 롯데는 최근 그룹 차원에서 동남아 시장 공략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를 오픈하고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돌입한 상태다. 자카르타가 수도인 인도네시아 역시 동남아 시장 핵심 거점으로 꼽히는 국가다. 인구와 자원이 풍부해 유통업계 뿐 아니라 각종 산업계가 주목하는 지역이다.

자카르타에서 열린 행사에는 롯데지주를 포함해 유통군 6개사(롯데홈쇼핑,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면세점, 롯데하이마트, 코리아세븐)가 참여했다. 국내 중소기업 50개 업체와 인도네시아 현지 바이어를 연결해 주는 상담회를 운영했고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현지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세션을 통해 현지 입점 노하우와 제품 현지화 컨설팅 등을 제공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현지 업체가 한국에 진출할 수 있는 상담도 병행해 양국 중소기업을 돕는 ‘윈윈’ 행사였다는 평가다.

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는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롯데그룹의 대표적인 동반성장 프로그램이다. 처음 개최한 시기는 지난 2016년. 롯데는 국내에서 ESG라는 용어가 익숙해지기 전부터 동반성장을 꾀하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자카르타 행사를 포함해 17회째를 맞았다. 지난 16회까지 누적 상담 건수는 8513건, 수출 상담 금액 규모는 약 1조3000억 원을 기록 중이라고 한다. 지난 5월 호주 행사부터는 개최국 중소기업의 한국 진출을 지원하는 수입상담도 운영한다.
롯데는 중소기업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를 개최했다. 해외 진출 노하우를 공유하고 현지 바이어 상담 기회 등을 제공했다.
롯데는 중소기업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를 개최했다. 해외 진출 노하우를 공유하고 현지 바이어 상담 기회 등을 제공했다.
지난 2018년에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전 계열사 ‘상생결제 제도’도 도입했다. 여기에 동반성장펀드 조성, 파트너업체 대금 조기지급 등을 추진하면서 상생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사회공헌활동으로도 나눔을 실천해왔다. 올해 6월에는 전라남도 여수시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대한상공회의소, 하나금융그룹 등과 함께 ‘제3차 다함께 나눔 프로젝트’ 행사를 열고 지역 아동 돌봄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사업 중 하나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릴레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롯데는 여성과 아동 테마로 마련된 이번 나눔 활동에 동참했다. 15억 원을 투입해 여수시를 포함한 전국 4개 지역에 놀이터를 건립하기로 했다. 여수시와 협의해 부지를 선정하고 지역 아동 의견을 반영해 친환경 놀이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실내 놀이터부터 공공 놀이터 등을 조성하고 일부 노후화된 놀이터는 친환경 자재를 활용해 리모델링 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롯데의 ESG경영은 직원 채용 과정에도 반영됐다. 지난 2013년 국내 기업 중 최초로 ‘다양성 헌장’을 선포한 바 있다. 서로 다른 사고를 가진 인재들이 존중받고 일할 수 있는 여건과 조직문화를 조성한다는 취지다. 구성원 성별과 문화, 신체, 세대 등과 관련된 차별을 철폐하는 것에 중점을 둔 헌장이다. 여성 인재 채용과 육성, 여성 리더십 프로그램 운영 등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그 일환으로 롯데지주는 매년 ‘롯데 다양성 포럼’을 개최하고 있으며 2021년부터는 여성 인재 중심이었던 다양성 주제를 세대와 장애, 글로벌 영역까지 확장했다.
롯데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제3차 다함께 나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약 15억 원을 투입해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놀이터 4곳을 조성하기로 했다.
롯데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제3차 다함께 나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약 15억 원을 투입해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놀이터 4곳을 조성하기로 했다.
○ ESG 기반 친환경 사업 확대… ‘2040 탄소중립’ 목표
친환경 사업의 경우 별도로 전담 팀(ESG팀)을 구성해 추진한다. 기후위기 대응과 자원선순환, 수자원보호 등 중점 영역과 추진 테마를 수립해 친환경 비즈니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롯데 관계자는 강조했다. 특히 각 계열사들과 힘을 모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2040 탄소중립’ 달성에 전사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0년 단위로 탄소배출 감축과 친환경 기여 목표를 설정해 단기적으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는 혁신기술 적용과 친환경 사업 등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친환경 및 탄소중립에 대한 진정성을 공유하기 위해 지난 5월 25일부터 2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회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도 참가해 롯데그룹 부스를 운영했다. 2040 탄소중립 비전을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전환과 탄소포집, 에너지 효율 개선, 수소에너지, 연료 전환, 무공해차 전환 등 6대 핵심과제를 선정해 그룹 차원 로드맵과 계열사 친환경 사업 등을 소개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5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회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 참여해 부스를 운영했다. 2040 탄소중립 등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친환경 로드맵과 비전을 소개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5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1회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 참여해 부스를 운영했다. 2040 탄소중립 등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친환경 로드맵과 비전을 소개했다.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친환경 활동도 선보였다. 유통 계열사의 경우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와 무라벨 제품 등을 전시했다. 롯데케미칼의 플라스틱 선순환을 위한 ‘프로젝트 루프’ 제품과 각 계열사 재활용 사례 등을 공유했다. 롯데 유통군이 진행하는 ‘RE:EARTH’, 롯데칠성음료의 ‘ReGreen’ 등 환경 개선을 위한 그린캠페인도 소개했다. 롯데건설의 탄소저감 친환경 콘크리트와 롯데정보통신의 자율주행셔틀, 메타버스, 전기차 충전 플랫폼 등에 대한 체험존도 운영했다.

송파구청과는 지난 2021년 8월부터 자연호수인 석촌호수를 편안하고 깨끗한 쉼터로 만드는 수질 개선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계열사 3곳(롯데백화점,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도 참여했다. 기존 3곳과 함께 6개 계열사가 수질 개선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석촌호수에 보트를 띄워 정화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생태 전문가와 서울시민으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을 운영 중이다. 현재 석촌호수는 서울을 대표하는 벚꽃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2년간 꾸준한 수질 개선 노력으로 실제 석촌호수 투명도가 기존 0.6m에서 최대 2m 수준으로 개선됐고 수질도 3급수에서 2급수로 상향됐다. 2급수는 목욕이나 수영을 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끓이거나 약품 처리를 거치면 식수로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올해 7월 16일에는 석촌호수에서 도심 속 이색 스포츠 대회 ‘2023 롯데 아쿠아슬론’을 개최하기도 했다. 석촌호수 동호를 두 바퀴 수영한 뒤 롯데월드타워 123층까지 2917개 계단을 오르는 코스에서 대회가 펼쳐졌다. 800여 명이 참가해 많은 호응을 얻었다. 특히 대회 직전 전문기관에 수질 검사를 의뢰한 결과 석촌호수는 수질환경기준 대부분 항목에서 1등급 판정을 받기도 했다.
올해 석촌호수 일원에서 개최된 도심 스포츠 대회 2023 롯데 아쿠아슬론
올해 석촌호수 일원에서 개최된 도심 스포츠 대회 2023 롯데 아쿠아슬론
○ 준법·윤리경영 강화… 국제표준 인증 확대
ESG에서 지배구조를 말하는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선진화에 노력하고 있다. 선진적인 지배구조 정착과 주주가치 제고, 준법 및 윤리경영 실천, 리스크 관리강화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 중이다. 2016년 준법경영 선포 후 컴플라이언스 핵심 내용을 담은 준법경영 헌장을 다음 해에 제정해 준법경영 시스템을 강화했다.

롯데지주는 지난 5월 준법경영실장을 규범준수 책임자로 선임한 후 규범준수경영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모든 부서 컴플라이언스 리스크를 분석 및 관리할 수 있도록 통제 목표를 수립하는 등 ISO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규범준수경영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달 15일에는 규범준수경영시스템 ‘ISO37301’ 국제표준 인증을 실제로 획득했다. 롯데지주 외에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케미칼 등 총 11개 계열사가 해당 인증을 획득했다. 롯데지주는 보다 많은 계열사들이 이 인증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정기적으로 컴플라이언스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임직원 스스로 규정 준수 여부를 점검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해 이행여부를 정기적으로 관리한다. 국내외 그룹사들의 준법경영체계 강화를 위해 2020년 7월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업무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체계를 고도화하기도 했다. 컴플라이언스 업무 가이드라인에는 전담조직 설치와 리스크 식별 방법, 교육, 모니터링, 활동 등에 대한 보고체계 구축 등 컴플라이언스에 관한 제반 업무를 유기적이고 효과적으로 이행하는데 필요한 사항들이 포함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국내 기업 중에서 ESG경영을 선도적으로 실천해온 업체지만 자세한 내용들이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며 “보여주기 식으로 알리기보다 진정성 있는 행동에 중점을 두고 ESG 활동을 실천하는데만 집중하기 때문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ESG에 진심을 담은 롯데그룹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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