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女 고용 증가 이면엔… “경력 끊기느니 아이 대신 일 선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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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시장 ‘30대 여풍’의 그늘]
자녀없는 79%가 경제활동 참여
자녀있는 30대女는 54% 그쳐
일터 돌아온 워킹맘 시간제 내몰려

《30대女 고용 증가 이면엔… “아이 대신 일 선택” 대부분 비정규직

고용시장에 ‘30대 여풍’이 거세다. 지난해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6.4%로 5년 전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30대 남성의 참가율이 오히려 뒷걸음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를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일터에 엄마들이 돌아온 게 아니라 아이 대신 일을 선택한 여성이 늘어난 결과라는 것이다. 또 늘어난 여성 일자리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일·가정 양립의 갈 길이 아직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기술(IT) 회사에 다니는 강모 씨(32)는 최근 자녀 없이 남편과 단둘이 사는 ‘딩크족’이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임신 후 회사 압박에 못 이겨 제 발로 일을 관둔 동료를 보면서다. 임신 소식을 알린 직후부터 동료는 매일 면담에 불려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보고해야 했다. 사실상 짐 싸서 나가라는 압박이었다. 급여를 줄 여력이 안 되니 출산휴가는 쓰지 말라는 말도 들었다. 강 씨는 “그녀를 보면서 임신하는 순간 사회생활은 끝이라는 걸 실감했다. 남편 월급으로는 생활이 빠듯하고 집에만 있고 싶지도 않아 아이를 안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고 했다.

30대 여성이 일자리 회복세를 이끌며 고용시장에 ‘30대 여풍’이 불고 있지만 이를 긍정적으로만 보긴 어렵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일터에서 사라졌던 ‘워킹맘’이 돌아온 것이 아니라 미혼, 딩크족 등 아이 대신 일을 선택한 여성들이 늘어난 결과라는 것이다. 일터로 돌아온 여성들마저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에 내몰리고 있다.

● 자녀 있는 30대 여성, 절반만 경제활동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0일 내놓은 보고서 ‘30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의 배경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30∼34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75.0%로 5년 전보다 8.8%포인트 뛰었다. 35∼39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64.6%로 2.5%포인트 상승했다. 30대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5년 새 1.8%포인트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가장 많이 끌어올린 요인은 자녀가 있는 여성의 비중 감소로 분석됐다. 30대 초반 여성의 경우 자녀가 있는 여성이 줄면서 끌어올린 경제활동 참가율은 5.3%포인트였다. 8.8%포인트 가운데 5.3%를 자녀가 있는 여성의 비중 감소가 밀어 올렸다는 뜻이다. 30대 후반의 경우에는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 폭보다 더 큰 2.6%포인트를 자녀가 있는 여성의 비중 감소가 끌어올렸지만 다른 요인들이 참가율을 깎았다.

일터와 취업전선에 뛰어든 30대 여성이 크게 늘어난 건 아이 대신 일을 선택하는 여성이 더 많아진 결과라는 뜻이다. 실제로 자녀 유무에 따라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차이가 벌어졌다. 지난해 자녀가 없는 30대 여성 10명 중 8명(78.7%)은 일하고 있거나 일을 구하고 있었다. 자녀가 있으면 이 비중은 10명 중 5명(53.5%)으로 뚝 떨어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상승세는 미혼, 딩크족이 늘어난 것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며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여건도 과거보다 좋아졌지만 자녀 양육은 여전히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했다. 그는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가 저출산 현상의 심화와 함께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세 둔화, 연금 및 정부 재정 악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 여성 일자리 질도 제자리걸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은 떨어진다. 올 8월 여성 비정규직은 456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6만2000명(1.4%) 늘었다. 반면 남성 비정규직은 2.6%(9만6000명) 감소했다. 여성 비정규직 중에서도 시간제 근로자 증가세(6.6%·16만9000명)가 특히 두드러졌다. 늘어난 시간제 근로자 10명 중 9명은 여성이었다.

출산과 함께 회사를 관둔 장모 씨(33)도 아이가 6세가 된 올해부터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하루 3시간씩 주 4일 일하며 최저시급을 받는 그는 “주휴수당을 위해 주 15시간 이상 일하고 싶었는데 그런 자리는 없었다”며 “아이가 더 크면 정직원으로 취업하고 싶은데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경력단절 여성을 피하는 것 같아 자신이 없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여성 시간제 근로자가 급증한 데 대해 “경력단절 여성의 고용시장 재진입이 활발해졌다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간제 일자리가 대부분 저임금인 것을 고려하면 여성들이 불안정 고용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시간제로 일하는 여성의 월급은 평균 101만9000원으로, 남성보다 20만 원 가까이 적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늘어난 30대 여성 일자리 대부분이 ‘비정규직 중의 비정규직’인 시간제 일자리”라며 “정말로 일·가정의 양립이 되려면 여성들이 원래 있던 직장으로 돌아가 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30대女 고용 증가#경력#아이 대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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