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이사회, ‘화물사업 매각’…끝내 결정 못했다

  • 뉴시스
  • 입력 2023년 10월 30일 22시 28분


코멘트

“독자생존 불가” vs “배임죄 성립” 난상토론만
합의점 못찾고 이사회 종료…추후 재개 예정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절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화물사업 분리 매각 여부’ 결정을 놓고 난상토론에 나섰지만 이사들간 입장차가 커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정회했다. 아시아나는 향후 이사회를 다시 열고 재논의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다음날 31일에도 결론을 못내릴 경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의 합병 승인을 받기 위한 시정안 제출 기한을 넘길 수 있어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사실상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이사회는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이사회를 개최하려 했지만 시작 직전 장소를 변경해, 종로구 소재 오피스에서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회는 정확한 장소 변경 이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자들의 취재가 부담스러워 장소를 급하게 바꿨다는 전언이 들린다.

이날 이사회에는 돌연 사임한 사내이사인 진광호 아시아나항공 전무를 제외한 5명이 출석해 화물사업 분리 매각에 대한 난상토론을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약 8시간에 걸친 회의를 진행했지만 이사회 내부에서도 빠른 매각을 주장하는 인사가 있는 반면 배임죄 성립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인사가 각자 자기 주장만 펼치다가 표결조차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사업부 매각에 찬성하는 쪽은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속도감있게 진행한 뒤 자금을 수혈받아 아시아나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합병이 성사되지 않으면 독자생존하기 힘들다는 것도 이들 주장의 근거다.

반면 화물사업부 매각에 반대하는 이들은 매출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화물사업부를 현 시점에서 매각하는데 찬성할 경우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에 따른 손해는 물론 주주가치 훼손 등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논리다.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의 표에 대한 유효성 논란도 이사회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유로 거론된다.

지난 3년간 대한항공 측에 자문을 해온 윤 고문의 찬성으로 3대 2로 화물사업이 가결되면 뒷말이 무성할 수 있어 찬성이든 반대든 상대진영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고 이로인해 표결을 진행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 이사회 구성원들이 화물사업 분리 매각에 대한 토론이 길어졌고 표결을 진행하지 못해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아시아나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이사회를 다시 열고 화물사업 매각에 대한 논의를 재개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이사진의 화물사업 분리 매각 결론이 미뤄진 것과 관련해 오는 31일까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에 제출하기로 예정된 시정안에 대해 양해를 구한 뒤 연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EC가 대한항공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시정안 제출을 못해 합병이 무산되는 최악의 상황은 나오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사회 결정 자체가 필요 없게 되는 것은 아니어서 이사회의 용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