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위기는 BTS 때문이라고?

  • 주간동아
  • 입력 2023년 10월 28일 0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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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시세조종 혐의로 카카오 법인 검찰 송치… ‘카뱅’ 대주주 자격 박탈 위기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10월 23일 금융감독원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포토라인에 섰다. 2019년 금감원이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출범한 이래 포토라인에 선 이는 김 센터장이 처음이다. 그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인수전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고 벌인 시세조종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사경이 ‘재계 15위’ 카카오그룹을 정조준한 가운데 금감원이 10월 26일 카카오뱅크 대주주인 카카오 법인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면서 카카오의 대주주 적격성에 빨간불이 켜지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출석하고 있다. [동아DB]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출석하고 있다. [동아DB]


“여러 차례 경고했다”


“권력이나 돈이 있는 분들, 제도권에서 제도를 이용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분들의 불법에 대해서는 우리가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최근 건은 우리가 경고를 한 이후 발생했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 관련자들의 책임 등에 대해 엄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10월 24일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금융의 날’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특사경이 김 센터장을 정조준한 상황에서 이 금감원장이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한 것이다. 실제로 해당 발언이 있고 이틀 후 특사경은 구속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관계자 3명과 카카오, 카카오엔터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불공정거래, 공개매수 방해, 대량보유 보고 의무(5% 룰) 위반 등이 세부적인 이유다. 특사경은 이들에 대한 송치를 두고 ‘우선 송치’라고 밝혔다. 카카오그룹을 향한 수사가 마무리된 것이 아닌 셈이다.

재계의 관심은 김 센터장까지 검찰 수사 대상이 확대될지 여부다. 특사경은 앞서 10월 23일 김 센터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고, 15시간 40분간 ‘마라톤 조사’를 벌였다. 특사경은 이날 김 센터장이 시세조종 의혹에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사경은 김 센터장이 SM엔터 인수전 과정을 보고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사경은 8월 김 센터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문서와 전산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카카오 실무진의 휴대전화에서 시세조종 정황이 담긴 통화 녹음 파일과 문자메시지 등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사경이 김 센터장을 공개적으로 포토라인에 세운 점 역시 수사에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일련의 ‘김범수 위기’ 중심에는 특사경과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있다. 이번 사태는 2월 카카오엔터가 하이브와 SM엔터를 놓고 경쟁하면서 촉발됐다. 카카오엔터는 경쟁사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를 방해하고자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이브는 2월 10일부터 3월 1일까지 SM엔터 주식을 주당 12만 원에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기간 SM엔터 주가가 12만 원을 웃돌면서 목표 수량(595만1826주)의 3.92%에 불과한 23만3817주만 인수해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

특사경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실패 배후에 카카오그룹이 있다고 봤다. 경쟁사였던 카카오엔터 측이 2400억 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위로 끌어올렸다는 혐의다. 특히 사모펀드(PEF)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원아시아)와 이 회사가 출자한 헬리오스 1호 유한회사가 2월 16일 SM엔터 주식을 대량 매집한 것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은 원아시아와 카카오그룹이 공모했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태영 원아시아 사장은 배재현 투자총괄대표와 과거 CJ그룹 미래전략실에서 함께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통 ‘이복현 체제’서 급부상한 특사경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월 6일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월 6일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특사경은 카카오그룹 측이 SM엔터 주식 대량보유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공개매수 등을 통해 3월 28일까지 SM엔터 지분을 각각 20.76%, 19.11% 취득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본인과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의 합계가 해당 주식 총수의 5% 이상이 되면 5영업일 이내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특사경은 “이번 불법행위는 공정한 증권 거래와 기업지배권 경쟁을 위한 자본시장법의 핵심 제도인 불공정거래 규제, 공개매수제도, 5% 룰 등을 형해화하는 것”이라며 “주가 급등락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을 저해해 손해를 끼친 것은 물론, 인수 경쟁에서 불법과 반칙이 승리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특사경의 자신감 있는 행보 배경에는 특수통 검사 출신인 이 금감원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사경은 2019년 출범해 같은 해 9월 하나금융투자(현 하나증권) 연구원의 선행매매 혐의를 강제수사하며 첫 삽을 떴지만, 그간 기대와 달리 굵직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이 금감원장이 취임했고, 특사경에도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이어졌다. 이 금감원장은 검찰 재직 당시 특수·경제통으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그는 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기업 전문가이기도 하다.

재계 15위 카카오그룹을 대상으로 한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향후 특사경의 위상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카카오그룹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이 금감원장은 김 센터장 소환 다음 날인 10월 24일 “법인에 대한 처벌 여부 등을 적극적·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실제로 카카오 법인이 검찰에 송치됐다.

시장은 특히 “카카오의 불법거래를 통한 경제적 이득을 박탈할 것”이라는 이 금감원장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SM엔터 인수를 스스로 포기하도록 카카오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카카오뱅크’ 카카오 떠나나


카카오그룹은 이번 사태로 일부 계열사가 분리될 위험에 처했다. 추후 카카오가 법원에서 벌금형 이상 처벌이 확정되면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가 경제 관련 법령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으면 대주주 자격을 잃고, 보유 지분 중 10%를 초과하는 부분을 매도해야 한다. 특사경은 “금감원은 은행법·자본시장법 관련 조치 필요사항과 향후 심사 과정에서의 고려사항도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최대주주로 전체 지분의 27.17%를 보유하고 있다(표 참조). 자칫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지분 17.17%를 넘기는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최대주주로 떠오를 수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6월 30일 기준 카카오와 한국투자증권의 카카오뱅크 보유 지분 차이는 1주다. 카카오가 1억2953만3725주, 한국투자증권이 1억2953만3724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두 법인과 다른 대주주 간 지분 차이가 큰 만큼, 카카오 지분이 시장에 풀릴 경우 한국투자증권이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카카오 측은 합법적 범위에서 SM엔터 인수전을 펼쳤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변호인단은 “하이브와 SM엔터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서 “하이브나 SM엔터 소액주주 등 어떤 이해 관계자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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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412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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