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화권 증시의 긍정적인 요인은 크게 네 가지다. 우선 부동산 분야에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였던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문제가 된 역내 위안화 채권의 만기를 모두 3년가량 연장했다. 이자 지급 시점마다 증시를 흔들 수 있는 위험이 다소 완화된 것이다. 두 번째로 부동산 주택 거래 규제를 푼 것도 호재다. 특히 10여 년 만에 1선 도시인 베이징, 상하이 등의 부동산 규제가 완화된 점이 의미가 있다. 1선 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회복되는 흐름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증시 활성화 정책을 시행하는 게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8일 증권 거래 인지세를 기존 0.1%에서 0.05%로 인하했다. 이달 8일부터는 신용거래 증거금 비율도 기존 100%에서 80%로 내렸다. 주택가격 부진으로 위축된 소비심리를 개선하기 위해 증시를 부양하는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부정적 요인도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부동산 지표가 여전히 부진하다. 지난달 말 주택 거래 정책 완화 이후 1선 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회복되고 있지만, 중소형 도시의 부동산 지표가 회복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둘째, 실물지표 개선 속도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 있다. 소비나 생산 등의 지난달 주요 지표는 낮아진 시장의 눈높이를 웃돌았지만 다음 달 17일 발표될 9월 실물지표가 기대치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는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기 어렵다.
셋째, 중국의 중장기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갈등과 벤처 투자 및 연구개발 투자 둔화는 중국 잠재 성장률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장기 투자자가 느끼는 중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넷째, 화웨이가 최신형 스마트폰인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한 후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제재 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시점에서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중국 경제의 긍정적, 부정적 요인을 고려하면 중화권 증시는 단기적으로 횡보하는 흐름이 예상된다. 지난달 증시 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게 낮아져 하방 압력이 제한적이지만, 부정적 요인을 고려하면 상승 여력 또한 크지 않다. 다음 달 중순 발표될 9월 실물지표가 증시 방향성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중국 실물지표가 2개월 연속 시장 예상치를 웃돌면서 분위기 반전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