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 여전히 어려워” “환경규제 부담” 中企人들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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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리더스포럼 400여명 참석
국내외 경영환경 악화에 고충 토로
중기중앙회 “24개 법 개정 사항
국회가 킬러규제 완화 나서야”

12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제주에서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이 열리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400여 명의 중소기업인을 비롯해 이명박 전 대통령,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참가했다. 서귀포=뉴시스
“경기(景氣)가 좋고 나쁘고를 따질 게 아니라 경기가 아예 없는 수준입니다.”

12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제주에서 개최한 ‘202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현장. 철강 폐기물 재활용업체 사장 민모 씨(57)는 최근 경영 상황을 묻자 한숨을 쉬며 이렇게 전했다. 민간 소비가 활성화돼야 폐기물이 나와 재활용 제품을 만들 수 있는데 경기가 가라앉고 소비가 줄어들면서 폐기물 생산량이 급감했다는 것. 민 씨는 “폐기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당시보다도 줄어들어 매출이 코로나19 때보다 40%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전국 중소기업인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이 겹친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한 걱정을 쏟아냈다. 기계·장비 판매업을 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환율이 너무 높아 고민”이라며 “환율이 조금만 움직여도 일반 사람들은 10∼20원 손익을 보겠지만 우리처럼 수출, 수입이 많은 업종은 억대의 금액 차이가 나니 기업을 경영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경기까지 둔화되며 국내외 규제 환경까지 달라지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철강 폐기물 재활용업체 사장 김모 씨는 “2026년부터 도입되는 탄소국경조세제도(CBAM)에 대응할 방안이 가장 고민”이라고 밝혔다. CBAM은 2026년부터 유럽에 수출하는 철강 등 6개 제품군에 탄소 배출량 추정치를 반영한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이다. 김 씨는 “철강 재활용품을 납품받는 대기업들이 CBAM 때문에 단가를 낮출 수도 있어 불안해하고 있다”며 “대기업이야 이런 규제 환경 변화를 버틸 수 있지만 작은 비용에도 생존이 갈리는 중소기업들에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고 말했다.

경남 지역에서 중소형 마트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대기업이 중심이 된 편의점이 골목상권으로 들어와 중소형 마트는 설 곳이 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온라인 배송이 일상화되며 코로나19 때 타격을 입었는데 회복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트 업주 A 씨는 “자동화 전환 등 생존 방안을 모색하려 해도 60대 업주가 막내급일 정도로 고령화된 중소 마트 업계는 신기술에 적응하기도 어렵고 한계가 있다”고 했다.


최근 정부의 규제개혁 움직임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광식 대구기계공구상협동조합 이사장(61)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비자 요건을 정부가 완화해줘서 인력이 부족한 지방 산업현장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을 막상 고용하려고 업종이나 업무별로 세세하게 업무 가능 여부를 따지거나 외국인 고용을 위한 행정 절차가 비교적 오래 걸려 아예 포기하게 되는 등 ‘틈새 규제’들이 여전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소기업의 어려운 경영 환경을 타개하려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합심해 규제를 풀 수 있는 부분은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산업계는 고물가·저성장으로 힘든데 정치권은 여야 막론하고 서민경제를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기가 좋아야 국민들도 행복할 수 있는 만큼 기업이 잘 굴러가게 고민하는 모습을 정치권이 보여 줬으면 한다”고 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규제의 90%는 정부가 고칠 수 있지만 10%는 국회가 나서야 한다”며 “중기중앙회가 발굴한 100대 규제 중 24개가 법 개정 사항인 만큼 국회가 킬러 규제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주 52시간제 개편에 대한 의견을 묻는 말엔 “노동 관련은 90%가 입법 사항이라 최소 다음 국회 때라도 논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외국인 고용#환경규제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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