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 얼마의 기간에 어느 정도 빼야 정상?[건강 기상청:증상으로 본 질병]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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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양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비만은 만성질환… 6개월 이상에 5~10% 빼면 성공”
“급격한 다이어트… 주름, 탈모, 담석증 등 큰 부작용”

김양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사진 홍태식
김양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사진 홍태식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대비해 이른 봄부터 강력한 다이어트를 해온 이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는 단기간의 체중감량을 통해 ‘환골탈태’ 수준의 몸매를 만든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몸에 무리가 갈 정도의 급격한 체중감량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비만’은 2000년대 들어 몸매 교정 등 미용의 문제가 아니라 각종 대사 질환(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에서 심혈관계 질환, 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키는 ‘질병’으로 확정됐다.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에는 비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비만센터가 속속 문을 열었고, 비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전문의(교수)들도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기자는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지난 5월 초까지 6개월간 42kg을 감량한 이후 탈모, 주름, 어지러움 등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과연 비만의 의학적 정의는 무엇이며 적절한 치료법이란 뭘까. 또 어떻게 하면 부작용 없이 비만을 치료할 수 있을까. 김양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만나 그에 대한 답을 구했다. 김 교수는 전공의 시절부터 지난 20여 년 동안 비만 치료와 연구에 매진해왔으며, 대한비만학회 교육이사와 진료지침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비만, 만성질환처럼 장기간 치료·관리해야”
비만의 의학적 기준은?

“각 나라마다 정의는 다르지만, 한국인의 비만은 체질량지수(BMI·Body Mass Index) 25kg/㎡ 이상으로 정의한다. 세분화해서 25~30kg/㎡은 비만 1단계, 30~35kg/㎡은 비만 2단계, 35kg/㎡ 이상은 비만 3단계로 정의한다. 전신비만과 더불어 복부비만도 중요한데, 남자는 허리둘레 90cm 이상, 여성은 85cm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본다.”

서양인을 기준으로 만든 BMI가 한국인에게 맞나?

“BMI는 전 세계적으로 비만을 정의할 때 사용되는 지표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은 30kg/㎡이 경계선이다.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낮은 BMI에서도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 질환 발생률이 높아 대폭 낮춘 것이다. 허리둘레 기준도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이 작다.”

체성분 검사도 비만 판정의 기준이 되나?

“체성분 검사는 자세한 측정이 필요할 때 참조한다. 근육량이 많아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의 경우 BMI로는 비만이지만 실제로는 비만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게 BMI의 한계다. 이럴 때는 허리둘레와 체성분 검사를 같이 비교해보면 비만 여부를 알 수 있다.”

비만이 불러올 수 있는 합병증은?

“당뇨병과 고혈압, 이상지혈증, 비알코올성지방간, 통풍 등이 대표적이다. 조금 더 중한 질병으로는 심근경색과 뇌졸중이 있다. 최근에는 암, 그중에서도 대장암이나 유방암, 간암 등과도 관련이 있다고 밝혀졌다. 그 밖에 역류성 식도염, 다낭성난소증후군, 골관절염, 수면무호흡증도 비만과 연관이 있다. 비만 치료는 곧 체중 조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을 평가하고 관련 질환을 조절하는 게 더 중요하다.”

최근 6개월간 식이조절과 하루 2시간 유산소운동으로 42kg을 뺐다. 혈압과 당뇨 등 각종 심혈관계 지표가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단순한 체중감량의 결과인가 아니면 유산소운동 덕분인가?

“체중을 5~10% 정도만 빼도 대사 지표가 좋아진다. 체중을 감량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면서 혈당이 내려가고,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이상지혈증과 고혈압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산소운동은 그 자체만으로도 체중을 감소하고 혈액순환을 증진함으로써 대사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행하는 잘못된 다이어트 상식이나 방법이 있다면?

“BMI 지수가 정상치에 들고 한 달에 꼭 몇 kg 이상 빼야만 비만 치료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게 잘못이다. 의학적으로 비만 치료는 보통 최소 6개월 이상의 치료 기간을 두고 자기 체중의 5~10% 이상만 빼면 성공으로 본다. 비만은 몇 개월 내에 치료할 수 없는 만성질환이다. 즉, 나쁜 생활 습관을 동반해 오랜 기간 진행된 결과이기 때문에 살을 빼는 과정 또한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 또 급격한 체중감량은 반드시 부작용을 일으킨다. 비만은 만성질환처럼 장기간의 목표를 정하고 조절하며 치료해야 하고, 빠진 체중을 유지할 수 있어야 치료 성공이라 볼 수 있다.”

급격한 다이어트 후 주름, 피부 탄력 저하, 어지럼증, 탈모, 발톱 피멍 등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단기간에 너무 많은 체중을 빼면 나타날 수밖에 없는 부작용들이다. 몸이 빠진 체중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다. 체중이 갑자기 늘면 살이 트는 것처럼 급격하게 빠지면 주름이 생길 수 있다. 혈압이 떨어지면서 몸을 유지할 만큼의 에너지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탈모나 어지럼증도 발생할 수 있다. 서서히 장기간에 걸쳐 살을 빼야 하는 이유다.”

“한 달 2kg 감량 적절, 문제는 지속가능성”
그 외에 급격한 다이어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대표적으로 담석증이 있다. 보통 담낭(쓸개)은 담즙을 저장해뒀다 음식이 들어오면 배출하는데, 오랜 기간 금식하면 담즙이 계속 쓸개에 머물면서 딱딱하게 굳어 담석을 생성할 수 있다. 단백질을 비롯한 비타민 등 영양소를 적절하게 보충해주지 않으면 탈모도 올 수 있다.”

저탄고지, 황제 다이어트 등 시중에서 유행하는 다이어트 방법에 대한 생각은?

“단기간 효과는 분명히 있겠지만 장기간 효과는 명확하지 않다.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선 결국 탄수화물을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만의 치료는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가장 이상적인 체중감량(다이어트) 기간은?

“체중감량은 보통 한 달에 2kg, 즉 일주일에 500g 정도가 적절하다고 보면 된다. 초기에는 체중이 무거울수록 더 많은 양이 빠지긴 하지만 언제까지 빼야 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앞서 말했듯이 체중 관리는 만성질환처럼 평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간 체중을 빼고 유지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내 임상 경험상의 이상적 체중감량 기간은 2년이다. 실제 임상 연구를 보면 체중은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1년 이후 증가하거나 정체된다. 시작 후 6개월 사이에 가장 많이 빠지고 6개월에서 1년 사이에는 아주 천천히 빠지거나 유지된다. 그래서 1년이 넘는 시점에 얼마나 치료를 잘하고 체중을 잘 유지하는지가 중요하다. 결국 운동과 식사 조절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비만 치료제들도 도움이 되나?

“최근에 비만 치료에 효과가 좋은 약제들이 많이 나왔다. 2년이 지난 후에도 체중이 증가하지 않고 유지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비만 치료제들이 더 좋아지면 감량된 체중을 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비만은 약만 잘 먹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장기간 복용했을 때의 부작용과 비용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약물 외에 비만 치료를 위해서 환자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살찌는 생활 습관을 버리고 살 빠지는 습관을 가지는 게 약을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약을 먹고 식욕을 억제했다 해도 ‘먹어서 스트레스를 풀겠다’는 내 몸의 의지가 더 강하다면 체중은 빠지지 않는다. 설령 약을 먹고 식이조절에 성공했다 해도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체중을 빼거나 장기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체중감량에 있어 주는 생활 습관의 변화이고 약물은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추후에 약물이 더 좋아지면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이 약물이 비만 치료의 주가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비만 치료에 있어 가장 강조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다이어트는 지속성이 중요하다. 감량한 체중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지가 성패를 가른다. 비만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히 체중만 감량하고 유지하는 게 아니라 생활 습관의 변화를 통해 몸 전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비만 치료도 그 방법이 지속 가능해야 하고, 본인도 그 과정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비만 치료나 다이어트에도 ESG 경영과 같은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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