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월간 ‘청년농’ 실습… 3년간 스마트팜 임대 경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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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 혁신밸리 창업 보육센터
매년 200명 모집… 60% 창업 나서
땅 매입-시설투자 등은 쉽지 않아
정부, 자금 지원-농지공급 확대 추진

16일 전북 김제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경영 실습 교육생들이 바질을 수확하고 있다. 이곳 교육생들은 8개월간 교육을 거친 뒤 1년간 직접 유리온실을 경영하며 향후 실제 창업 때 쓸 종잣돈을 마련한다. 김제=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16일 전북 김제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 경영 실습 교육생들이 바질을 수확하고 있다. 이곳 교육생들은 8개월간 교육을 거친 뒤 1년간 직접 유리온실을 경영하며 향후 실제 창업 때 쓸 종잣돈을 마련한다. 김제=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16일 전북 김제시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유리온실. 바질, 루콜라, 애플민트 등 허브류가 뿜어내는 향기가 햇빛 아래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다. 혁신밸리 내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 소속 청년농 3명이 한 팀을 이뤄 경영실습을 받는 곳이다. 20개월 교육과정의 막바지 단계에 이른 이들은 재배 작물을 선택하고 거래처를 발굴·판매하는 등 사실상 소규모 농가 경영을 하고 있었다. 교육생 김효민 씨(31)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허브를 길러 온라인 스토어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레스토랑과 카페 등에 입소문이 나 고정 납품처도 여러 곳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청년농 3만 명 육성을 목표로 각종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중 전국 스마트팜 혁신밸리 4곳에 청년창업 보육센터를 두고 기본교육 2개월, 교육형 실습 6개월, 경영 실습 12개월 등으로 이뤄지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농업 창업을 꿈꾸는 청년을 매년 200여 명 모집해 창업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18년 1기 교육생을 시작으로 현재 6기 교육생 208명을 모집 중이다.

이날 김제 보육센터에선 4기 교육생들의 경영실습이 한창이었다. 3∼5명으로 구성된 팀이 스마트팜 내 유리온실 약 0.2ha를 배정받아 작물을 재배하고 판매한다. 김 씨는 과거 호주 농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허브 재배를 시작했다. 그는 “발광다이오드(LED) 빛을 이용한 실내 농장과 달리 햇빛이 들어오는 유리온실에서 자란 허브는 향이 강하고 보관 기간이 길어 구매 만족도가 높다”며 “온라인 주문이 많을 땐 하루에 70건 넘게 들어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보육센터를 수료하면 같은 혁신밸리 내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3년간 경영을 이어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교육생 박정윤 씨(35)는 보육센터에서 하던 오이 재배를 지속할 계획이다. 그는 “임대형 스마트팜으로 옮기면 경영실습 때보다 농지 규모가 2.5배 커진다. 이곳에서 3년간 자금을 모아 창업 종잣돈으로 쓸 계획”이라고 했다.

최대 5년 가까이 교육과 실습을 받는 청년창업 보육센터 교육생들에게도 실제 창업은 험난한 과정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보육센터 수료생 중 창업을 한 경우는 60% 수준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료 후 자금 마련을 위해 농장 등에서 일하며 준비 중인 청년이 많다”고 했다.

청년농들의 스마트팜 창업에서 최대 난관은 초기 비용 마련. 보육센터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는 교육생 김달선 씨(42)는 “1개 필지(약 3300㎡)에 유리온실을 지으려면 14억∼15억 원이 필요하고, 비닐온실은 7억∼8억 원이 든다”며 “혁신밸리에서 종잣돈을 모으더라도 상당 부분은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농지를 찾는 일도 만만치 않다. 김제 혁신밸리 관계자는 “농지 매매는 주로 지역 농가끼리 이뤄져 좋은 농지는 지인 간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며 “청년들로선 적당한 땅을 매입하는 것부터가 큰 난관”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청년농 자금 지원 및 농지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윤원습 농식품부 농식품혁신정책관은 “후계농 육성자금의 상환 기간을 올해부터 15년에서 25년으로 연장하고 대출 한도도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늘렸다”며 “원활한 농지 공급을 위해 농지은행 비축 농지를 최대한 확보하고, 농지를 장기 임대 또는 매도하는 농업스타트업 단지를 2027년까지 20곳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제=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청년농#실습#3년간 스마트팜 임대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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