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와 맥주를 한병씩 시켜 ‘소·맥’을 마시면 1만원 넘게 들더라고요. 술값이 많이 뛴 건 미리 염두에 뒀지만 제주 소주 ‘한라산’은 1병에 1만원이어서 더 놀랐어요.”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장어 전문점에 들른 직장인 A씨는 메뉴판에 적힌 소주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소주 가격이 한병 당 6000원을 넘으면서다. 특히 ‘한라산 소주’는 한 병 당 1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원부자재 부담과 주류세 인상 등으로 술값이 또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일부 유흥 채널이 선제적으로 소주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분위기다.
27일 A씨가 찾았다는 장어 전문점을 비롯해 강남 일부 식당에선 한라산 소주를 1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해당 매장에선 롯데칠성음료의 청주 ‘청하’도 1만원에 판매 중이었다. 강남에 위치한 다른 한식집에서도 한라산은 1만원에 팔렸다.
강남권의 다른 식당에선 한라산이 1병당 6000~7000원대, 참이슬·처음처럼이 5000~6000원에 판매됐다.
정부는 올해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인 주세를 리터(ℓ)당 30.5원 올리기로 했다. 맥주에 붙는 세금은 885.7원이 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주세를 ℓ당 20.8원 올린 바 있다. 이번엔 인상 폭이 9.7원 커져 제조사의 부담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자 일선 식당에서 소주 가격도 또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소주의 핵심 재료인 주정과 병을 비롯한 원부자재 가격이 함께 오르다보니 식당과 술집에선 미리 소주 가격을 조정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주정을 생산·유통하는 기업들은 지난해 2월 주정 가격을 7.8% 인상한 바 있다. 이들이 주정 가격을 높인 것은 10년 만이다. 통상 소주의 경우 출고가가 100원 오르면 외식점에선 통상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양꼬치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식자재부터 인건비, 금리, 월세까지 올라 소주 가격을 높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소주 가격을 유지해왔지만 어쩔 수 없이 다음 달부터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격을 올리면서 커지는 재고 부담을 낮추기 위해 소주 품목을 줄일 계획인 곳들도 있었다. B씨는 “소주 가격을 올리면 재고 부담이 커져 품목을 ‘선택과 집중’ 방향으로 가는 점주들이 많다”며 “젊은 손님이 많이 찾는 가게에선 이미 ‘새로’나 ‘진로’, ‘참이슬 후레쉬’ 등을 중심으로 소주를 구비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점주 C씨 역시 비슷한 답을 내놨다. 그는 “하이볼을 찾는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위스키와 진토닉 등을 구비해두는 업장이 많이 늘고 있다”며 “다른 주종에서 재고 부담이 커지는 분위기라 어쩔 수 없이 소주나 맥주 종류를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이미 기획재정부·국세청 등 정부는 소주 가격 인상과 관련한 실태 조사와 함께 인상 자제 요청에 나선 상황이다.
주류 업계에선 아직 소주 출고가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주류 기업 관계자는 “소주 가격 인상 계획은 현재로선 없고,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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