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5000 마일리지에 가던 뉴욕, 4만5000 필요” 불만 폭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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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부른 대한항공 개편안
“마일리지 공제율 높이고 소급 적용, 마일리지 쓰고 싶어도 좌석 부족해”
원희룡 “감사 프로모션 못할망정”… 항공업계 “국제적 흐름 맞춰”

4월 시행 예정이던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 관련 논란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장기간 쌓아온 마일리지의 가치가 한순간에 추락했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정부와 정치권도 “소비자를 우롱한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국제적 흐름에 따른 만큼 일방적인 비판은 과도하다”는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 “일방적 소급 적용은 불공정”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마일리지 논란은 2019년 12월 개편안이 나왔을 때 이미 시작됐다. 일부 소비자는 당시 개편안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까지 했다.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을 강제해 ‘신의성실 원칙’(상대방의 신뢰에 반하지 않도록 성의 있게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소비자 불만의 핵심은 장거리 노선에 대한 마일리지 공제율 상향과 일부 좌석에 대한 적립률 하향이다. 예를 들어 인천에서 미국 뉴욕까지 가려면 편도 이코노미석 기준으로 지금은 3만5000마일리지면 되지만 개편 이후에는 4만5000마일리지가 필요한 식이다. 특히 과거부터 마일리지를 모아온 사람들에게 ‘소급 적용’을 한 것을 문제 삼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도 대한항공 비판을 이어갔다 “대한항공은 코로나 때 고용유지 지원금과 국책 금융을 통해 국민들의 성원 속에 생존을 이어 왔다”며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다시 한 번 비판했다.

대한항공도 할 말은 있다. 개편안 내용의 일부는 정부와도 협의를 거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12월 공정위원장과 국토부 차관 등이 참석한 제4소비자정책 추진위원회에서 공정위는 “항공 마일리지의 유효기간 설정 등 약관 자체의 위법성 여부 판단보다는 마일리지 사용을 좀 더 용이하게 하는 자율적인 제도 개선이 소비자의 편익을 제고시킨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합결제 도입, 보너스 항공권 배정 비율 확대, 비항공 서비스 사용처 확대 등을 협의 중이라고 했고, 실제 개편안에 이 내용들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개편안 발표 후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별말 없던 국토부와 정치권이 시행을 앞두고 갑자기 문제 삼기 시작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는 말이 나온다.

● “마일리지 좌석 턱없이 부족”
소비자들은 또 마일리지를 쓰고 싶어도 예약할 좌석이 없다고 성토한다. 마일리지를 오랜 기간 모아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는 장거리 노선에서 한꺼번에 사용하려는 소비자들의 경우다. 인기 노선의 경우 소수인 마일리지 좌석은 금방 동나기 마련이어서 경쟁이 치열하다. “마일리지를 모으려고 모은 게 아니고 쓸 곳이 없어 모인 것”이란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토부는 항공사들에 마일리지 좌석 비율을 편당 전체 좌석의 5%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를 준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 들어 평균적으로는 10%, 좌석 여유가 있으면 40% 이상으로까지도 운영한다는 설명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한 편당 수익 마지노선이 있기에 보너스 항공권이 늘어나면 다른 일반 승객들의 운임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고객의 70~80%가 3만 마일리지 미만을 가지고 있다. 3만 마일은 평상시 동남아시아를 편도로 갈 수 있는 수준이다. 마일리지를 운임의 20% 내에서 현금처럼 사용하는 ‘복합결제’를 도입하면서 예전에는 사용처가 마땅치 않았던 수백, 수천 마일리지도 쓸 수 있게 됐다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이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코드셰어 등 외항사와의 협력이 늘면서 마일리지 정책도 국제적인 흐름에 맞게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대한항공을 향한 비난 수위가 점차 높아지는 만큼 이미 논의 중인 ‘유예 기간 연장’ 외에도 “마일리지 현금 사용 비율 조정, 과거 적립 마일리지에 대한 소급 적용 배제 등이 추가로 검토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대한항공 개편안#마일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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