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고금리 시대, 가계·기업 옥죈다…“연준 따라가면 이자부담 33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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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12월 15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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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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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급격하게 오른 금리가 내년에도 가계와 기업들을 옥죌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최종금리 수준을 5%대로 상향 조정하면서 긴축의 고삐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도 3%대 기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의 이자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여부와 속도를 놓고 한국은행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연준을 따라 최종금리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5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하지만 가파르게 오른 금리 탓에 기업들은 당장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19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도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
● 연준 따라가면 민간 이자부담 33조 급증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2% 목표 달성 때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것을 시사했다. 2022.12.15. (워싱턴=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2% 목표 달성 때까지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도 금리 인상을 지속하겠다는 것을 시사했다. 2022.12.15. (워싱턴=AP/뉴시스)
15일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오자 한은은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예상에 부합해 시장 변동성은 제한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회의를 주재한 이승헌 부총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최종 금리수준과 유지기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연준 점도표에서 공개된 5.1%에 이른 뒤 상당기간 고금리 시대가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 오르면서 한국의 기준금리도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3.5% 수준에서 금리인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 금리 상단이 5.25%에 달해 한미 금리 차가 역대 최대였던 1.5%포인트(2000년 5~10월)보다도 커지면 외환시장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연준을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될 경우 내년 말 가계와 기업 등 민간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 대비 총 33조6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대출 연체율이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지고 한계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부실 위험도 역시 커질 것으로 우려됐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미 기준금리가 1.00~1.25%포인트 차이가 나면 자본 유출의 우려가 있으므로 내년 한은의 추종적인 금리인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 “최종금리 수준, 환율 움직임이 변수”
2020.12.1/뉴스1
2020.12.1/뉴스1
다만 한은이 3.5% 이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여전히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부동산 시장과 수출 둔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3분기(7~9월) 들어 경기 침체 신호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현금창출 능력은 이미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다. 앞서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총 21조449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조4754억 원)보다 24.7% 줄었다.

특히 채권 시장 경색의 여파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고금리를 무릅쓰고 은행 창구로 몰리면서 기업 대출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10조5000억 원 늘며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회사채도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많은 ‘순상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일단은 한은이 내년 1월 13일로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0.25%포인트 올린 뒤 금융시장의 반응에 따라 향후 경로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합리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환율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며 “한미 금리 차가 더 벌어지더라도 환율만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연준을 따라 금리를 올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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