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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킹 달러’에 환율 1431원… 코스피-코스닥 연중 최저

입력 2022-09-27 03:00업데이트 2022-09-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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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증시 ‘블랙 먼데이’]
美 금리인상 여진속 英 파운드 폭락
달러 초강세… 亞 금융시장 직격타
日-대만-中증시 2% 안팎 일제 하락
26일 원-달러 환율은 약 13년 만에 최고인 1431.3원에 마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킹 달러’(달러화 초강세)에 아시아 금융시장이 또다시 ‘블랙 먼데이’를 맞았다. 원-달러 환율은 단숨에 1430원 선을 돌파했고,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연중 최저점으로 추락했다. 금리 인상에 민감한 코스닥지수는 5% 넘게 폭락하며 2년 3개월여 만에 700 선이 붕괴됐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0원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한 1431.3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6일(1440.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22일 1400원대로 올라선 뒤 불과 2거래일 만에 1430원 선을 넘었다.

이날 원화 가치가 급락한 건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 여진이 있는 가운데 영국 파운드화까지 폭락하면서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인 탓이다.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는 23일 소득세와 인지세 인하 등을 담은 약 70조 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영국중앙은행(BOE)이 10%에 달하는 물가 상승률을 꺾기 위해 최근 2연속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나선 마당에 정부가 감세를 통한 ‘돈 풀기’에 나서면서 통화·재정정책 엇박자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시장은 영국 정부의 감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재정건전성만 악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그 결과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3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유럽발 악재에 아시아 주요 증시도 폭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02%(69.06포인트) 하락한 2,220.9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5.07%(36.99포인트) 떨어진 692.37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가 종가 기준 700 선 밑으로 내려온 건 2020년 6월 15일(693.15) 이후 처음이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2.66%)와 대만 자취안지수(―2.4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1.20%)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2% 안팎으로 고꾸라졌다.

파월의 침체 시사 후폭풍, 세계증시 강타


‘킹달러’에 환율 1431원
시장선 ‘경기침체 확실’ 인식 팽배
韓銀총재, 내달 빅스텝 가능성 시사
“美와 통화스와프 필요 없는 상황”


코스피 연중 최저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가 우하향을 그리며 떨어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2% 급락한 2,220.94로 마감해 연중 최저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5% 넘게 폭락하며 2년 3개월 만에 700 선이 무너졌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근 며칠 새 전 세계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는 건 경기 침체 공포가 뒤늦게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앞서 21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실업률 상승을 비교적 완만한 수준으로 제한하면서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 것과 연착륙을 달성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아무도 이 과정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지, 침체가 온다면 얼마나 심각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글로벌 투자은행(IB) 에버코어 ISI의 줄리언 이매뉴얼 수석 전략가는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 의미를 뒤늦게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며 “파월 의장의 연착륙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이 세계 증시 급락의 방아쇠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까지는 인플레이션을 잡고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란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이제 ‘경기 침체는 확실해졌다’는 인식이 시장에 팽배해졌다”며 “앞으로 인플레이션에서 경기 침체로 화두가 옮겨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이 1450원 수준을 일시적으로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유진투자증권은 내년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올해보다 5∼10% 줄어들면 코스피는 1,92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는 등 시장의 비관론도 확산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으로도 작용한다. 한국은행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5, 6%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환율이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경우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다음 달 빅스텝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현안보고에서 “9월 FOMC에서 생각한 것보다 미국 자체 점도표가 확 올랐다”며 “전제 조건이 바뀌었고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새로운 결정이 날 것이라고 예고했다”고 말했다. 과거 자신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예고했던 때와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와 관련해선 “이론적으로는 지금 통화스와프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며 “조건이 맞지 않는데 지금 마치 우리나라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스와프를 달라고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저자세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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