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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비 쏟아지자 ‘500m에 4000원’… 흠뻑 젖어도 배달료 짭짤하네

입력 2022-06-18 03:00업데이트 2022-06-1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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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배달원의 세계’ 기자가 넉달간 체험해보니
배달앱 깔고 2시간 온라인 교육… 거리두기 끝나자 배달료도 ‘뚝’
손님-음식점 ‘갑질’ 사라져… 음식 배달원 전국에 30만명
14일 배달 아르바이트에 나선 본보 김도형 기자가 자전거를 타고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나고 있다. 작은 사진은 배달료와 동선이 표시된 스마트폰 배달 앱의 호출 화면.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달 산업. 국내에서는 약 30만 명이 배달 일을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때 그때 한 건씩 계약하며 일하는 ‘배달 기그(gig·임시직) 노동’의 세계를 기자가 자전거로 직접 체험해봤다..》

기자가 체험한 ‘배달의 세계’


‘이 배달 콜을 받아, 말아….’

3월 12일 밤 가랑비 속에 집을 나섰던 기자는 시간이 갈수록 굵어지는 빗방울에 고민에 빠졌다. 주말에 한두 시간씩 자전거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비를 흠뻑 맞으며 배달을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서울 은평구 백련산 주변의 비탈진 동네. 빗길에 자전거 바퀴가 밀려서 위험할 수 있겠다고 느끼면서도 ‘좀 더 배달하고 들어가자’고 결정한 이유는 바로 돈이었다. 비 때문에 건당 배달료가 치솟는다는 것이 배달 앱을 통해 확연히 눈으로 느껴졌다.

빗방울이 굵어지던 상황에서 클릭한 세 번째 마라탕 배달은 1.8km의 짧은 배달거리에도 5500원의 배달료가 찍혔다. 폭우로 바뀌어 고민 끝에 수락한 네 번째 배달은 0.5km에 4000원이었다. 하이라이트는 그 다음 연어전문점의 배달. 6100원으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눈비 내리는 심야엔 건당 배달료가 1만 원 가까이까지 오를 수도 있겠다는 것이 실감나는 상황이었다.
○ 넉 달 동안 건당 4000원꼴 수입… 거리 두기 풀리자 ‘뚝’
신발까지 다 젖었던 이날 밤, 5건 배달료의 총액은 2만4490원. 건당 4900원꼴이었다. 다른 날보다 배달거리는 짧으면서도 수입은 많았다. 첫 배달을 완료한 시각이 오후 10시 56분, 마지막 배달을 끝낸 건 0시 19분. 집에 돌아오는 시간을 감안해도 시간당 1만 원 정도는 벌 수 있었다.

운동 겸 체험을 해보겠다며 배달을 시작한 것은 올해 2월. 대형 배달플랫폼이 운영하는 ‘배민커넥트’와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두 앱을 깔고 두 시간가량 온라인 안전교육을 이수하면 바로 배달을 시작할 수 있다. 배달 앱을 켜고 배달 시작을 클릭한 뒤에 들어오는 호출 중에서 고르면 된다. 배달거리·경로와 배달료를 보고 괜찮으면 수락하고 싫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단건 배달을 할 수 있는 두 앱에서는 도보, 자전거, 이륜차, 자동차 등의 배달수단을 선택할 수 있다. 가까운 거리의 배달만 배정해주는 도보 배달을 경험해 본 뒤에 집에서 놀고 있던 입문용 산악자전거(MTB)로 배달 수단을 바꿨다. 이용이 의무화돼 있는 보온·보냉 배달가방은 당근마켓에서 1만 원을 주고 샀다.

주말 야간을 위주로 2∼5월까지 넉 달 동안 수행한 배달은 총 50건. 배달료 총액은 20만2800원이었다. 건당 4000원꼴인데 그날그날 배달한 시간을 계산해 시급을 따져보면 7000∼8000원 정도인 날이 많았다. 비가 와서 건당 배달료가 5000∼6000원까지 치솟는 ‘운수 좋은 날’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배달 수요와 배달 인력 공급이라는 두 요소가 빚어내는 배달료 편차는 상당히 컸다. 올해 초에는 배달 앱 사이의 단건 배달 경쟁으로 배달료가 치솟으면서 사회적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4월 18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자 배달료가 뚝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2월부터 4월 중순까지 평균 4000∼4500원 정도였던 배달료가 5월(10건)에는 평균 3300원꼴로 낮아졌다. 오전 1시 정도가 되면 배달 앱에서 배정해주는 배달 콜 자체가 확연히 적어지기도 했다. 배달업계에서는 5월 이후에는 외부 활동과 외식이 늘어나는 계절적인 요인도 배달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갑을’ 관계에서 자유로운 ‘기그 노동’의 세계
“이 꼭대기까지 진짜 자전거 타고 올라오셨어요?”

지난달 14일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급하게 수락한 배달이 문제였다. 탕수육 박스를 받아 가방에 담고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아 가면서 목적지를 살펴보다가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자동차로 올라가기도 겁이 날 정도로 가파른 은평구 신사동고개 꼭대기였다.

낑낑대며 가까스로 도착한 목적지에는 젊은 부부가 집 앞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예상보다 크게 늦어진 배달에 불만을 쏟아내려나 잔뜩 긴장했다. 다행히 부부는 “전기자전거도 아니고 일반 자전거로 고개를 올라온 것이 대단하다”며 밝은 표정으로 음식을 받았다.

지역마다 서로 다른 배달료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앱 화면(왼쪽). ‘내 업무’에서는 월간 배달 건수와 수락률, 배달 완료율, 고객 평가 등을 보여준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아르바이트에 나서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왜 늦었냐”고 호통 치는 손님이나 “빨리 좀 배달해 달라”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음식점주를 자주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넉 달 동안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이날처럼 배달이 늦었던 경우가 두어 번 있었지만 “늦어서 미안합니다.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을 먼저 건네면 “고맙습니다”라며 음식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주문지에 ‘문 앞에 두고 벨 눌러주세요’ 혹은 ‘문 앞에 두세요. 아기가 자요. 벨 X’와 같은 문구를 써놓은 비대면 배달이 절반가량이어서 말을 섞을 일 자체가 적기도 했다.

일종의 ‘갑을 관계’가 수반되는 고용인-피고용인 구조와 달리 건건이 계약하는 방식의 이른바 ‘기그 노동’ 세계에서는 일을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상당히 적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음식점과 주문자가 함께 부담하는 배달료를 배달 앱으로부터 수령하는 구조 속에서 그 누구도 배달원의 ‘갑’은 아니다. 직접 관리할 수 없는 ‘익명 배달원’의 손을 빌려 고객에게 음식을 전달하면서 ‘좋은 별점’을 받아야 하는 배달음식점은 오히려 음식이 뒤섞이지 않으면서도 빨리 잘 배달해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입장일 수도 있다.

실제로 등에 메는 배달가방에는 넣기 힘든 널찍한 피자상자를 픽업할 때 난처해하는 기자의 모습을 본 한 피자집 점주가 먼저 나서서 해법을 찾아준 경험도 있었다. 빨간색 노끈으로 상자를 묶어서 손가락에 걸고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일부 배달음식점은 배달음식 수령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아서 음식점주와 얘기를 나눌 필요가 없도록 만들어놓기도 한다. 수령부터 전달까지 ‘완전 비대면’으로 이뤄진 배달도 적지 않았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원들이 일부 고압적인 점주나 손님 때문에 힘들었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여전히 있지만, 배달이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으면서 과거에 비해서는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 배달 알바 늘어나지만 세금·보험 등은 제각각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약 30만 명의 음식 배달원이 활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원할 때만 일하는 ‘투잡 배달원’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소속 양향자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음식 배달원에 해당하는 ‘퀵서비스 배달원’ 업종으로 국세청에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배달원 3만2000여 명 가운데 상위 70∼80%, 80∼90%, 90∼100% 구간의 소득은 각각 연 142만여 원, 33만여 원, 4만여 원씩으로 집계됐다. 양 의원실 관계자는 “배달원 전체가 신고한 자료는 아니지만 투잡 혹은 아르바이트로 배달에 나서는 사례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경향이 관찰된다”며 “배달 수요를 감안하면 지난해 이후 더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 콘텐츠 창작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속성이 없는 ‘기그 노동’이 늘어나는 상황이지만 세금이나 보험 등의 사회적 시스템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배달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앱을 둘 다 사용해보니 세금과 보험료 징수 체계가 서로 달랐다.

쿠팡이츠에서는 모든 배달 건에 3.3%의 소득세·지방세를 일률적으로 징수하는 반면 배민에서는 소득세·지방세 징수가 불규칙적이었다. 배민에서는 1주일을 결산한 소득이 3만 원을 넘을 때만 세금을 떼고 있기 때문이다. 건당 세액이 1000원 미만이면 징세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른바 ‘소액부징수’ 제도 등을 감안해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 내(시간이 줄어드는 앞 부분은 4.5배속한 것)에 배달 요청에 응답하지 않으면 배정이 자동으로 취소된다. ‘잦은 거절은 평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안내문도 나온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모호한 기준 속에 최근 배달업계에서는 이 소액부징수 제도를 악용해 “세금 안 내고 배달할 수 있다”며 배달원을 모집하는 배달대행 업체가 등장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전업 여부에 따라서 서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고용·산재보험 등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배달 소득에는 소액부징수 제도를 적용할 수 없게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양 의원은 “일상 곳곳에서 ‘기그 노동’이 늘어나고 있지만 세금이나 보험제도 등은 아직 명확한 기준이 안 세워져 있다”며 “갈수록 다양해지는 노동 형태를 감안한 제도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달 20일 넘게 일한 배달원 평균 374만원 벌어… 상위 2%는 700만원 넘어
배달원 연소득이 1억?… 전업 종사자 얼마나 벌까
겨울 성수기-봄 비수기 큰 차이 없어
안정적 수입 가능한 직업 자리매김
전업 배달원으로 일할 경우 월평균 소득은 370만∼4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20%는 월 500만 원 이상을 벌었다. 월 700만 원 이상을 버는 경우는 전체의 2%에 불과하다.

국내 대형 배달대행 플랫폼 ‘바로고’가 오토바이 배달이 주업인 음식 배달원들의 평균 소득을 분석한 결과다. 배달업계에서는 2년 넘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배달 수요가 커지면서 음식 배달이 노력한 만큼 수입을 거둘 수 있는 직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에 따르면 지난달에 월 20일 이상 출근해 월 600건 이상의 배달을 완료한 배달원의 평균 수입은 373만8000원으로 조사됐다. 구간별로 보면 300만∼500만 원의 수입을 거둔 배달원이 79.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500만∼7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비율은 18.4%였다. 일부 배달원이 연 1억 원 이상을 버는 경우가 있다고 인증하면서 화제를 모았지만 전업 배달원 대부분은 300만∼700만 원의 월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억대 연봉’을 바라볼 수 있는 700만∼1000만 원의 월수입을 올린 경우는 2.0%에 그쳤고, 수익이 월 1000만 원 이상인 경우는 0.1%에 불과했다. 배달업계에서는 소득이 배달 건수에 비례하는 구조상 일부 고소득 배달원의 경우 노동 강도가 상당히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건당 배달료는 계절, 날씨 등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지만 월간 수입은 큰 편차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2∼4월 전업 배달원의 평균 수입은 각각 393만5000원과 406만7000원, 373만1000원으로 집계됐다. 배달업계에서 겨울 성수기로 보는 2, 3월과 봄 비수기로 보는 4, 5월 사이에 최대 30만 원가량의 수입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고른 수입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 동안 배달원들의 소득이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도 관찰된다. 2020년 5월 335만4000원이었던 평균 수입은 지난해 5월 360만6000원, 올해 5월에는 373만8000원으로 늘었다. 2∼4월의 경우에도 2020년 320만∼330만 원가량이었던 평균 수입이 지난해에는 330만∼350만 원으로, 올해는 370만∼400만 원으로 높아졌다. 배달업계에서는 올해 초 전반적인 배달료 인상이 이 같은 소득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봄, 가을에 수입이 다소 줄어드는 경향은 있지만 전업 배달원은 대체로 안정적인 소득을 거두는 직업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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