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1분기 사상 최대 적자 전망…한 달에 2조 손해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20일 10시 37분


코멘트
한국전력이 지난 2월 전력 판매로 인한 손해가 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연료비가 치솟으며 전력구입비 부담이 불어나면서 재정난이 악화되는 모양새다.

20일 한전의 최신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2월 구입단가는 킬로와트시(㎾h)당 162.5원으로 전년 동기(90.8원) 대비 78.9% 올랐다. 같은 기간 판매단가는 ㎾h당 115.2원으로 2.3% 증가에 그쳤다.

구입량과 판매량은 각각 4만6668기가와트시(GWh), 4만7541GWh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전력구입비와 판매수익은 각각 7조5836억원, 5조4767억원이다. 전력을 비싸게 사고, 싸게 팔아 한 달간 2조원 이상의 손해를 입은 셈이다.

이처럼 국제유가, 액화천연가스(LNG), 유연탄 등 연료 가격이 크게 치솟았는데도 전기요금에 비용 부담이 반영되지 못하며 한전의 적자는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5조8601억43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신규 회사채 규모는 지난 12일 기준 11조9400억원으로 벌써 지난해 전체 발행분(10조 4300억원)을 웃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일본에서는 지난해 14곳의 신전력 사업자(소매 전기 사업자)가 도산했는데, 남의 일이 아니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한전이 올 1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5조원을 웃도는 등 분기 사상 최대 수준의 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한전의 1분기 매출은 15조8811억원, 영업손실은 5조211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부 증권사는 6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대규모 영업적자 원인은 2021년보다 80% 이상 상승한 석탄과 가스 발전단가 때문”이라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 등 대외 변수 때문에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이 단기간에 하락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석탄 수입 가격 등 원가 지표가 급증하며 적자 폭이 역대 최대로 확대될 전망”이라며 “원전 발전 비중 증가 등 발전 믹스(발전원 구성 비율) 변화로 인한 개선 폭은 제한적이고, SMP 상한제 등 규제적인 보완도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4월 적용된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 인상 외에 추가적인 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2022년 총괄원가 산정 이후 적자 규모를 만회할 기준연료비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이어진다.

그러나 공공요금에 대한 정책적 민감도를 감안하면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가뜩이나 차기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목표로 내건 상황에서 공공요금 인상은 민생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는 “(공기업이) 공공요금 안정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방만한 운영을 통해 다른 가격 인상 요인을 누적시키고 나서 때가 되니까 가격을 올리겠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접근해선 안 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다만 한전 내부적으로는 전례 없는 ‘전력거래대금 연체’ 가능성까지 불거졌다. 비용 절감을 통한 재무 개선 방안이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구입전력비를 포함한 비용 최소화 차원에서 원자력 발전을 적극 활용하는 부분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한전의 적자를 오래 끌 수 없으니 중간 단계로 재정을 투입하는 등 제3의 방안도 새 정부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은 일단 전기요금 단계적 조정 외에 오는 7월 주택용 필수 사용량 보장공제 등 일몰 예정인 특례 할인 정상화를 통해 요금 체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수납·청구 비용 절감 등 운영비용 효율화, 빅데이터 분석·설비 이용률 극대화로 신규 투자를 최소화한다. 변전소 잔여 부지 등을 조사해 매각 가능 자산은 적극 발굴하고, 해외 석탄산업 단계적 철수 등 사업 구조조정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