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고차 진출 공식화…“5년, 10만㎞내 차량 신차수준 상품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7일 1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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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개설…디지털 전시장 운영도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 후 진출여부 최종 결정

사진제공=현대자동차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구입 후 5년, 주행거리 10만㎞ 이내 자사 차종 중 성능 검사와 수리를 마친 차량만을 대상으로 하는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 특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가상현실(VR) 등 디지털 기술 기반의 중고차 시장을 구축할 예정이다. 기존 중고차 업계와 상생을 위해 시장 점유율은 2024년 5.1% 수준으로 자발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업 방향을 7일 공개하며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와 관련된 목표와 사업 방향을 내놓은 건 처음이다. 현대차는 “기존 중고차 매매업계와 함께 성장하면서 국내 중고차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는 현대차 브랜드 차량만 포함됐다. 제네시스와 기아는 향후 별도의 비전을 내놓기로 했다.

현대차는 성능 검사와 수리를 마친 인증 중고차만 시장에 공급한다. 수입차 브랜드들이 현재 국내 시장에서 제공하고 있는 제조사 인증 중고차 판매와 동일한 개념이다. 최초 구입일로부터 5년, 주행거리 10만km 이내 대상 차량만 대상이다. 국내 최대수준인 200여 개 항목의 품질검사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신차에 준하는 까다로운 상품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매집점검, 정밀진단, 인증검사로 이어지는 3단계의 품질검사 및 인증체계도 마련했다. 중고차 진단과 정비, 내외관 개선까지 할 수 있는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도 구축한다.

현대차는 또 소비자가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 구매 시 할인을 제공하는 보상판매 프로그램도 도입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구축한 시스템을 통해 향후 중고차시장에 유통될 차량의 성능과 이력 정보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정보 비대칭 탓에 대표적 ‘레몬 마켓(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으로 여겨지는 중고차 매매 환경 개선에도 나선다. 구입하려는 중고차의 성능, 침수 및 리콜 여부, 적정가격, 허위매물 가능성 등의 정보를 분석하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가칭 중고차연구소)’를 만든다.

현대차는 오프라인 위주였던 중고차 시장에 모바일 앱, VR, 인공지능(AI) 등을 도입해 디지털 환경으로 변화를 추진한다. 소비자들이 가상의 전시장에서 상품을 확인하고, AI 응대 서비스를 이용한 ‘온라인 도슨트 투어’ 등을 할 수 있도록 한다. VR을 이용한 차량 하부와 내외부 점검, 초고화일 이미지를 활용한 시트 질감과 타이어 마모도 정보도 제공할 계획이다. 아울러 도심에 무인으로 운영되는 랜드마크 딜리버리 타워를 도심에 순차적으로 구축해 소비자들이 직접 방문하고 구입한 차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다만 현대차의 중고차 사업이 최종 확정되려면 고비가 남아 있다. 다음주 예정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이 아니라고 재확인해야 현대차의 시장 진출이 가능해진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중고차 매매업이 2019년 이미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된 만큼 현대차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르면 연내 현대차의 인증 중고차 매매가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이를 의식한 듯 기존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날 계획안에는 현대차 브랜드 중고차만 판매하며, 2024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자체적으로 5.1%로 제한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중고차 시장 성장 속도에 현대차의 2024년 거래 대수가 10만~20만 대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심의위원회에서 현대차의 사업 방향이 중고차 업계의 우려와 달리 업계 발전과 상생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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