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코플랜트, IT폐기물 처리 선도업체 ‘테스’ 인수… “국내 넘어 글로벌 환경사업자 도약”

  • 동아경제
  • 입력 2022년 2월 21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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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2000억 원 규모 지분 인수 계약
테스, 싱가포르 소재 E-폐기물 선도기업
IT기기 급증 따라 향후 관련 폐기물 산업 성장 전망
전기차·IT기기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 확대
소각·매립 중심 폐기물 관리→폐기물 제로화 추진
박경일 사장 “폐기물·탄소 ‘제로시티’ 실현 가능성↑”

SK에코플랜트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환경사업자로 도약하는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전기·전자 폐기물(E-폐기물, E-waste) 전문 업체인 ‘테스(TES Envirocorp Pte. Ltd)’를 인수하고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21일 밝혔다. 소각·매립 등 폐기물 관리(Waste Management)에서 한 발 나아가 폐기물 제로화(Waste Zero)를 추구하는 리사이클링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E-폐기물은 전기차를 비롯해 스마트폰, 노트북, 서버 및 저장장치 등 폐IT기기와 폐가전, 폐배터리, 폐태양광 부품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21일 싱가포르 소재 풀러턴호텔에서 테스 최대주주인 나비스 캐피탈파트너스(Navis Capital Partners) 로드니 뮤즈(Rodney Muse) 매니징파트너와 테스 지분 100%(25만2076주)를 약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식에 참석했다.

테스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E-폐기물 분야 선도기업이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관련 사업 전 분야에 걸친 밸류체인을 확보해 글로벌 최고 수준 폐기물 사업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을 포함해 총 21개국에서 43개 처리시설을 운영 중이다. 미국과 영국, 독일, 중국, 싱가포르 등 5개국을 핵심 거점으로 한다. 작년 매출 규모는 약 4140억 원으로 집계됐다.
테스 본사 전경
테스 본사 전경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 재활용과 에너지 전환을 통해 자원낭비와 지구오염이 제로인 순환경제 실현을 비전으로 세우고 일찌감치 E-폐기물 시장을 미래 사업으로 주목했다. 국제연합(UN)의 ‘2020년 글로벌 E-폐기물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전 세계에서 발생한 E-폐기물 규모는 약 5360만 톤. 2030년에는 7470만 톤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2020년 약 60조 원 수준 산업 규모가 2028년에는 약 170조 원 규모로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 기술 시장 급성장으로 메모리 기반 IT기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2020년 발생한 약 5400만 톤 규모 E-폐기물 중 재활용된 비율은 17.4%에 불과한 실정이다. 금속과 플라스틱 등 자원 80% 이상이 소실된 것으로 추산된다. E-폐기물 관리는 원자재 수급 및 제조 과정에서 발생되는 유독가스, 산성폐수 등 환경문제 해결과 자원의 효율적 리사이클링 측면에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메모리장치에 남겨진 데이터 삭제 등 정보보안 산업 측면에서도 향후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폐IT기기 리사이클링 공정
폐IT기기 리사이클링 공정
테스의 중점 사업영역은 전기·전자 폐기물 리사이클링과 IT자산처분서비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등으로 분류된다. 지적재산권 보호와 정보보안, 물류 규제 준수 등 이슈로 진입장벽이 높은 E-폐기물 처리시장에서 테스는 해당 분야 모든 밸류체인을 수행하는 업체로 꼽힌다.

전기·전자 폐기물 리사이클링 사업은 각종 가전과 IT기기로부터 플라스틱, 코발트, 알루미늄 등 원자재와 희귀금속을 추출해 새로운 제품 원자재로 다시 활용하는 분야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IT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데이터센터의 경우 서버나 저장장치의 지속적인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미래 성장도 기대되는 추세다.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 니켈과 리튬 등 산업용 금속 수입국들이 다양한 수급방안을 강가하는 상황 속에서 폐IT기기를 통해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도시광산(Urban Mining)’ 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작년 12월 IT기기와 전기차 배터리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니켈과 리튬, 코발트 등 희소금속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394%, 117% 급등했다.
ITAD 사업
ITAD 사업
IT자산처분서비스(ITAD) 사업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데이터센터 장비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에서 각종 정보를 완벽히 파기한 후 재사용 또는 재활용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개인 정보와 브랜드 보호가 엄격하게 필요한 영역으로 국가별로 적용되는 다양한 법규와 규제환경에 대응해야 한다. 테스는 폐기물 규제에 대응해 다수 인허가를 확보했다고 한다. 완벽한 정보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글로벌 고객사와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은 폐배터리의 철과 알루미늄 등 외장 소재를 1차로 회수한 후 2차로 파쇄·분쇄, 습식 공정을 통해 리튬, 코발트, 망간 등 내장 희귀금속까지 회수하는 사업을 말한다. 최근 2~3년간 전 세계적인 전기차 판매 증가와 배터리 수명 연한을 감안하면 오는 2030년경부터 폐배터리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규모는 약 24조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와 노르웨이가 오는 2025년부터, 독일과 영국이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고 친환경 전기차 판매를 장려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 성장 전망에 힘이 실린다.
폐IT기기 리사이클링 공정
폐IT기기 리사이클링 공정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국내 종합 환경플랫폼 업체인 환경시설관리(구 EMC홀딩스)를 약 1조 원에 인수해 환경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작년에만 총 6곳의 환경기업을 추가 인수해 국내 수처리 1위, 사업장폐기물 소각 1위, 의료폐기물 소각 2위, 폐기물 매립 3위 등 선도적인 환경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특히 이번 테스 인수는 소각과 매립 등 기존 폐기물 사업 영역을 넘어 폐기물 제로화를 실현하는 리사이클링 영역까지 관련 사업을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SK에코플랜트 측은 강조했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은 “리사이클링 사업 확장을 통해 폐기물과 탄소 제로가 현실화된 순환경제 모델인 ‘제로시티(The Zero City)’를 실현하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갔다”며 “테스가 확보한 세계 최고 수준 경쟁력을 활용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E-폐기물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향후 E-폐기물 사업 영역을 선도하면서 환경사업 분야 글로벌 시장 확대를 가속화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로봇과 자율주행, 디지털헬스케어, 메타버스 등 미래 IT산업과 함께 성장할 ITAD 사업을 확대하고 폐배터리에서 원재료를 추출해 판매하는 사업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별도 공정을 거쳐 새 배터리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재사용하는 신사업 기회 발굴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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