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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세금폭탄 맞은 다주택자들, 외곽부터 매도…“지역별 집값 격차 심화될 것”

입력 2022-01-20 17:32업데이트 2022-01-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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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전국에 아파트 40채를 보유한 다주택자 이모 씨(42)는 지난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고지서에 찍힌 액수는 1억2000만 원. 결국 이 씨는 경남 창원(2채)과 충남 천안(3채)에 보유한 아파트 5채를 팔아 올해 종부세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팔기 위해 세입자를 모두 내보내고 ‘즉시 입주’ 가능한 빈집으로 만들었다.

이 씨가 온라인 투자 모임에서 만난 법인 투자자 2명도 종부세가 버거워 창원 아파트 1채씩을 매물로 내놓았다. 그는 “서울 아파트 4채는 일단 남겨두고 지방 저가 아파트를 계속 팔 것”이라며 “주변 투자자들도 지방 아파트를 최소 한두 채는 팔려고 한다”고 전했다.

개인 다주택자나 법인에 대한 보유세가 중과되자 이들이 지방 저가 아파트부터 매도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부동산 세제 강화와 대출 규제로 인한 거래 급감의 여파가 지방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다주택자와 법인의 매물 유도를 위해 세제 규제를 강화했지만 서울보다는 지방 아파트 오름폭이 더 많이 꺾이면서 지방이 더 많이 타격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남에서 법인이 개인에게 아파트를 매도한 건수는 총 482건으로 2020년 12월(482건) 이후 가장 많았다.

경남은 지난해(1~11월) 외지인 거래만 1만6781건으로 지방에서 충남(1만6838건) 다음으로 외지인 거래가 많았다. 보통 외지인 거래는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의 거래로 본다. 특히 2020년 하반기(7~12월)부터 공시가 1억 원 미만 아파트 투자가 급증했던 창원은 지난해 11월 법인이 개인에게 매도한 건수가 192건으로 2020년 7월 이후 가장 많았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모습이다. 부동산 법인으로 전국 아파트 15채를 사들인 박모 씨(40)는 지난해 종부세 6000만 원을 내고 전북 전주 아파트 2채와 경기 안성 아파트 1채를 매물로 내놓았다. 박 씨는 “종부세를 한 번은 내도 두 번은 도저히 못 내겠다”며 “우선 3채를 팔고 내년도 종부세 부과 시점이 되기 전인 6월 전에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아파트를 추가로 내놓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전북에서 법인이 개인에게 매도한 건수는 총 306건으로 지난해 5월(312건) 이후 가장 많았다. 보통 다주택 투자자나 법인의 매물은 재산세 및 종부세 부과 기준일이 되는 6월 1일 직전인 4, 5월에 많이 나온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11월에 4, 5월에 육박하는 거래량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세금 부담이나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매도 시기도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다주택자들이 집을 빠르게 팔기 위해 세입자를 내보내면서 현지 세입자의 피해 우려도 커진다. 충남 천안시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외지에 사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실거주하겠다고 속인 뒤 빈집으로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에서 투자 수요가 빠져나가며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도 빠르게 오름폭이 줄고 있다. 경남 이번 주(17일 기준) 매매가격 변동률은 0.07%로 전주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한 달 전(지난달 20일·0.13%)보다는 0.06%포인트 하락했다. 충남은 0.15%에서 0.06%로, 강원은 0.11%에서 0.05% 내렸다. 같은 기간 서울이 0.05%에서 0.01%로 줄었다. 상승률은 서울이 더 낮지만 집값 둔화폭은 지방이 더 큰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방 아파트 매도세가 거세지며 지역별 집값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지방을 시작으로 지방 광역시, 경기 인천 외곽 등 순으로 하락하며 양극화 현상도 커질 것”이라고 했다. 보유세 중과에 따른 다주택자 매물도 서울 등 수도권 중심부보다 지방을 중심으로 나타날 것이란 설명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서울은 양도소득세 완화되기 전까지는 보유세 부담매물이 나오기 쉽지 않다”며 “지방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식을 것”이라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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