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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근속 30년 근로자 임금, 1년차의 3배…“기업 경쟁력 저해”

입력 2021-12-02 17:38업데이트 2021-12-0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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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고용노동부, 2020년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후생노동성, 2020년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Eurostat, Structure of Earnings Survey, 2018.(경총 ‘한·일·EU 근속연수별 임금 격차 국제비교와 시사점)© 뉴스1
한국에서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이 근속 1년 미만 근로자보다 3배 가까이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유럽 등에 비해 큰 격차다. 연공서열식 임금 인사 체계로 장기 근속자들의 연봉이 높다 보니 기업 경쟁력과 고용 안정 모두를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 및 영국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기준 10인 이상 사업체의 근속 30년 이상 근로자 월 평균 임금이 8089달러(약 950만 원)였다. 이는 일본(5433달러), EU·영국 평균 임금(5543달러)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한국은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이 1년 미만(2744달러)의 2.95배에 달한 반면 일본은 2.27배, EU·영국은 1.65배였다. 근속 기간이 길어질 수록 한국이 경쟁국에 비해 임금이 월등하게 상승한 것이다.

경총 측은 “유럽 국가들의 임금은 근속연수에 따라 완만하게 상승하는 반면 한국은 가파르게 오르고 일본은 한국과 유럽의 중간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서 장기 근속자들의 임금이 이처럼 가파르게 오르는 이유는 연공형 임금체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공장 생산직이 많은 현대자동차의 경우 생산직에 대해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증가하는 호봉제를 여전히 채택하고 있다. 이들 상당수는 1990년대에 입사해 근속연수가 20~30년에 이르고 있다. 매년 임금협상으로 정해지는 기본급 인상률을 적용받아 매년 자동적으로 임금이 오른다.

경총에 따르면 한국의 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의 호봉급 운영 비율은 2010년 76.2%에서 2020년 54.9%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절반 이상의 기업이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경총 측은 “개인이 수행하는 일의 가치나 성과보다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점증하는 근속 프리미엄이 있다 보니 연차가 올라갈수록 생산성과 임금의 괴리가 커지고 임금 격차도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임금 수준과 재직기간에 따른 상승 폭이 경쟁 국가들보다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고용 환경은 경직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장기근속 근로자에 대한 임금 부담이 커 신규 채용을 주저하거나 일부 관리직 이외의 장기근속자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임금피크제 등 연공서열식 임금 체계를 보완하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공공기관, 금융권 정도를 제외하면 일선 기업에서는 여전히 소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일의 가치와 성과가 아닌 근속을 기준으로 하는 일률적인 보상은 공정성과 동기부여에 따른 생산성 혁신을 저해한다”며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 측은 연공서열식 임금 체계 대신 직무·성과 중심 인사 임금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 측은 “직무 성과 중심으로 가야 근로자에게 공정한 보상을 통한 동기를 부여해 개인 발전과 생산성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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