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삼성·네이버, 하루 4490억 ‘간편결제 시장’ 승자는?

  • 주간동아
  • 입력 2021년 10월 24일 1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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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모바일 결제 규모 4경2000조
韓은 금융당국 규제 탓 ‘파괴적 혁신’ 늦어

웹 공간이 미디어·콘텐츠·유통산업에 구조적 변화를 이끈 것처럼 모바일 공간도 통신, 교통은 물론, 금융업에까지 큰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금융업은 대표적 규제 산업으로 당국 허가 없이는 어떠한 상품도 판매할 수 없다. 은행이나 카드사가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고 신규 사업을 벌이려면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한 금융업에 혁신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바로 모바일 기반의 핀테크(금융+기술)다. 현대인 대부분이 늘 휴대하는 스마트폰과 강력한 보안 인증 기술이 만난 것이다. 지갑 속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핀테크 중에서도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술이 간편결제.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거나, 집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택시비를 낼 때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쓰인다. 개인용 컴퓨터(PC) 기반 웹에서 상품 구매 후 결제 과정은 까다로웠다. PC에 공인인증서를 설치해 본인 인증 후 미리 입력해둔 신용카드 번호 등을 불러들여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보안프로그램 액티브X(ActiveX)의 번거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핀테크 핵심 간편결제


모바일 간편결제는 사용자 지문이나 얼굴 등 생체정보를 인식해 빠르게 이뤄진다.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과 PC 웹은 물론, 오프라인 결제 모두를 지원하기에 편의성도 높다. 전 세계에서 모바일 간편결제가 가장 보편화한 곳이 중국이다. 대다수 중국인은 알리페이, 위챗페이를 사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에서 QR코드로 쉽게 송금, 결제한다. 지난해 중국 모바일 결제 규모는 249조 위안(약 4경2000조 원)을 기록했다. 간편결제가 현금 거래, 신용카드를 앞서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간편결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스마트폰을 통한 비대면 결제가 익숙해졌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간편결제 사용량도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간편결제 거래 규모는 4490억 원으로 2016년(640억 원) 관련 통계 작성 이래 7배 넘게 늘었다. 시장을 둘러싼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쿠팡 쿠페이와 신세계 SSG페이, 배민페이, SK페이 등이 각축을 벌인다. 그중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네이버페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간편결제 서비스는 사용자가 등록한 신용카드나 은행계좌와 연동해 작동한다. 선결제한 충전금으로도 결제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간편결제 서비스 수익모델은 무엇일까. 결제 수수료만으로 서비스 운영비용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간편결제 서비스 운영사는 다양한 금융 서비스와 상품을 중개 판매하는 수익모델을 고안했다. 각종 보험 및 투자상품은 물론, 대출상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시장에 이미 나온 상품이지만 간편결제 사용자가 언제, 어디에서, 얼마를 결제하는지 데이터를 분석해 추천하기에 판매율이 높은 편이다. 선불결제로 투자금을 예치하면 더 빨리 결제할 수 있고 이자도 받는다. 다만 선불결제금 규모에 제약이 있는 등 은행 상품과 차이는 있다. 금융상품 판매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이를 다시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도 가능하기에 수익모델은 앞으로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중국 상하이 한 마트에 있는 스마트폰 간편결제용 QR코드. [동아DB]
중국 상하이 한 마트에 있는 스마트폰 간편결제용 QR코드. [동아DB]


디파이, NFT 주목


이처럼 간편결제로 시작된 핀테크 서비스는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스마트폰 생산 및 판매로 고객과 접점을 만든 삼성전자, 애플의 행보가 주목된다. 별도 앱을 실행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단말기에 접촉하면 바로 결제가 이뤄지는 편의성이 강점이다. 독자 유통 채널을 확보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쇼핑몰 고객이 이용하는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각자도생하는 간편결제 서비스도 제각각 한계는 있다. 삼성페이는 오프라인 결제 강자로 자리 잡았으나 온라인 결제 편의성은 다소 낮다.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는 핀테크 서비스로 성장하지도 못하고 있다. SSG페이, 배민페이 등 유통업체의 간편결제 서비스는 내부 쇼핑몰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낮다.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의 SK페이도 11번가, 웨이브(WAVVE), 플로(Flo), 우티(UT) 등 내부 서비스 결제와 연동해 판도를 넓히고 있으나 아직 거래 규모가 작다.

한국 간편결제 서비스는 금융당국의 규제로 아직 파괴적 혁신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글로벌 금융 서비스에서 핀테크가 각광받을수록 한국 업체의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기존 금융업 문법과는 전혀 다른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금융 서비스 디파이(De-Fi), 자산과 가상화폐의 결합으로 새로운 가치 거래를 선보이는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가 눈에 띈다. 간편결제 핀테크기업이 금융업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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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주간동아 1311호에 실렸습니다》



김지현 테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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