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아파트 규제 풀어도…분양가 높고 대출 규제, ‘가성비’도 떨어져

김호경 기자 입력 2021-09-16 17:42수정 2021-09-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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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서울 아파트에서 혼자 전세로 사는 김모 씨(35)는 16일 도시형생활주택 ‘판교SK테라스뷰’(전용75㎡)에 청약을 넣었다. 청약 가점이 20점대라 아파트 청약 당첨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추첨제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눈을 돌린 것. 이 단지는 분양가가 10억 원이 넘어 중도금 집단 대출이 안 나온다. 그는 “아파트를 매매하자니 비싸고 청약하자니 점수가 턱없이 부족해 ‘이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일단 청약했다”며 “자금조달 방법은 당첨되면 그때 고민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정부가 도심 주택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비(非) 아파트’ 규제를 풀기로 했다. 하지만 무주택 실수요자의 혜택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 건설사들이 비아파트 공급을 늘릴 유인이 커지긴 했지만 수요자 입장에선 도시형생활주택 등이 아파트보다 ‘가성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300채 미만으로 짓는 주거 시설로 아파트에 비해 빨리 공급할 수 있는장점이 있다. 정부는 15일 전용 50㎡ 이하로만 지어야 하는 도시형생활주택 원룸형을 전용 60㎡까지 짓고, 방 개수는 2개에서 4개까지 허용해주기로 했다. 2인 이상 가구도 거주할 수 있도록 면적과 평면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문제는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아 웬만한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높다는 점이다. 자산이 넉넉하지 않은 무주택자들에겐 도시형생활주택도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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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이후 지금까지 분양한 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의 3.3㎡당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분양가가 높은 단지 1~8위가 모두 도시형생활주택이었다. 지난해 분양한 서울 서초구 ‘더샵 반포 리버파크’의 3.3㎡당 분양가는 무려 7990만 원으로, 분양가가 가장 비싼 아파트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5273만 원)보다 2717만 원 비쌌다.

오피스텔 역시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다. 건설사들은 규제가 없는 비 아파트를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려 하다보니 입지나 면적이 비슷한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높게 형성되는 것.

대출 규제도 걸림돌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아파트와 동일하게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으면 중도금 집단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오피스텔 대출 규제는 다소 느슨하지만 최근 금융권의 대출총량을 줄이고 있어 대출 받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비 아파트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전용면적이 같은 아파트에 비해 실사용 면적이 좁고 주차 등 주거 여건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당장 아파트 공급이 워낙 적다보니 대체 주거상품으로 청약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한계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도시형생활주택(공시가 1억 원, 전용면적 20㎡ 이하는 제외)은 주택 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매수하면 무주택자 자격을 잃기 때문에 향후 청약에도 불리할 수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비아파트의 경우 분양가가 같은 아파트와 비교할 때 집값 조정기에 가격이 먼저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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