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총리 “저항세력” 기재부에 버럭…자영업 손실보상 미적대자 경고

김광현 기자 입력 2021-01-21 15:54수정 2021-01-2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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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丁 총리, 재차 법제화 강조
정세균 국무총리가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참석해 “정부가 정한 방역기준을 따르느라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적절한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총리는 “이미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방역에 따른 조치를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는 국회와 지혜를 모아 법적 제도개선에 나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법제화 지시 이유
정 총리는 “지난해 정부는 네 차례나 추경을 편성했고 올해 연초부터 맞춤형 피해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아픔을 온전하게 치유해드리기에 부족함이 많다. 정부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희생을 계속 강요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에도 공감한다”며 “코로나19가 종식돼도 이와 유사한 신종 감염병이 더는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제도화 필요성을 설명했다.

정 총리는 이어 “금년에 입법이 이뤄지도록, 가능하면 상반기 중에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법제화 시기까지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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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丁 총리, “기재부는 개혁 반대 세력”
정 총리의 발언이 알려진 뒤인 ‘제2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정례브리핑 자리에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 차관은 “해외 같은 경우 1차적으로 살펴본 바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가 쉽지 않다”며 “피해가 발생하면 그때그때 정부와 국회가 논의해서 지원패키지를 짜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그날 저녁 방송 인터뷰에서 기재부가 손실보상 법제화에 대해 난색을 표한 데 대해 “정부 일각에서 그걸 부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굉장히 의아스럽다. 그런 문제를 이미 지시해놓은 상태인데, 결국 옳은 게 관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 과정에 항상 반대세력도 있고, 저항세력도 있는 것 아닌가. 결국 사필귀정”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을 지냈고 현재 내각을 총괄하고 있는 정 총리 입장에서 볼 때 일개 차관이 자신의 지시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에 대해 불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개혁의 반대 세력’, ‘저항 세력’이라며 심지어는 마치 기재부의 입장이 마치 악인 것처럼 ‘사필귀정’이란 말까지 꺼낸 것은 오버 액션이다. 또 한편에서 그만큼 정 총리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 법제화, 오히려 실익없어
정세균 총리는 내각의 수반이기 이전에 정치인이다. 잠재적인 대권 후보 가운데 한명이다. 무엇보다 명분이 중요하다. 반면에 공무원 특히 나라 곳간을 담당하는 기재부는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에 의한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법제화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크게 2가지다. 첫째는 재정 악화다. 정치권 특히 여당에서 주도해 법안을 마련할 경우 남의 돈 즉 세금으로 자기 생색내기가 주특기인 국회의원들의 특성을 감안하면 재정에서 뒷감당하기 어렵다.

법제화를 하면 독감 등 전염병 확산이 생길 때마다 지원 요청이 쏟아질 게 뻔하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의 제안한 내용을 보면 집합금지 업종에 손실 매출액의 70%를, 영업제한 업종에는60%를, 일반 업종에는 50%를 보상해주고 한다. 소요 비용으로 월 24조7000억원이다. 보상 기간이 6개월만 잡아도 148조2000억원이다. 공무원 봉급, 국방비, SOC, 복지비 등 모두를 포함한 올해 예산이 558조원이다.

둘째, 법제화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지원이 안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손실보상을 법규정을 못 박아 두면 유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법으로 손실본실 대상자, 지원 규모, 손실 금액 등을 지정해두면 엄격하게 심사를 거쳐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해규모가 먼저 확정돼야한다. 사후적 지원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 현행 재난지원법이 그렇다. 태풍 등에 의한 자연재난에 의한 피해에 대해 지원하려면 손해 사정에 따른 피해자, 피해규모가 확정돼야한다. 신청, 심사, 결정 등의 집행 절차가 더욱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결국 지원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정부와 여야가 정하면 긴급재난지원금처럼 법제화하지 않아도 지원범위, 금액 규모를 정해 곧바로 집행할 수 있다.

정 총리가 기재부에 지시를 했으니 손실보상 법제화는 정부 입법의 형태로 진행될 것인데 이 경우 법안 마련, 법제처 심사 등을 거치면 아무리 빨라도 2,3개월의 절차가 필요하다.

▲홍남기 부총리, 丁 총리 지시 거스를 수 있을까
동아일보 DB.
홍남기 경제부총리 행보가 주목된다. 정세균 총리로부터 ‘개혁의 방해세력’으로까지 지목된 마당에 법제화에 나서지 않을 수 있을까. 여태까지 보여준 홍 경제부총리의 태도만 미뤄보면 조만간 정부 입법으로 정부의 집합금지 제한 조치를 손실을 입은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위한 손실보상 법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홍 부총리는 선별지급을 주장했다가 정부 여당에 야당까지 전원지급을 주장하는 바람에 저항의 목소리 한번 내본 것 이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에는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의 일시적 완화를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많은 이가 공감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 계획없다”는 말 한마디에 그대로 묵살됐다.

코로나19 손실보상 법제화에 대한 부정적 견해에는 긴급재난지원금이나 다주택자 양도세인하에 비해 훨씬 더욱 강력한 주의 신호가 들어와 있다. 홍 부총리가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보상한다’는 선언적 차원에서 그치길
차선책도 고려해볼 수 있다. 법제화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법률안 시행령 등에 보상 대상,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할 수 있고 반면에 ‘보상해야한다’는 선언적 원칙적 내용만 담을 수 있다.

정 총리와 국회의원들이 생색을 내고, 현실적으로 손실보상에 대한 집행이 시기를 놓지지 않고 재정에 대한 심각한 압박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유연하게 해석될 수 있는 규정만 만들어 놓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찬성한다. 기재 부 역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한국보다 훨씬 더 파격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 역시 입법이 아니라 정부의 결정에 의해 지원규모와 대상을 정해 즉각 지원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굳이 법을 만들어 지원하겠다는 이유를 최근 정치권의 행태만큼이나 이해하기 힘들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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