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타본 캐딜락·글래디에이터, 색깔내며 시장 키우는 미국 차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김도형 기자 입력 2020-10-31 16:17수정 2020-10-3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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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오늘은 수입차,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 브랜드들을 한번 살펴볼까 합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1~9월 판매에서 지난해보다 올해 15% 정도 성장을 했는데요.

불매 운동 등의 영향으로 일본 브랜드의 판매량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 가운데 약진한 것은 독일 그리고 미국 브랜드였습니다.

미국 브랜드의 판매량 증가는 한국GM이 수입·판매하는 ‘쉐보레’ 브랜드의 모델들이 수입차 판매에 집계된 영향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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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를 ‘착시’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쉐보레가 수입 판매하는 차종들이 ‘크고 우람한’ 미국차를 대표하는 차종들인 가운데 어찌됐건 큰 틀에서는 미국 차들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커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지프의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 FCA코리아 제공


최근 시승해본 지프 글래디에이터, 캐딜락 CT4·CT5 등에 대한 인상을 곁들이면서 기존의 강점은 살리되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까지 더해서 시장을 넓히려는 미국 브랜드를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지난 주 저의 휴가로 휴일차담도 한 주를 쉬었습니다. 2주 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휴일차담에 보내 주신 관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 현장에서 직접 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그의 과제들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01017/103487658/1

▶ 김도형 기자의 휴일車담 전체 기사 보기
https://www.donga.com/news/Series/70010900000002

● 올해 더 커진 수입차 시장, 日 몰락하고 독일·미국 약진

어느새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11월과 12월 두 달만을 남겨 놓고 수입차 업계도 슬슬 한 해의 성적표가 완성돼 가고 있습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판매 차량의 인기도 인기지만 수입해서 판매할 수 있는 물량의 규모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몇 달치 성적에는 조금 의미를 덜 부여하지만 1년 정도의 단위는 당연히 완결된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충격을 안 받은 곳이 없지만 사실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은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를 기준으로 봐도 수입차들은 올 1~9월까지 지난해보다 15% 가까이 더 팔렸습니다.

지난해 이 기간에는 16만7000여 대가 팔렸지만 올해는 19만1000여대가 팔린 것입니다.

코로나19로 대중교통 대신 안전한 자차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차량 수요는 신규 구매보다는 교체 수요입니다.

큰 폭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막바지였던 올 6월 한 달에 지난해 6월보다 무려 8000대 많은 2만7000여 대의 수입차가 판매(등록)된 것을 보면 개별소비세 인하의 효과가 상당히 컸다는 점을 알 수 있겠습니다.

2019, 2020년 브랜드 국적별 수입차 판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제공

이렇게 전체 규모는 커졌는데 판매량 증가는 일부 국가의 브랜드로 한정됩니다.

불매 운동이 거셌던 일본 브랜드는 절반 가까이 판매량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브랜드 모두 15~20% 가량 판매량이 줄었습니다.

그러면 전체적인 판매량 증가를 이끌 수 있는 건 결국 독일, 미국뿐인데요.

지난해 1~9월에 9만6000여 대를 팔았던 독일 브랜드는 올해는 이 기간에 12만8000여 대를 팔았습니다. 판매가 33.8%가 늘면서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67.2%에 이릅니다.

올해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 3대 중 2대가 독일차라는 조금은 ‘무서운’ 얘기입니다.

미국 브랜드들도 지난해 1만4000여 대보다 60%가량이 늘어난 2만3000여 대를 팔았습니다. 점유율은 지난해 8.8%에서 올해 12.3%대로 올라왔습니다.

● 지프·캐딜락·포드 모두 줄었지만 신규 등장 ‘쉐보레’ 대활약

올 1~9월 독일 브랜드를 들여다보면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이 상당한 수준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국내 1위 수입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가 오히려 소폭 판매가 줄었지만 대체로 시장을 유지한 가운데 이들 브랜드가 새로운 차량을 내놓으면서 판매를 늘린 것입니다.

반면에 미국 브랜드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지프와 캐딜락 등이 모두 판매량이 좀 줄었습니다.

그런데도 전체적으로 크게 성장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쉐보레’ 브랜드가 새롭게 편입된 탓입니다.

쉐보레 브랜드로 픽업트럭인 콜로라도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 전기차인 볼트EV, 이쿼녹스, 등을 팔고 있는데 콜로라도와 트래버스는 이 기간에 각기 3000대가 넘게 팔렸습니다.

한국GM이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는 쉐보레의 픽업트럭 콜로라도. 한국GM 제공

이렇게 쉐보레가 9000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미국 브랜드는 국내 수입차 브랜드 점유율에서 10% 선을 넘어서게 됐습니다.

● 위풍당당한 모습의 픽업트럭 지프 글래디에이터

자동차 대국이지만, 미국 브랜드들은 지난 세월 고전을 거듭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독일 브랜드들이 탄탄한 성능으로 세계 시장을 휩쓸면서 프리미엄 브랜드 시장을 함께 석권해 왔습니다.

그리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일본 브랜드들이 판매량을 키워왔고 현대·기아차 역시 뒤를 이어서 시장을 넓혀왔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여전히 자국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최고를 자부하는 영역이라면 역시 ‘픽업트럭’이 있겠습니다.

지프의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 FCA코리아 제공

쉐보레가 콜로라도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공략하는 가운데 지프는 올해 랭글러를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를 국내에 출시했습니다.

올해 인도 가능한 물량 300대는 계약 2주 만에 모두 계약이 됐다고 하는데요.

짧은 기간이지만 글래디에이터를 직접 경험해 보면서 든 생각은 ‘차는 역시 감성’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예전에 시승해 본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에서 느꼈던 것처럼 각지고 당당한 차의 모습 그 자체가 주는 당당한 인상이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본업에 필요한 화물을 싣기 위해 픽업트럭을 타는 것이 아니라 레저와 여가에 방점을 찍으면서 픽업트럭을 몬다면 멋스러움을 고려해서 충분히 선택지에 넣어볼 수 있는 픽업트럭아니겠느냐는 생각입니다.

글래디에이어터는 3.6L 펜타스타 V-6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해 최고출력 284마력에 최대토크 36kg·m를 내는 차입니다.

넓은 적재함(가로 약 145㎝, 세로 약 153㎝, 높이 약 45㎝)에 짐을 가득 싣고 오프로드를 달려보면 좋았겠지만… 짧은 시승 기간에 그러진 못하고 온로드를 제법 길게 달려봤습니다.

차체가 높고 오프로드에서 강점을 가진 차인만큼 온로드에서도 딱딱하기보다는 가볍게 출렁이는 듯한 주행질감이 여전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부드럽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고속으로 달릴 때는 오프로드용 타이어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느껴지긴 했지만 안정적인 주행질감을 보여줬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편하게 쓸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물론, 지프는 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앞차가 서면 따라서 섰다가 꺼버리는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어서 도심에서는 좀 불편합니다.

지프의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의 내부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 4.885미터, 글래디에이어 5.6미터. 픽업트럭이 되면서 차는 훨씬 길어졌습니다.

주차에 대한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는데 기존의 랭글러 모델에서 그랬던 것처럼 좌우 폭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꽤 여유가 있습니다.

문제는 워낙 전장이 길어서 차가 앞으로 툭 튀어나오게 된다는 점. 차를 2중 주차를 해야 하는 비좁은 지상주차장이라면 차를 넣고 빼는 과정에서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좌우를 넓게 뽑고 주차장 내에서의 차량 이동 공간도 일정하게 확보한 신축 아파트의 주차장이라면 별 무리가 없어 보였습니다.

지프의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를 주차한 모습


● 트랙에서 행사 연 캐딜락… “대통령의 차 넘어서 젊은 감성 더하겠다”

쉐보레의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 그리고 지프의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 등은 모두 미국 차가 가진 ‘크고 우람하다’는 인상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은 차들입니다.

국내에서는 경쟁자가 많지 않은 차급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좋은 판매 실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캐딜락 차량들

그런데 최근 미국 고급차의 대명사인 캐딜락이 연 CT4·CT5 관련 행사는 미국 브랜드의 다른 시장 전략을 보여줍니다.

캐딜락은 지난 9월 말에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트랙데이 행사를 열었습니다.

9월 중순에 출시한 CT4와 CT5 모델의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행사 기획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완성차 업계에서 트랙데이 행사는 대체로 고성능 모델로 한정됩니다.

요즘 나오는 차량의 성능과 내구성이 일정 기간 트랙을 탄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생길 수준은 아니겠지만 순간적인 가속과 감속, 급격한 코너링 등이 동반되는 트랙에서의 주행으로 성능을 드러낼 수 있는 차량은 좀 한정적입니다.

엔트리급 퍼포먼스 세단을 내세운 CT4와, 만능형 럭셔리 세단을 표방한 CT5는 모두 2.0L 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I-4 DOHC Twin Scroll Turbo Engine)으로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35.7 kg·m의 힘을 냅니다.

역시 서킷 데이 행사를 열었던 바 있는 현대차 벨로스터N의 경우 더 작은 차이면서도 275마력의 최고출력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고성능을 내세운 차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행사 자체가 새로운 시도라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캐딜락 CT4와 CT5. 캐딜락 제공

트랙데이 행사는 대체로 안전을 위해서 프로 드라이버가 선두에서 주행하고 뒤따라가는 방식으로 많이 진행이 되는데요.

스피드웨이의 직선 내리막주로에서도 시속 200킬로미터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주행을 이끌었는데 두 차 모두 ‘좀 더 끌어올려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날렵하거나 폭발적인 성능까지 기대할 수 있는 차량은 아니지만 상당한 안정감을 줬고 출력이나 순간적인 가속력도 준수한 편이었습니다.

급감속과 격한 코너링에서도 적당한 무게감을 주면서 안정적으로 차를 이끌 수 있었습니다.

꽤 고속으로 운전했음에도 ‘좀 더 한계 수준까지 주행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이유입니다.

캐딜락 측에서 “안전을 위해 무리하지 않았지만 더 몰아붙여도 되는 차이고 이런 모습을 통해 대통령의 차라는 이미지를 넘어서 젊은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고 얘기를 하는데요.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캐딜락은 기존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더해서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까지 함께 추구하는 모습입니다.

● 미국차,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

예리한 독자분들은 오늘 얘기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가 빠져 있다는 점을 눈치 채셨을 텐데요.

맞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가 오늘 얘기한 판매량 등에서 빠져 있습니다. 수입차협회 통계에서 빠지기 때문인데요.

‘모델3’ 등을 필두로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준 테슬라까지 생각하면 이제 ‘미국차’는 국내에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제품이 됐습니다.

테슬라 ‘모델 3’. 테슬라코리아 제공

사실 한국GM의 쉐보레 차량 수입 판매, 그리고 테슬라의 약진 등은 이들 브랜드의 판매량 문제를 떠나서, 다양한 수입차의 등장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많은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국내에서 픽업트럭의 수요가 생기는 상황을 쌍용자동차가 렉스터 스포츠 등으로 잘 파고들었고 이렇게 수요를 확인하자 한국GM, FCA코리아 등에서도 픽업트럭 수입 판매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은 보다 다양한 옵션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미국 브랜드들의 약진이 국내 고객들에게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캐딜락이 내세우는 ‘스포티한 세단’이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는다면 기존의 독일 브랜드들에도 좋은 자극이 될 수 있겠습니다.

쉐보레에서는 트래버스보다 더 커서 풀 사이즈 SUV로 분류되는 타호 등의 수입·판매를 계속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캐딜락이 미국에서는 이미 공개한 에스컬레이드 역시 국내에서 기다리는 고객이 적지 않을 듯합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미국 차들이 앞으로 어느 정도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요즘입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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