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조 토지보상금’ 연말부터 풀려… 은행들 고객잡기 총력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왕숙지구 등 3기 신도시 보상공고
은행들, 전담팀 꾸려 컨설팅 나서… 세무사-감정평가사 등 투입하기도
보상금 시장 유입땐 집값불안 우려
정부 “현금 대신 대토보상 늘릴것”

올해 말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40조 원이 넘는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들이 ‘토지 보상’ 고객 잡기에 나서는 등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토지보상금이 다시 부동산 시장에 유입돼 집값 불안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현금 대신 다른 땅으로 주는 ‘대토 보상’을 확대할 계획이지만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5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중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지구에 대한 토지보상 공고가 완료되고 본격적인 감정평가를 앞두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 본격적인 보상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양 창릉, 부천 대장지구의 경우 내년 상반기에 공고가 완료된다.

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에 따르면 3기 신도시에 풀리는 토지보상금은 하남 교산 6조8000억 원, 남양주 왕숙 5조8000억 원 등 2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존 측은 다른 공공주택지구와 산업단지, 도시개발사업 등에 풀리는 돈까지 합하면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전국에서 풀리는 토지보상금이 45조7125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전체 보상금의 약 89%인 40조5859억 원이 수도권에서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최근 잇달아 ‘토지 보상’ 고객을 위한 전담 조직을 꾸리는 등 시장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연말부터 보상 협의에 들어가는 경기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 개발 지역에서 세무·부동산·금융 전문가로 이뤄진 ‘3인 1팀’이 토지보상 고객을 ‘밀착 마크’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달 21일 자산관리 컨설팅 조직인 ‘NH All100자문센터’에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토지보상 서포터스’를 출범시켰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25일 ‘하나 토지보상 드림팀’을 만들어 토지보상 업무에 특화된 세무사, 감정평가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12명의 전문가를 자문인력으로 영입했다. 고객에게 보상 협의부터 매각 자금 자산 운용, 상속 및 증여까지 맞춤형 원스톱 컨설팅을 하겠다는 취지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5일부터 우리PB 고객부에서 ‘토지보상 지원반’을 꾸렸고, 신한은행은 고객 자산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PWM센터를 통해 ‘신한은행 전문가와 함께하는 토지보상 우대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는 ‘대토 보상’을 확대해 시중 유동성 확대로 인한 집값 불안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최근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3기 신도시 등의 원주민들이 자신이 보유한 택지를 감정가 수준으로 사업자에게 넘길 경우 그 지구에서 나오는 아파트를 특별공급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실제로 정부가 대토보상을 강하게 추진하고 주민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2018년 9월 토지보상을 시작한 수서지구의 경우 대토보상 비율이 51%에 달했다. 아직 보상이 진행 중인 성남 금토, 과천 주암지구 등도 20% 이상이 대토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들은 서울 강남 등과 인접해 투자 목적의 대토보상이 활발했지만 3기 신도시는 상황이 다소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계양, 왕숙지구 등은 영세 영농인이 많고 자투리땅이 많아 대토보상보다 현금보상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토보상이 일정 부분 효과는 있겠지만 시중 유동성 확대로 인한 집값 불안을 완전히 차단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새샘 iamsam@donga.com·신나리 기자
#3기 신도시#토지보상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