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선물 주제는 ‘언택트’ ‘건강’… 편의점서 캠핑카도 팔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코로나가 바꾼 명절 선물 ‘신풍속도’

서울 강남구에 사는 정형외과 전문의 이모 씨(47)는 이번 추석에는 고향인 광주를 가지 않기로 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부모님이 내려오지 말라고 당부한 탓이다. 그는 미안한 마음에 27일 아버지가 평소 사고 싶어 하셨던 골프 클럽(드라이버와 퍼터)을 구매해 골프 캐디백에 넣어 택배 배송했다. 가방에는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각종 위생용품도 잔뜩 넣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맞이하는 추석을 앞두고 명절 선물에 ‘신(新)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 언택트와 건강, 위생 등으로 요약된다. 유통업계도 변화한 사회상을 반영한 이색 선물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우선 개인 방역용품과 건강상품 등이 인기다. 기존에 추석선물세트라고 하면 햄이나 참치, 샴푸 등으로 구성된 세트를 떠올릴 법하지만, 올해에는 개인 방역용품 선물세트가 처음 등장했다. 최근 ‘추석 얼리버드 기획전’을 진행한 마켓컬리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위생용품 선물세트의 판매 실적은 지난해 추석 대비 각각 301%, 151% 증가했다. 랩신 손소독제, 소독 티슈, 핸드워시, 마스크 등으로 구성된 AK플라자의 ‘AK덕분애 위생용품세트’ 등이 대표적이다. 세븐일레븐은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신체 접촉 없이 체온을 측정할 수 있는 ‘비접촉식 체온계’를 추석 선물로 내놨다.

건강기능식품도 주력 선물세트로 거듭났다. GS25는 건강기능식품 선물세트 종류를 지난해보다 40% 이상 확대한 100여 개로 늘렸다. 면역력 향상에 도움된다는 유산균과 비타민, 프로폴리스, 홍삼 등이다. 홈트레이닝족(홈트족)을 위한 러닝머신(트레드밀)과 디지털 마사지건, 손마사지기 등도 준비했다. 이마트24도 건강 관련 제품을 지난해 대비 50% 이상 늘려 223종을 내놓았다. 안마의자와 홈트족을 위한 요가매트, 운동밴드, 운동장갑 등이 포함됐다.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캠핑카 선물’도 등장했다. 편의점 CU는 오토캠핑카를 추석선물세트로 내놨다. 카라반 전문업체 오토홈즈의 캠핑카로 카니발, 스타렉스 등을 캠핑용으로 개조한 모델을 판매한다. 주문 접수 후 생산에 들어가 주문일 기준 약 2개월 후 요청한 배송지로 배송된다.

세븐일레븐은 차에서 잠을 자는 ‘차박족’을 겨냥해 ‘위드몽 차박텐트’와 ‘그늘막텐트’를 선물 세트로 내놓았다. 테일러메이드와 브리지스톤, 캘러웨이 등 골프용품 전문 브랜드의 드라이버와 아이언 세트 등도 포함됐다.

코로나19 전염 우려를 피해 가족과 친지를 만나지 않는 대신 집에서 명절을 보내는 1, 2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마켓컬리는 맛집 ‘강남면옥’의 갈비탕, 갈비찜 세트를 가정간편식(HMR) 선물 상품으로 내놨다. 롯데백화점은 한꺼번에 들어와 처리하기 곤란한 명절 선물을 나눠서 받을 수 있는 ‘선물세트 정기구독권’을 선보였다. 대량으로 들어오는 한우·청과세트 등을 장기간 냉장고에 보관하기 곤란한 1인 가구 등의 어려움을 겨냥한 것. 구독권을 선물 받으면 한우는 4회, 청과는 2회에 걸쳐 수령할 수 있다.

어르신들을 직접 뵙지 못하는 미안함을 프리미엄 선물로 대신하려는 수요를 겨냥한 상품들도 나오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최고급 한우에 송로버섯 소금 등을 더한 ‘넘버나인 프리미엄 세트’를 내놨다. 세계 3대 진미로 불리는 식자재인 송로버섯과 함께 엄선된 1++등급 한우 중 최고 마블링 등급(9)만 사용했다.

김은지 eunji@donga.com·박성진 기자
#추석선물#언택트#코로나19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