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뜬 롯데의 혁신 동력은 스타트업… 협업 통해 상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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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
“100개중 하나만 성공해도 된다” 신동빈 회장 지시로 CVC 설립
보육부터 투자까지 전방위 지원… ‘위쿡’ ‘언니네 파우치’ 등과 협업

“롯데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속도를 절대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이달 7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만난 이진성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사진)은 “스타트업이 굼뜬 대기업 롯데의 혁신동력이 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소장은 2016년 초 롯데그룹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출범할 때부터 이달 13일 인사에서 전영민 전 롯데인재개발원장이 새 대표로 정해지기 전까지 수장을 겸해왔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2015년 8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 소장을 불러 직접 지시해 설립됐다. 이 소장은 “신 회장이 태블릿PC로 실리콘밸리의 초기 스타트업 투자사인 ‘와이콤비네이터’의 소개 자료를 보여주며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자신 없다”는 그에게 CVC가 필요한 첫 번째 이유로 “우리는 대기업이라 스스로 혁신하기 어려운 상황”을 꼽으며 “100개 중 하나만 성공해도 된다”고 했다고 한다.

국내 대기업 산하 벤처투자 관련 회사 중 보육과 투자(VC)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곳은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유일하다. 보육 프로그램인 ‘엘캠프’에 선정된 스타트업에 시드 머니 5000만 원을 투자하고 집중 보육 지원을 받은 뒤 가능성에 따라 추가 투자를 한다. 지금까지 약 5년간 3669개 스타트업이 지원해 121곳이 선정됐다.

롯데그룹은 이들과의 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이달부터 1020세대 대상의 뷰티 플랫폼 ‘언니네 파우치’를 운영하는 라이클과 협업한다. 이를 통해 롯데온이 취약한 MZ세대 고객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셀러허브, 테크타카 등 물류 관련 스타트업의 솔루션도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온이 적극적으로 가져다 쓰고 있다.

이 소장은 “이들은 정말로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롯데가 못하는 걸 한다”며 “롯데액셀러레이터는 확실한 테스트베드 제공, 추가 투자를 약속하고 협업을 꾀한다”고 말했다. 롯데 계열사와 당장 관련이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웨어러블(wearable) 360도 카메라를 개발한 스타트업 링크플로우는 신 회장이 일본 캐논의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에게 소개하면서 100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받기도 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지주회사 산하 CVC의 조건부 허용에 대해선 “일단 물꼬를 튼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롯데액셀러레이터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의 고용 규모가 5년 만에 400명 가까이 늘었는데, 이런 게 100곳만 있어도 수만 명이나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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