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이동걸 “아시아나 결단의 시점…모든 책임 현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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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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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노딜(인수무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과 관련해 “더는 결정을 미룰 수 없는 결단의 시점이 왔다”며 “계약이 무산되면 책임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3일 오후 열린 ‘KDB산업은행 주요이슈 온라인 브리핑’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금호산업과 산업은행은 하등 잘못한 게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산을 향해 “거래 종결 시점에 맞춰서 결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이 밝힌 계약 종결 시점은 이달 12일이다.

아시아나 인수 주체인 현산은 지난달 26일 8월 중순부터 12주간 재실사를 하자고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채권단에게 요청했다. 현산은 M&A과정에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선행조건 미충족 등 인수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은 “여러 번의 공문 내용이나 보도자료를 통해서 나온 현산 주장은 상당 부분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왜곡됐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인수 무산 시 2500억원의 계약금을 두고 반환소송이 벌어질 것이란 시장의 예상에 대해서도 단호한 태도로 현산을 압박했다.

이 회장은 “현산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계약 무산의 위험과 관련해선 현산이 원인 제공을 했기 때문에 본인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게 맞다”라고 촉구했다. 인수가 무산된다면 모든 책임이 현산에 있어 소송전 자체가 불가능하니 포기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그는 “금호산업은 신의 성실의 원칙에 입각해서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덧붙였다.

현산이 요구한 12주간의 재실사 입장에 대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 회장은 “7주동안 엄밀한 실사를 했는데 상황의 변화가 있다면 점검만 하면 되는데 자꾸 재실사 요구하는 의도가 뭔지 이해가 도무지 안 간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세계 기업사에서 유명한 라이벌전을 펼친 몽고메리 와드와 이서스간의 대결을 사례로 들며 현산의 적극적인 투자와 딜 클로징(거래 종료)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항공산업을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에 매몰되지 않고 긴 안목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2차 대전 이후인 1945년 미국에서 몽고메리 와드와 시어스는 어떤 판단(대대적인 투자)을 해서 한 기업은 리테일산업을 평정하는 대기업으로 거듭나고, 한 기업은 쇠락했다”고 설명했다.

전후 경기 불황 국면에서 몽고메리 와드는 은행에 현금을 쌓아두는 전략을 취하며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시어스는 투자를 확대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렸다.

이 회장은 “코로나19라는 먹구름이 걷히면 항공산업 미래가 어둡다고 보지 않고, 아시아나는 훌륭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며 “현산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아시아나의 정상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현산을 압박하면서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와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하자는 뜻도 강조했다. 이 회장은 “현산도 금호도 계약의 양 당사자로서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열어놓고 진중하게 마지막 협의를 해주기를 당부한다”며 “현산이 심사숙고해서 협의를 요청할 게 있다면 저희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마지막 여지를 남겼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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