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심의 마지막 날…“영세기업 절박” vs “삭감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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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7월 13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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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기정 사용자위원(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과 이동호 근로자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 등. 2020.7.13/뉴스1
류기정 사용자위원(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과 이동호 근로자위원(한국노총 사무총장) 등. 2020.7.13/뉴스1
13일 내년도 최저임금 금액을 결정하기 위한 막바지 심의가 막을 올렸다.

이번 회의는 자정을 넘겨 다음 날 새벽까지 진행되며, 결국은 최종 의결로 이어질 전망이다.

매년 최저임금 제반 사항을 심의 의결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앞서 내년 최저임금 요구안(1차 수정)으로 경영계는 8500원(1.0% 삭감)을, 노동계는 9430원(9.8% 인상)을 제출한 바 있다. 아직 양측 간극이 930원으로 매우 큰 상태다.

이날 회의에는 근로자위원 9명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4명이 불참했다.

민주노총 측 위원들은 청사 밖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회의 참여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전 회의에서도 경영계의 삭감안에 대한 항의 의미로 1차 수정안 제출에 참여하지 않은 채 퇴장한 뒤 심의로 복귀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개회식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측 위원 5명만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용자위원은 8명, 공익위원은 9명 전원이 참석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마지막 노력을 다할 시간”이라며 위원회가 곧 최종 의결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사용자위원인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도 “이제 결정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본부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대출금과 정부지원금으로 하루하루 간신히 버텨나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말 힘들어질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상황을 더 어렵게 하는 기폭제가 되면 안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기업들도 신바람나게 대면활동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최저임금 수준이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처럼 한치 앞도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에선 영세기업과 근로자, 모두의 절박한 현실을 잘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영계가 이번에도 삭감안을 고수할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익위원들은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 제도 취지와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최저임금과 연동된 현실을 이유로 사용자위원의 삭감안 제출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시한 바 있다.

경영계가 공익위원 설득을 위해서는 삭감안을 포기하고, 매우 낮은 수준의 인상률을 제출하는 쪽이 여러모로 합리적인 셈이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 단체 등에서는 삭감안 제출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의 삭감만큼은 어떻게든 막겠다는 입장이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납품단가 인하 등의 문제지, 최저임금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이 협상에 참여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 왜냐하면 최초안 이어 수정안까지 삭감안을 가져온 사용자위원들과 협상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늘은 최저임금 심의가 이뤄지는 마지막 날”이라며 “부디 최저임금 제도의 본래 목적과 취지를 올바르게 확립해 주시길 공익위원들께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위원 4명은 최종 의결에 대비해 조만간 심의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나, 노총의 선명성 유지를 이유로 심의를 계속 보이콧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앞서 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의 자체 요구안으로 1만770원(25.4% 인상)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의 분위기를 봐서는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의 인상이 의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민주노총 위원들이 개회식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적극적인 의사결정으로 조속히 회의장 복귀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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