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도 크라우드펀딩 바람… 독특한 신상품 싸게 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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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상품제작-발송에 투자… 국내 구매 힘든 캐나다 ‘차박텐트’
이마트 펀딩 목표액의 4배 몰려… 이랜드는 新디자인 의류 등 판매
소량 수입해 시장반응 즉각 확인… 재고 비용 없어 20% 싸게 팔아
기업들에겐 국내유통 실험의 장

최근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달 말 크라우드 펀딩에 나섰던 이마트의 차박텐트(왼쪽 사진)와 이랜드의 ‘코치넬레’ 핸드백. 이마트·이랜드 제공
최근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지난달 말 크라우드 펀딩에 나섰던 이마트의 차박텐트(왼쪽 사진)와 이랜드의 ‘코치넬레’ 핸드백. 이마트·이랜드 제공
최근 이마트는 캠핑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캐나다 ‘네이피어’사의 ‘차박텐트’를 전국 이마트 매장이 아닌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판매했다. 차박텐트란 차에 연결할 수 있게 제작된 텐트로 이번에 이마트가 판매한 제품은 주로 캐나다와 미국에서만 판매됐다. 이마트 측은 “총 8일 동안 진행된 펀딩 모금에서 목표 금액의 4배 수준인 1억2000여만 원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패션회사 등이 최근 2년 사이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에 뛰어들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군중(crowd)과 자금조달(funding)을 합친 용어다. 초기엔 대중 소액투자자들에게 신생 스타트업이나 채권 등 금융상품을 중개하는 방식으로 많이 쓰였으나, 최근엔 유통 및 마케팅 분야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다. 일정 인원의 소비자가 모여 상품 제작 및 발송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면 해당 제품이 만들어져 거래가 성사되는 식이다. 적은 수량만 들여와 소비자 반응을 시험해 볼 수 있어 최근 유행하는 트렌드 파악에도 용이하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판매되는 상품들은 기존 업체나 브랜드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독특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것이 많다. 캐주얼 의류를 주로 취급하던 이랜드의 명품 가죽 브랜드 ‘코치넬레 핸드백’, 가로줄 누빔이 일반적인 패딩에 세로줄 퀼팅 디자인을 적용한 헤드스포츠의 ‘세로다운’, 이마트의 스페인산 스니커즈 ‘세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소비자 아이디어를 공모해 제작한 패딩 ‘플립 구스다운 점퍼’ 등이 대표적인 예다.

기업들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제품 판매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 제품의 시장 반응을 즉각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의 주 소비층은 상품 정보를 꼼꼼히 따져보고 사용 후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열성 고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마트의 주 고객층인 4050세대 소비자들은 잘 모르는 브랜드에는 돈을 지불하지 않는 반면, 밀레니얼 세대는 잘 모르는 상품이라도 도전해보고 써 보려고 한다”며 “크라우드 펀딩 진행 과정에서 반응이 좋은 제품은 기존 유통채널로 이동해 판매하거나, 고객 피드백을 2차 제품 출시 때 반영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로부터 상품 주문 시 단가를 저렴하게 책정할 수 있는 것도 크라우드 펀딩의 장점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제품은 대량 물량을 매입해 단가를 낮추는 유통업계의 전통 방식과 달리 소량의 제품을 1회성으로 판매한다. 재고로 발생하는 물류비용이나 남은 이월 상품을 할인 판매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 이런 장점으로 전통 유통 경로로 매입하는 것보다 약 20%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융뿐 아니라 유통,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활용되면서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국내 주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중 하나인 와디즈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펀딩 규모는 1435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0% 성장했다. 올해 5월 말까지 누적 펀딩 건수는 약 2만 건으로 펀딩 금액 규모는 3300억 원에 달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진행된 대기업의 크라우드 펀딩 고객 반응이 좋아 각 업체에서도 관련 프로젝트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크라우드펀딩#대형마트#차박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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