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생산-근무 정상화 시동… 글로벌공급망 중장기 관리 나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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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재계 ‘포스트 코로나’ 대응 잰걸음

LG화학이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비상경영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7일에는 LG화학의 새 방향성을 제시하는 ‘비전 선포식’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회사의 새로운 중장기 목표 및 사업 방향성 등을 직접 발표할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달 20일 SK 비상경영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을 비롯한 각 계열사 최고경영진은 계열사별 ‘새로운 안전망(Safety Net)’ 추진 현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비상경영 및 중장기 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재계 움직임이 빨라졌다. 국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2주 동안 20명 미만을 유지하는 등 확진세가 잦아들기 시작하면서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은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전략까지 재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집중해 왔던 혁신 기술을 근무 형태의 변화, 지속 가능한 자원 및 역량 확보 등으로 활용할 범위를 넓히고 있다.

다시 붐비기 시작하는 지하상가 황금연휴 기간인 3일 오후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연결되는 지하상가 ‘고투몰’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고투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세가 줄어들자 조금씩 시민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달 대비 
30%가량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다시 붐비기 시작하는 지하상가 황금연휴 기간인 3일 오후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연결되는 지하상가 ‘고투몰’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고투몰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세가 줄어들자 조금씩 시민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달 대비 30%가량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전반부는 내부 확산을 막기 위해 생산 공장 및 지역을 단계적으로 봉쇄하고, 부품 조달 및 제품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집중해온 시기였다”며 “이제는 기업들이 생산 및 근무 활동을 조금씩 정상화하면서 동시에 부품 공급망의 안정적 구축 및 생산기지 다변화, 중장기적 투자 계획 수정, 근무 형태 변화에 따른 인사 시스템 점검 등 경영 문법을 전면적으로 재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이 비상경영을 위해 운영 중인 TF 이름은 ‘A TF’다. 진달래의 한 품종인 어제일리어(azalea)에서 따온 것으로 겨울이 지나 피는 진달래처럼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상황을 함께 이겨내자는 신 부회장의 의지가 담겼다. 이 조직은 당초 전지사업본부를 떼어내 독립법인으로 만드는 분사 준비 작업을 위한 TF였지만 이 계획이 연기되고, 현금 확보가 조직 내 최대 과제가 되면서 역할이 바뀌었다. LG 관계자는 “LG화학은 올해 계획했던 투자도 1조 원가량 축소하기로 했다. A TF 과제 역시 비용 절감 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역시 모든 계열사의 근무 형태 및 사업 방향성 등 기존 관행과 시스템 등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나섰다. 최 회장은 지난달 비상경영회의에서 “기업이 더욱 단단하고 체계적인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조직 내 모든 관행을 냉정하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망은 SK가 보유한 자원과 인프라 등을 고객 및 비즈니스 파트너는 물론이고 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이를 실행에 옮기자는 의미다.

한편 국내 주요 기업 대부분은 내부적으로 선제적인 방역 시스템 구축 및 예방, 선진화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근무 형태 다변화 등으로 2월 코로나19 확산부터 현재까지 비교적 잘 대처해 왔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구미사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일부 생산 물량을 베트남 등으로 돌리며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방역당국과 재택근무 직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조사를 벌인 삼성전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실제 본보 조사 결과 삼성, SK, LG 등 주요 기업 모두 내부 임직원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10명 안팎에 머물렀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에 각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을 판가름하는 시험대나 마찬가지”라며 “모든 기업은 사실상 경영 계획의 룰과 기준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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