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다시 통화정책에 의지하는 주식시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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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
세계 금융시장은 역사적인 감염병 대유행 공포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각국 의회가 해결책을 고심하는 사이 각국 중앙은행은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발 빠르게 대응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금융시장 안정화 정책을 시행했다. 연준 보유 자산은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 실시 결과 이번 주 6조6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당시 최대 수준을 경신한 지는 이미 오래다. 가계와 기업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고려할 경우 연준 보유 자산은 연내 9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도 제기된다.

연준의 보유 자산 증가는 중앙은행이 그만큼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는 의미다. 자산 매입 프로그램인 양적완화(QE)가 대표적이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으로부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실시했던 비전통적 통화정책 중 하나다.

양적완화가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금융기관의 유동성 압박 완화에 따른 신용 위축 방지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장기금리를 떨어뜨려 기업에는 투자를, 가계에는 소비를 이끌어내는 효과를 갖고 있다. 연준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도 양적완화를 기반으로 한 금융 완화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총자산 규모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두 요소 간 상관계수는 2009년 이후 0.9로 계산돼 연관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 유럽, 일본, 영국 중앙은행의 총자산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간 상관계수는 2016년 이후 0.93에 이른다.

유동성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식시장을 가장 잘 설명해 온 변수다.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중앙은행 총자산 비율은 주요국 중 제일 낮다. 연준의 총자산 확대가 예상되는 이유다. 연준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자산을 매입한다는 입장이며, ECB와 일본은행도 무제한 양적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다만 연준이 자산 매입 속도를 점차 줄여 나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연준은 지난주 국채 매입 속도를 과거 일평균 750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로 줄였다. 유동성 방출 속도가 금융시장 안정화 조짐에 점차 줄어든다면 증시 상승세도 둔화될 수 있다. 자산 매입 여력은 있지만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시장은 안정화시키면서도 자산 매입 속도는 줄이는 묘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힌트는 28, 29일(현지 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확인할 수 있다. 투자자의 기대를 크게 저버리지 않는다면 증시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통화정책에 의지할 수 있을 듯하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
#주식#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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