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새 카드매출 1조6868억 줄어… “13년 장사중 가장 힘든 시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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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경제위기]서울 카드 빅데이터로 본 ‘코로나 쇼크’

“장사 13년 만에 가장 힘든 시기입니다.”

서울 중구 을지로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모 씨(43)는 매출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7명이던 직원도 주방과 홀에 1명씩만 남기고 모두 내보냈다. 하루 300만∼4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22일 저녁은 100평이 넘는 가게에 손님이 단 두 테이블뿐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워진 건 정 씨만이 아니다. 동아일보가 서울시 빅데이터 캠퍼스를 통해 분석한 결과 올해 2월 19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40일간 서울시내 카드 매출액이 2017∼2019년 같은 기간 평균보다 1조6868억 원 감소했다. 이 결과는 한 신용카드사의 매출 데이터로 서울시내 모든 가맹점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매출액을 추산한 결과다. 올해 1월 1일∼2월 18일은 매출액이 2017∼2019년보다 오히려 6490억 원 많았다. 하지만 신천지예수교 대구교회 예배에 참석했던 코로나19 환자가 올 2월 18일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코로나19는 퍼졌고 매출은 줄었다.

○ 여행, 숙박업계 “원래는 피크, 현재는 비상”

여행 관련 업종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액 감소 비율은 면세점이 86.89%나 줄어 가장 컸고 스포츠시설(―53.55%), 호텔·콘도(―53.29%), 여행사(―52.54%) 등이 뒤를 이었다. 20년 넘게 여행사를 운영 중인 김용진 씨는 “메르스, 사드 사태 등도 견뎌냈는데 코로나19로 완전히 무너졌다”며 “2월 이후 딱 하루 매출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 월급도 빚을 내 주고 있다. 운영이 어려우니 다른 업종으로 가겠다며 나가려는 직원도 있다”고 전했다. 중구 써미트호텔을 운영하는 박인철 씨(60)는 “원래 3, 4월은 호텔 업종의 피크다. 하지만 최근엔 매출이 9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호텔 운영과 관련된 청소, 식당, 방역, 세탁 등의 업체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는 중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장기간 휴업에 들어간 헬스클럽도 울상이다. 서울 영등포에서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안모 씨(38)는 “인근 아파트가 새로 입주하며 특수를 기대했는데 전혀 그런 게 없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말했다. 안 씨는 새 운동기구를 들여놓으려던 계획을 연기했다. 헬스·실내골프장 업종은 2017∼2019년보다 매출액이 347억4538만 원(―30.78%) 줄었다.

○ 식당, 학원 등 발길 줄며 ‘직격탄’

면세점 종합병원 등 63개 업종 가운데 절대적인 매출액 감소가 가장 큰 업종은 한식이다. 2017∼2019년 평균과 비교할 때 3904억6272만 원(―24.65%)이나 빠졌다. 요식업에선 양식(―32.22%), 중식(―21.88%), 일식(―26.37%), 제과점(―8.20%), 패스트푸드(―7.62%) 등이 모두 감소했다. 관악구의 한 횟집은 지난달부터 1만5000원에 팔던 광어 한 접시를 7000원에 파는 깜짝 이벤트를 시작했지만 매출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학원 매출도 크게 꺾였다. 2017∼2019년 대비 2013억3054만 원(―44.72%) 줄었다. 서초구에서 소규모 단과학원을 운영하는 이모 씨(34)는 “20명 이상이 수강하는 고교 3학년 수업을 모두 폐강했다”고 말했다. 문구용품 등 교육용품 매출도 626억2027만 원(―32.89%)이나 줄었다.

유통업계는 명암이 갈렸다. 백화점은 매출이 1289억2955만 원(―20.17%) 줄었지만 대형마트 등 할인점(4.53%)과 편의점(5.55%)은 매출이 늘었다. 특수를 누린 업종도 있다. 외식 대신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면서 정육점 매출액은 219억8256만 원(28.16%) 늘었다.

홍석호 will@donga.com·김하경 기자
#코로나19#카드매출#서울시#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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