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72승 ‘에이원’…뚝섬시대 최강마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4월 24일 05시 45분


한국경마 100여 년의 역사 속에는 수없이 많은 경주마들이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함께 했다. 경주마 ‘차돌’(왼쪽)은 경마장이 과천으로 이전한 1989년에 그랑프리를 비롯해 대상경주 3개나 휩쓸었고, 1993년 데뷔한 ‘대견’(오른쪽)은 9년 동안 통산 49전 29승이라는 환상적인 기록을 남긴 스타말이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한국경마 100여 년의 역사 속에는 수없이 많은 경주마들이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함께 했다. 경주마 ‘차돌’(왼쪽)은 경마장이 과천으로 이전한 1989년에 그랑프리를 비롯해 대상경주 3개나 휩쓸었고, 1993년 데뷔한 ‘대견’(오른쪽)은 9년 동안 통산 49전 29승이라는 환상적인 기록을 남긴 스타말이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한국경마 100여년 역사 빛낸 명마 이야기

‘포경선’ 15연승 24년 불멸 기록
‘차돌’ ‘대견’ 과천시대 연 스타마
‘새강자’ 국산마 첫 그랑프리 우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마가 중단되자 온라인으로 지난 경주를 찾아보는 경마팬이 늘었다. 일명 ‘뚝섬시절’로 불리는 1970∼1980년대 대표적인 추억의 명마부터 최근의 스타말까지 한국경마 100여 년의 역사를 빛낸 경주마를 알아본다.

● 뚝섬 경마장의 향수 ‘에이원’과 ‘포경선’

‘에이원’은 1969년 호주에서 도입된 갈색의 암말로, 뚝섬경마장에서 1974년까지 6년간 72승을 기록했다. 비공식으로는 25연승이라는 최고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전산화가 이뤄지지 못했던 시기에 모든 기록을 수해로 잃어버려 기록을 인정받지 못했다. 1971년 5월 24일 경향신문 기사에 의하면 전주 토요일 11 경주에 팔린 마권 350만 원 중 340만 원이 베팅될 정도로 ‘에이원’은 적수가 없었던 전설적 존재다. 박진호 기수는 한 인터뷰에서 ‘에이원’과 20차례 호흡을 맞췄는데 단 한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1980년대 명마 ‘포경선’은 1983년 뉴질랜드에서 도입된 밤색의 거세마다. 통산 25전 20승 중 그랑프리를 2연패했고, 1985년부터 1987년 사이 달성한 15연승은 24년간이나 깨지지 않았을 만큼 대단한 기록이었다. 상대할 말이 없어 무려 68kg의 부담중량을 지고 출전했음에도 우승했을 만큼 강렬한 이미지로 경마팬들을 사로잡았다.

● 과천시대를 연 스타 ‘차돌’과 ‘대견’

1989년 뚝섬시대가 막을 내리고 경마장이 과천으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스타말들이 등장했다.

1987년부터 1994년까지 무려 8년간 경주로를 달렸던 경주마 ‘차돌’은 520kg의 거구로 등장하자마자 첫해에만 12전 8승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경주 중 펜스 쪽으로 파고드는 나쁜 습관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1989년 여름 때마침 경마장이 이전하며 진로 방향이 반대로 바뀌자, 그해 파죽지세로 그랑프리를 비롯해 대상경주를 3개나 휩쓸었다.

뒤이어 등장한 경주마 ‘대견’도 한국 경마계를 빛낸 스타 중 하나다. 1993년 데뷔해 2001년까지 무려 9년 동안 통산 49전 29승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남겼다. 다른 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60∼64kg의 부담중량을 받아야 할 정도로 능력이 월등했다. 6세 때인 1995년 그랑프리 경주에서 우승도 차지했다. 여러 번의 부상으로 잦은 휴양과 복귀를 반복했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경주로에 돌아온 경주마.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넘는다는 12세까지 활약했다.

● 토종 경주마로 그랑프리 제패한 ‘새강자’

1996년 태어난 국산마 ‘새강자’는 외환위기로 국내 경기가 많이 위축된 1999년 그랑프리 경주에서 외산마들을 따돌리고 국산마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경마팬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국산마와 외산마의 동등한 경쟁 가능성을 처음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경주마로서는 노령인 9세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오랜 시간 주로의 강자로 군림한 명마다.

이밖에 국내산 3관마 ‘제이에스홀드’, 17연승이라는 신기록을 세운 ‘미스터파크’, 대통령배 4연패에 빛나는 ‘트리플나인’ 등 수없이 많은 명마들이 한국경마 100여 년의 역사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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