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턴 기업 당근책, 세계는 뛰는데 한국은 걸음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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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인센티브 강화” 커지는 목소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은 각국이 해외에 나간 자국 기업들의 공장을 국내로 복귀시키려는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지금까지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비가 싼 중국 등 해외에 공장을 세워놓고 제품 생산의 상당 부분을 의존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국경 간 장벽이 높아지고 방역물자 생산 등 핵심 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자 유턴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는 쪽으로 산업 정책의 방향을 틀고 있다.

한국도 제조업 기반 강화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들에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가 아직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美日 등 기업 국내 복귀 파격 지원
일본 정부는 최근 자국 복귀를 원하는 부품·소재 분야 대기업에 생산 공장 이전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겠다는 파격적인 유턴 지원책을 내놨다. 중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에 코로나19가 확산되고 해외 공장 가동이 멈추자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은 과거에도 수도권 규제 완화와 노동 유연성 제고 등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대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유도한 적이 있다. 2015년에 도요타, 2017년에 닛산이 연간 10만 대의 자동차 생산 라인을 북미에서 일본으로 가져왔고 혼다, 캐논 등 대기업도 잇달아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제조업 재건을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공장을 불러들인 미국은 이번에도 유턴 기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래리 커들로 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돌아오는 기업의 이전 비용 100%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미국 정부는 법인세율을 대폭 낮추고 고용 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국내 복귀를 적극 지원해 왔다. 이에 힘입어 GE와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포드, 애플 등 주요 제조업 기업이 공장을 이전했다. 독일도 해외에 나갔던 기업을 불러들여 제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스마트 리쇼어링(reshoring·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 “한국도 제조업 복귀 인센티브 늘려야”


한국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제조업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유턴 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은 최근 페이스북에 “구박받던 제조업이 숨은 영웅”이라면서 “한국의 경제적 충격이 덜한 이유는 제조업 경쟁력을 보유하기 때문”, “코로나 위기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공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해준다”고 썼다. 비용을 아끼려고 주력 산업의 생산 기능을 해외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면 요즘 같은 전례 없는 위기 국면에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해외 기업들의 국내 복귀는 일자리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매출액 기준 상위 1000개 해외 진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들 중 일부만 국내 생산으로 전환돼도 자동차 4만3000개, 전기전자 3만2000개 등 총 13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유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무소속 곽대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지원법)이 제정된 2014년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돌아온 기업은 올 4월 기준으로 68곳이다. 이 중 폐업했거나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곳을 제외하고 현재 가동 중인 기업은 38개에 불과하다. 이들 기업이 투자한 금액(8790억 원)에 비해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246억 원)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이동 제한과 해외 공장 폐쇄 등을 겪은 각국은 자국 기업을 복귀시키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도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 유턴 기업 ::

해외에서 2년 이상 운영하던 사업장을 정리 및 축소하고 국내에 사업장을 신·증설해 해외 생산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관계법령에 따라 정부는 이들 기업에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코로나19#유턴 기업#제조업#인센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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