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V’ 분해한 LG전자…‘번인 올레드’ 전시한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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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8일 1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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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라이벌’ 관계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기술 논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발단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는 초고해상도 ‘8K TV’였다.

먼저 LG전자에서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QLED 8K’ TV가 국제 규격에 미달되는 제품이라고 주장하면서부터다. 삼성전자는 “수십년 전 만들어진 기준에 대한 의미없는 소모적 논쟁”이라며 받아쳤다.

양사의 도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LG전자가 삼성전자의 TV를 분해한 뒤 부품까지 공개하며 “원칙적으로 삼성전자의 QLED TV는 퀀텀닷 시트를 덧댄 LCD TV”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삼성전자는 LG전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번인(Burn-in, 화면에 잔상이 남는 현상)’ 화면을 전시했다. 8K로 시작된 양사의 TV 기술 논쟁이 소비자는 외면한 채 상대방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공개하며 비난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17일 나란히 언론을 대상으로 TV 기술 설명회를 열었다. 양사 모두 사전에 공지할 때는 ‘8K TV’ 관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오전에 먼저 행사를 연 LG전자는 설명회가 열린 트윈타워 서관 33층 전시장에 삼성전자 QLED TV를 4대나 전시했다. 자신들의 8K TV와 비교하기 위한 목적으로 2대를 설치했으며 나머지 2대는 LG전자의 주력 프리미엄 TV인 올레드 TV와 삼성전자의 QLED TV의 기술 및 화질 체험을 위해서다.

특히 LG전자는 올레드 TV와 삼성의 QLED를 비교하기 위해 경쟁사 제품을 직접 분해한 뒤 디스플레이 부품을 하나하나 전시하는 ‘초강수’를 던졌다. 전자업계에서 경쟁사 제품을 분석하기 위해 연구개발 과정에서 직접 분해해 살펴보는 것은 비일비재하지만 언론을 대상으로 한 공개석상에서 이같은 전시는 이례적으로 꼽힌다.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 전무는 삼성전자 QLED TV에 포함된 퀀텀닷 시트를 직접 들어보이며 “이것은 색 재현율을 높이기 위해 적용한 것”이라며 “진짜로 자발광하는 LG전자의 올레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고 강조했다.

이같은 논쟁은 2017년 삼성전자가 QLED TV를 최초로 출시했을 당시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QLED TV가 학계에서 인정하는 진정한 의미의 ‘퀀텀닷자발광 TV’가 아니라 필터만 덧댄 퀀텀닷LCD TV라는 주장이다. 삼성전자도 퀀텀닷 시트가 포함된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가 마케팅상 용어로 QLED TV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이 LG전자의 ‘먹잇감’이 된 셈이다.

삼성전자의 QLED TV를 분해까지 하면서 공개한 데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8K TV 관련 논쟁이 시끄럽지만 그동안 논란이 많다고 생각한 경쟁사의 QLED TV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경쟁업체에 의해 ‘속살’이 고스란히 드러난 삼성전자도 가만있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8K TV 설명회가 열리는 R&D 캠퍼스 강당 입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TV 5대를 나란히 배치했다. 제조사가 확인되지 않은 5대의 TV에는 빨강, 초록 등의 배경색과 함께 화면이 깨진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해당 TV는 모두 LG전자의 올레드 TV였다. 화소에 문제가 생긴 듯 화면이 깨진 것은 올레드 TV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번인’ 현상이다. 번인은 TV에서 똑같은 화면을 장시간 켜놓을 때 특정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고 잔상으로 남는 것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우측 상단에 특정 방송사의 로고가 남거나 왼쪽 상단에 스포츠 중계채널의 정보란이 그대로 남는 방식이다. 이같은 번인은 올레드 TV를 같은 화면으로 고정한 채 장시간 켜두었을 때 일부 소자가 열화돼 망가져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8K TV 관련 설명회 자리에서 LG전자의 올레드 TV 번인 현상을 공개한 것도 상대방의 약점을 건드리면서 경쟁사 제품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양사의 논쟁이 새롭게 떠오르는 8K TV 시장에서 단순히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자존심’ 대결로 번지면서 소비자들은 외면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모두 상대방을 향해 “잘못된 정보로 소비자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전문적 기술 논쟁만 벌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분간은 삼성과 LG의 TV 기술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소비자들은 어느 제품이 더 나은 것인지 손쉽게 판단하기 어려워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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