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사우디 ‘석유 심장’…“국내 유가 일시적 오를 것”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16일 13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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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국내 원유 조달에 큰 어려움 없을 것" 예상
정부 "특별한 대응조치 검토 안 해…상황 지켜볼 것"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생산시설 2곳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되면서 국제 유가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유류세 인하 종료와 맞물리면서 일시적으로 기름값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생산 시설과 유전 등 2곳이 14일(현지시간) 친(親) 이란계 군사 세력 드론(무인기)의 공격을 받아 잠정 중단됐다.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체 산유량의 절반인 하루 평균 약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지장을 받게 됐다. 이는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5%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도 폭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폭격 이후 첫 거래에서 국제 유가가 한때 배럴 당 71달러를 기록해 이전 장보다 약 20% 상승했다고 전했다. 서부 텍사스유(WTI)는 배럴 당 63.64달러로 거래돼 전 장 보다 16%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 유가에 영향을 받는 국내 유가도 당분간은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유류 시장에서 사우디 공급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가격이나 수급에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 도입된 사우디산 원유는 3억2317만 배럴로 전체 수입량의 29.01%를 차지했다. 올해 1~7월 수입량도 1억7845만 배럴로 전체 수입량의 28.30%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달 유류세 한시적 인하 정책까지 종료되면서 국민이 체감하는 기름값은 더욱 비싸게 느껴질 수 있다. 앞서 유류세 인하 정책이 시행됐던 지난달 넷째 주 기준 리터(ℓ)당 1494.0원이었던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판매가격은 16일 기준 ℓ당 1525.32원으로 오른 상태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국제 유가가 오르면 국내 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달 유류세 인하가 종료되면서 이미 유가가 올라갔다. 여기에 사우디 석유 시설 파괴로 인한 추가적인 인상 요인까지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석유 수급에 대한 지장과 유가 인상이 예상된다”면서 “부처 차원에서 오후에 석유 수급 관련한 대책회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에는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이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국제 유가가 상승하겠지만, 규모 등을 봤을 때 공급 중단 기간이 장기화할 것 같지는 않다”며 “사우디아라비아가 가지고 있는 재고를 (우리나라에) 공급해 줄 수도 있고 공급을 못 받을 경우 다른 대체 노선을 확보할 수도 있다. 원유 조달에는 큰 어려움을 겪을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내 유가 상승 가능성과 관련된 대응책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영향이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정부에서 (유류세 인하 등) 특별히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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