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게임은 모른다” 대기업 입찰 길 열어둔 아시아나 매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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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달 시작 본입찰 앞두고 채권단 “대기업 깜짝 등장할 수도”
금융당국, 선발 주자들과 형평 고려 ‘예비입찰자와 연합 조건’ 마련 검토


“아직은 누구도 모른다. 대기업 한 곳 정도는 언제든지 깜짝 등장할 수 있다.”

이르면 10월 말 시작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채권단의 한 고위 관계자가 이같이 말했다. 이달 초 열린 예비입찰에는 애경과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홍콩계 사모펀드인 뱅커스트릿과 연합한 KCGI(일명 강성부 펀드), 스톤브릿지캐피탈 외 사모펀드 1곳 등 총 5곳이 참여했다. SK, 한화, GS 등 시장에서 가능성이 계속 거론됐던 대기업들은 불참을 택했다. 그래서 기존 예상과 달리 인수전 분위기가 그다지 달아오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번 매각 절차의 독특한 규정 때문이다. 통상적인 기업 매각 과정에서는 예비입찰 참여자에만 본입찰 기회를 부여하고 그중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그러나 이번에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에도 본입찰에 참가할 기회를 부여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승자를 예측하기 힘든 구조를 만든 것이다.

채권단이 본입찰 자격을 이처럼 유연하게 규정한 것은 마지막까지 이름난 대기업들을 포섭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채권단은 이른바 굵직한 대기업이 ‘본게임’에 참여해 인수전의 분위기를 끌어올려 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 인수합병은 정해진 방식이 없다. 매도자가 가격을 조금이라도 높게 받을 수 있다면 소위 ‘엿장수 마음대로’ 정해도 된다”며 “다만 이는 흔한 방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대기업이 나중에 깜짝 등판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현실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악화된 재무 상황과 항공 업황 등을 고려했을 때 대기업이 조 단위의 인수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있다. 반면 국적 항공사를 인수해 진입 문턱이 높은 항공업에 진출할 기회를 일부 대기업이 노리고 있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예비입찰 참여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나중에 본입찰에 ‘지각 합류’하는 업체들에는 일정한 페널티를 부여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본입찰 방식에 대해서는 금호산업과 매각 주간사회사, 채권단이 고민하고 있다”며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에는 단독 입찰 금지 등의 제한 조건을 둘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노리는 새로운 대기업은 현재 예비입찰에 들어와 있는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연합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KCGI, 스톤브릿지캐피탈, 그리고 다른 한 곳의 사모펀드가 그 대상이다.

물론 재무적 투자자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대기업의 참여가 여전히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9조 원이 넘는 부채, 악화된 항공 업황 등이 걸림돌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으로선 새로운 대기업이 추가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복수의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시장에서 거론된 GS, SK, 한화 등이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그럼에도 대기업 한 곳 정도가 FI와의 협상에서 좋은 조건을 받는다면 본입찰 때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아시아나항공#대기업#채권단#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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