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유럽 최대 전기차 충전 업체 ‘아이오니티’에 전략 투자

  • 동아경제
  • 입력 2019년 9월 9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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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가 유럽 내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낸다.

현대·기아차는 유럽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업체 ‘아이오니티(IONITY)’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현대·기아차가 지향하는 ‘클린 모빌리티(Clean Mobility)’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소비자에게 보다 풍요로운 모빌리티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유럽 전역 대규모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힘을 보태 장거리 여행 시 충전에 대한 걱정을 해소하고 이를 발판으로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아이오니티는 기존 급속 충전기 대비 충전 속도가 최대 7배가량 빠른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회사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자체 개발에 나서고 있는 800볼트(V)급 고전압 전기차 판매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초고속 충전 인프라 확대는 충전 속도 향상과 함께 전기차 이용 편의를 극대화해 미래 전기차 산업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현대·기아차는 효율성을 높인 전기차 전용모델은 물론 스포츠카 수준 고성능 전기차와 전기차 특화사양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7년 11월 BMW그룹과 다임러AG, 폴크스바겐그룹, 포드모터 등 유럽 중심 4개 자동차업체들은 유럽 전역에 초고속 충전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아이오니티를 공동 설립했다. 아이오니티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유럽 전역 고속도로망에 140여개 전기차 충전소 구축을 완료했다. 유럽 내 최대 초고속 충전 사업자로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아이오니티가 설치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350kw급 초고속 충전기다.

아이오니티는 오는 2020년까지 유럽 24개국을 관통하는 주요 고속도로에서 약 120km 간격으로 총 400개 규모 초고속 충전소 구축을 완료한다는 목표다. 특히 아이오니티가 설치하는 충전기는 디지털 결제 방식과 유럽 전기차 충전 표준이 적용돼 제조사에 구애 받지 않는 광범위한 호환성을 자랑한다.

현대·기아차는 유럽 내 전기차 판매 우위를 지속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초고속 충전 네트워크를 보유한 사업자와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 소재 아이오니티 본사에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 및 전략적 사업 협력에 대한 계약이 체결됐다.

토마스 쉬미에라(Thomas Schemera) 현대·기아차 상품본부 부사장은 “유럽 핵심 완성차 업체들과 함께 유럽 전역에 초고속 충전 네트워크 구축에 동참함으로써 확고한 전동화 의지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며 “아이오니티와 협업은 기존 주유 방식 보다 원활하고 쉬운 초고속 충전 경험의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하제쉬(Michael Hajesch) 아이오니티 CEO는 “현대차그룹의 e-모빌리티 발전을 위한 공헌으로 상당한 국제적 경험과 노하우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아이오니티가 신규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한 것은 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아이오니티 투자 계약으로 현대차그룹은 앞서 투자한 업체들과 동일한 2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제품의 경우 현대·기아차는 오는 2021년 이후 순차적으로 선보일 전기차 전용모델에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800V급 충전시스템을 탑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충전 속도는 충전기 공급전략(kW)이 좌우한다. 높은 전력으로 전기차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에도 고전압을 견딜 수 있는 충전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현행 50~150kW급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는 전기차의 경우 400V급 충전 시스템이 탑재되지만 아이오니티가 제공하는 350kW급 전력으로 충전하기 위해서는 800V급 고압 충전 시스템이 요구된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350kW급 초고속 충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하면 약 3분 만에 1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코나 일렉트릭(배터리 64kWh 기준)은 100kW급 급속 충전기를 활용하면 배터리 80%를 채우는 데 54분가량이 소요된다. 하지만 800V 충전시스템이 적용된 전기차는 초고속 충전을 통해 약 15분 만에 배터리 80%를 충전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아이오니티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초고속 충전사업 노하우를 내재화해 국내를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초고속 충전 인프라 확보 전략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유럽 시장은 현대·기아차 최대 전기차 판매 지역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총 2만3000여대가 유럽에서 판매됐다. 전년 동기(7000여대) 대비 20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전기차 경쟁이 치열한 유럽에서 우수한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EU 국가들의 전기차 확대 정책에 따라 앞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은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21만대 수준이었던 유럽 내 전기차 시장은 올해 30만대 이상으로 성장이 예상되며 2030년에는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20~3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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