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배터리 특허 맞제소” LG “국면 전환노린 행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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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美ITC 제소 절차 진행
LG “묵과 못해… 매우 유감”
양측 대화 가능성은 열어둬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LG전자를 특허 침해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제소한다. 앞서 올해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ITC에 제소한 데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도 입장문을 내고 “이전 소송의 국면 전환을 노린 불필요한 제소”라며 반박에 나섰다.

30일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LG화학의 미국 자회사인 LG화학 미시간을 미국 ITC 및 연방법원에 다음 달 초에 제소하기로 하고 ITC와 사전검토(preview)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모듈과 팩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LG전자도 연방법원에 제소할 예정이다.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LG화학과 LG전자가 특허를 침해한 것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국내 기업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국민적 바람과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보류해 왔다. 이제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4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출신 인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독일 폴크스바겐의 배터리 공급자가 됐다며 ITC 등에 제소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6월 LG화학을 대상으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다. 두 회사는 이전에도 2011년 리튬이온분리막(LiBS) 특허 침해 소송, 2017년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 등 소송전을 벌인 바 있다. 배터리 시장은 급성장 중이지만 여전히 투자 비용은 많이 들고, 그만큼 이익은 나지 않는다. 양사 모두 기술과 관련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G화학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매우 유감스럽다”며 SK이노베이션 측 주장을 반박했다. LG화학 측은 “LG화학이 정당한 권리 보호를 위해 제기한 이전 소송과 관련해 국면 전환을 노린 불필요한 제소”라고 밝혔다. 또 LG화학은 “자사 배터리 관련 특허 수가 1만6685건으로 SK이노베이션(1135건)과 14배 이상 차이가 난다”면서 “SK가 본질을 호도하는 행위를 계속하면 묵과하지 않고 특허에 대한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다만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놨다. 임수길 SK이노베이션 홍보실장은 “LG화학과 LG전자는 국민 경제와 산업 생태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로서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이 SK 경영진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LG화학도 “앞선 영업비밀 침해 행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보상 방안을 논의할 의사가 있을 경우 대화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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