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도 대당 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고가 수입차의 국내 판매량이 늘고 있다. 전체 수입차 10대 중 1대가 고급차일 정도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경기와 무관한 고소득층의 소비 세태와 슈퍼카 브랜드의 인지도 상승, 업무용 고가차량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2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수입차 판매량은 24만255대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이중 1억원 이상 고가 차량 판매량은 2만498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623대) 늘었다. 전체 수입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4%다. 수입차 10대 중 1대가 1억 이상 고가 차량이라는 얘기다.
고급 수입차의 판매 흥행 배경은 다양하다. 먼저 수입차 업체들이 자체 할부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진입 문턱을 낮춘 것이 고가차로 수요가 몰리는 데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접근성이 용이해진 것 외에도 수입차 인지도 상승으로 충성 고객이 증가했다. 세부담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고가 수입차를 업무용 차량으로 등록하는 경우도 많다.
◇벤츠 CLS, 출시 첫달 1429대…지난해 韓판매랑 세계 2위
올해 11월까지 판매된 1억원 이상의 수입차 가운데 주인공은 단연 메르세데스-벤츠의 신형 CLS다. 출시 첫 달인 지난달 판매량이 1429대를 기록했다. 수입차 하위권 브랜드의 연간 판매량 수준이다.
CLS의 한국시장 흥행이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지난해 CLS 글로벌 판매량에서 한국 시장은 중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벤츠는 CLS 판매 흥행이 지난 8월 차량 공개 이후 출시가 늦어진 영향이 있지만 4도어 쿠페라는 새로운 세그먼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신형 CLS는 6기통 3.0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고 출력 333마력, 제로백(시속 100㎞ 도달 시간)은 5초다. 최고속력 300㎞ 이상, 제로백 4초대 이하, 최고출력 400마력 이상에 해당하는 고성능 슈퍼카에 못지 않다.
◇포르쉐, 32년만에 4000대 돌파, 롤스로이스도 100대 이상 팔려
대표적인 슈퍼카 브랜드 포르쉐는 올해 11월까지 4066대가 판매됐다. 한국 진출 32년만에 연간 판매량 4000대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배출가스 조작으로 국내 판매가 곤두박질쳤지만 올해 신형 파나메라와 2017년형 마칸S디젤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주면서 판매 회복을 넘어 신기록을 경신했다.
4도어 쿠페인 파나메라는 11월까지 1773대 팔려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9월말 재고물량이 풀린 SUV 마칸S 디젤은 10~11월 374대의 판매량으로 포르쉐 브랜드의 4000대 판매 돌파에 힘을 보탰다.
대당 4억원을 호가하는 슈퍼 럭셔리 브랜드 롤스로이스도 지난 11월까지 한국 진출 19년만에 처음으로 판매량 세자릿수(108대)를 기록했다. 차종별로는 63대가 팔린 고스트(4억2000만원)가 성장을 견인했다. 이어 레이스(4억1000만원) 26대, 던(4억4900만원) 11대, 팬텀(6억3000~7억4000만원) 8대 순이다.
롤스로이는 그동한 입지 강화를 위해 서울과 부산 등지에 딜러십을 확충하고 지난해 영도 BMW 드라이빙센터 내에 첫 브랜드 스튜디오를 개설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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